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이 지난 14일 '민중총궐기 대회'에 참여한 노동시민사회단체의 집회신고를 원천 차단하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1차 집회에서 이미 ‘불법·폭력 시위’를 벌인만큼 또 한 번의 불법 집회 가능성이 높은 단체들을 방치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집회결사에 대한 '허가'를 인정하지 않고 있는 헌법 제21조와 집회 '신고제'를 명시한 집회및시위에관한법률에 위반되는 공권력 남용이라는 지적을 피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서울지방경찰청 관계자는 22일 다음달 5일로 예정된 2차 민중총궐기 대회 대응과 관련해 "1차 대회에 참여했던 단체들이 집회신고를 내면 이를 불허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라고 밝혔다.
지난 대회를 '불법·폭력시위'라고 규정하고, 이를 주도한 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을 비롯한 53개 단체들이 2차 대회에서 또 다시 불법행위를 저지를 가능성이 높다는 예상 아래 집회신고를 받아들이지 않아 원천적으로 불법·폭력 시위를 차단하는 방안을 모색 중인 것. 실제로 경찰은 46개 1차 민중총궐기 참여단체 대표를 상대로 소환통보를 하고, 8개 주도단체에 대한 압수수색을 진행하는 등 압박의 수위를 높이고 있다. 1차 궐기 당시 ‘차벽’을 훼손하는 등 경찰 인력과 재산을 대상으로 물리적 폭력을 가한 단체·개인들이 대상이다.
특히 경찰은 지난 21일 오전 민주노총과 금속노동조합총연맹(금속노조) 등 8개 단체에 대해 지난 집회 당시 금지통고집회추진·일반교통방해 등의 혐의, 그리고 지난 4월 세월호 1주기 집회 당시의 법 위반 사항까지 혐의로 추가해 6시간에 걸친 압수수색을 실시했다. 경찰은 서울 중구 민주노총 사무실을 수색하는 과정에서 폭력시위에 사용한 것으로 추정되는 손도끼, 해머, 밧줄 등과 경찰관으로부터 빼앗은 것으로 보이는 경찰무전기와 진압용 헬멧 등을 압수하고 일부 증거인멸 정황도 포착했다고 밝혔다.
민주노총은 '공안탄압'이라며 즉각 반발했다. 최종진 민주노총 수석부위원장은 압수수색 직후 사무실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경찰의 기습 압수수색은 14일 민중총궐기 평화행진에 대해 원천봉쇄이며 민심의 분노를 돌리고자 기획된 정권 차원의 공안탄압"이라고 규탄했다. 더욱이 경찰이 2차 민중총궐기의 집회신고마저 불허할 경우, 양측의 갈등은 한층 고조될 것으로 보인다. 1차 대회 당시 미 대사관이 인접해 있고 청와대로 진출을 시도할 가능성이 높다는 이유로 광화문 광장에 대한 주최 측의 집회 신고를 받아들이지 않았던 것에서 더 나아가 특정 단체의 집회를 제한하겠다는 것이어서 집회의 자유 침해라는 논란이 일 것으로 보인다.
한편 민주노총을 비롯한 민중총궐기 투쟁본부 측은 경찰의 전방위 압박에도 다음달 5일로 예정된 2차 대회를 차질없이 진행한다는 입장이다. 2차 대회에선 노동개혁과 역사교과서 국정화 추진, 쌀값정책 등 정부 정책을 반대하는 기존 단체들에다 경찰의 시위 과잉진압을 비판하는 종교계와 시민사회단체, 소비자단체 등이 추가로 참여 의사를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