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역은 ○○대, ○○대 역입니다. 내리실 문은…”
하루 평균 700만명 이상의 시민이 이용하는 서울 지하철의 역명(驛名)을 손에 넣기 위해 대학들이 안간힘을 쏟고 있다. 대학의 이름을 딴 역명이 존재한다는 것은 해당 대학의 인지도를 자연스레 높여주고 통학에 편리하다는 이미지를 줘 신입생 유치에서도 큰 효과를 발휘하기 때문이다.
23일 서울시와 코레일 등에 따르면 대학 이름을 딴 역명은 서울지하철 1~9호선에만 20곳이 넘는다.
지하철 2호선 ‘홍대입구역’, ‘건대입구역’, 1호선 ‘외대앞역’처럼 학교명에 ‘입구’나 ‘앞’이 붙은 역명부터 2호선 ‘한양대역’과 6호선 ‘고려대역’ 등 대학명 자체가 역이름이 된 곳도 있다.
대개 캠퍼스 내에 역 출구가 있거나 학교 부지 밑으로 역사가 지나는 경우 학교 이름을 그대로 딴 역명이 된다고 알려져 있지만 ‘○○대’, ‘○○대앞’, ‘○○대입구’ 등으로 역명을 나누는 명확한 기준은 없다는 것이 서울시와 국토교통부 등의 설명이다.
실제로 2호선 ‘서울대입구역’의 경우 출구에서 서울대 정문까지 도보로 30분 이상이 걸려 대표적인 ‘낚시역’으로 꼽힌다.
2호선 ‘이대역’도 학교 이름을 그대로 역명으로 쓰고 있지만 출구와 학교 사이 거리가 꽤 있다.
이와 반대로, 7호선 ‘숭실대입구역’은 ‘입구’가 붙었지만 오히려 출구와 정문이 맞닿아 있다.
국토부의 역명 제정 지침은 “역사가 대학교부지 내에 위치하거나 대학교와 인접해 지역의 대표명칭으로 인지할 수 있고, 해당 지자체 주민 다수가 동의하는 경우 대학교명을 역명으로 지정 가능”하다고 규정하고 있다.
대학 구성원들이 힘을 모아 기존에 존재하던 역명을 대학명이 들어간 역명으로 바꾼 경우도 있다.
서강대는 지난해 경의ㆍ중앙선 ‘서강역’의 이름을 ‘서강대역’으로 바꾸는 데 성공했다.
‘서강역’이 행정구역상 서강동이 아닌 노고산동에 위치해 주민 혼란이 있다는 것이 계기가 됐다. 학생들은 서명 운동과 거리 시위까지 벌인 끝에 학교의 이름을 딴 지하철역을 얻어냈다.
2013년에는 1호선 성북역이 광운대역으로 바뀌면서 광운대도 수혜자가 됐다. 당시 성북역이 행정구역상 성북구가 아닌 노원구라는 것이 계기가 됐지만, 광운대는 역명 변경에 따른 표지판 교체 비용 등을 모두 부담하는 등 노력을 기울여 얻어냈다.
광운대 관계자는 “광운대역은 특히나 1호선 종착역이 있어 ‘광운대행’ 열차가 서울 곳곳에서 다니기 때문에 엄청난 홍보 효과를 누리고 있다”고 설명했다.
숭실대는 학교 이름을 딴 역명을 얻기 위해 학교 정문을 지하철역 출구 앞으로 옮겼다는 오해도 받았다.
숭실대는 10여년전 ‘살피재역’이던 역명을 ‘숭실대입구역’으로 바꿔냈다. 숭실대 관계자는 “역명 때문에 정문의 위치를 옮긴 것은 아니었지만, 역이름을 바꾸는 과정에서 도움이 되긴 했을 것”이라며 “학교 이름을 딴 지하철역이 있다는 건 입시지원률은 물론, 학생들의 자부심에도 상당한 영향을 미친다”고 말했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새로 개통되는 역 이름을 따내려는 노력도 치열하다.
최근 인하대는 곧 개통되는 수인선에서 학교 이름을 딴 ‘인하대역’을 얻어내는 데 성공하며 숙원 사업을 이뤄냈다.
아주대도 신분당선 지하철에서 비록 광교중앙역과 병기(倂記)하게 됐지만 어쨌든 ‘아주대역’을 갖게 됐다.
내년 완공되는 경전철 우이선을 놓고도 벌써부터 인근 국민대와 서경대, 덕성여대 등이 역명을 선점하기 위한 사투를 벌이고 있다.
서울의 한 사립대 관계자는 “학교와 가까운 곳에 지하철역이 있다는 건 통학하는 학생들의 삶의 질에 지대한 영향을 주는 것”이라며 “특히 지방 수험생들에게는 서울에 지하철 역명을 가진 학교인지 여부가 진학을 결정하는 데 중요한 참고 요인이 된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