# 직장인 조창진(35)씨는 지난 2010년 윈스톰을 구매해 6년째 운전하고 있다. 삼성화재 다이렉트 자동차 보험을 통해 올해 조씨가 낸 자기차량 손해담보 보험료는 연간 12만870원. 그러나 내년 보험갱신 때 조씨의 자차 보험료는 15% 올라 13만9,000원을 내야 한다.
# 자영업을 하는 김성대(52)씨는 98년식 뉴브로엄을 소유하고 있다. 15년이 훌쩍 넘었지만 별다른 고장이 없는데다 사고경력도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김씨의 자차 보험료는 내년 11%씩 인상된다.
정부가 외제차 등 고가 차량을 겨냥해 자동차 보험료 인상 방안을 발표했지만 일부 저가 차량 소유자들이 되레 피해를 보면서 논란이 일고 있다. 단순히 통계만 가지고 자기 차량 손해담보 보험료를 계산하다 보니 판매량이 적거나 단종된 차량을 운전하는 사람들의 부담이 눈덩이처럼 불어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최근 금융위원회와 국토교통부가 발표한 '고가 차량 관련 자동차 보험 합리화 방안'에 따르면 BMW 7시리즈, 벤츠 S클래스 등 외산 차량 40종과 에쿠스 등 국산 차량 21종의 자차 보험료가 내년 갱신일부터 적게는 3%, 많게는 15%까지 인상된다. 이들 차량의 사고 건당 수리비가 자동차 전체 평균 수리비에 비해 과도하게 높은 것을 보험료에 반영하겠다는 취지다. 그러나 개별 차량 종류를 살펴보면 고가 차량뿐만 아니라 다수의 국산 중저가 차량도 포함된 것으로 나타났다. 수리비 통계만을 기준으로 대상을 선별하다 보니 나온 결과다.
차량 종류별로 보면 △캡티바(한국GM) △QM3(르노삼성) △액티언(쌍용) 등이 내년 자차 보험 갱신시 보험료가 3% 오른다. 또 △코란도 투리스모(쌍용)는 7% △렉스턴2(쌍용)는 11% △뉴브로엄(한국GM) 역시 11% 오른다. 고가 외산차들이 대거 포함된 15% 인상 대상에는 △윈스톰(한국GM)이 포함됐다.
고가 차량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이들 차량이 보험료 인상의 유탄을 맞은 것은 사고시 수리비용이 상대적으로 많이 들기 때문이다. 보험개발원에 따르면 자동차 사고의 건당 수리비 전체 평균은 120만원. 캡티바·QM3·액티언 등은 평균 대비 20~30%의 수리비가 더 들었고 윈스톰의 수리비는 평균보다 60만원 이상 비싸다.
자동차 가격이 낮은데도 수리비가 더 들어가는 이유는 부품 공급이 어려워서다. 르노삼성의 QM3와 QM5를 비교해보면 같은 브랜드인데도 불구하고 QM3의 보험료 인상폭이 더 높다. QM5는 국내에서 생산되는 반면 QM3는 전량 스페인 르노공장에서 생산해 수입된다. 사고시 교체하는 부품 역시 외국에서 들어오다 보니 QM3의 수리비가 더 비싼 것이다.
생산이 중단된 데 따라 부품 공급이 어려운 경우도 사고시 수리비가 많이 든다. 1999년 단종된 뉴브로엄, 2010년 생산을 중단한 윈스톰이 대표적이다.
쌍용의 액티언, 로디우스, 코란도 투리스모 등은 판매 대수가 적어 상대적으로 수리비 평균이 높다. 판매량이 많을 경우 수리비가 평균으로 수렴하지만 이들 차량은 그렇지 않다는 얘기다.
보험개발원의 한 관계자는 "건당 수리비를 토대로 보험료 할증 기준을 정하다 보니 단종된 차량이나 일부 수입차로 분류되는 소형차량이 불가피하게 포함됐다"고 말했다.
이들 차량 소유자들은 불만이 클 수밖에 없다. 윈스톰을 소유한 조창진씨는 "단종 차량을 소유하고 있다는 이유로 자차 보험료를 인상하는 건 형평성 측면에서 문제가 있다"면서 "결국 판매량이 많고 생산이 계속되는 현대차나 기아차를 사라는 것 아니냐"고 분통을 터뜨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