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날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 등 참석을 위한 열흘간의 순방을 마치고 귀국한 박 대통령은 여독도 풀리기 전에 국무회의를 주재해 13분간 목청을 높였다. 지난 10일 국무회의에서 23분에 걸쳐 노동· 경제활성화 9개 법안을 하나하나 짚어가면서 '대국민 격정 호소'를 한 데 이어 재차 국회를 압박하고 나선 것이다.
특히 순방 중 발생한 민중총궐기 대회에 대한 강력한 비판 및 엄정한 대처를 강조한 점이 눈길을 끌었다. 당초 이날 국무회의는 황교안 국무총리 주재로 열리는 것으로 잡혀 있었지만 전날 박 대통령이 직접 주재하겠다는 뜻을 밝히면서 장소도 청와대로 바뀌었다.
순방 강행군을 마친데다 김영삼 전 대통령의 '서거 정국'이지만, 여야가 정기국회에서 테러방지법과 노동·경제활성화법, 자유무역협정(FTA) 비준안 등 주요 현안에 대해 좀처럼 접점을 찾지 못하는 상황에서, 직접 민생·정책 현안을 챙겨야 한다는 다급한 인식이 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박 대통은 "오늘 예정에 없던 국무회의를 긴급히 소집한 이유는 이번 순방 직전과 도중에 파리와 말리 등에서 발생한 연이은 테러로 전 세계가 경악하고 있고, 이에 어느 나라도 예외일 수 없다는 급박함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전날 순방에서 귀국한 직후 김 전 대통령의 서울대병원 빈소를 찾아 조문하기도 한 박 대통령은 여독이 덜 풀린 탓인지 평소보다 다소 잠긴 목소리로 모두발언을 시작했다.
박 대통령은 차분한 어조로 "김영삼 전 대통령의 서거 소식을 듣고 경황없이 조문을 다녀왔다"면서 관계부처에 예우를 갖춘 장례식 진행을 당부하며 말문을 열었다. 그러나 곧 박 대통령은 '파리 연쇄 테러'로 인해 우리나라가 더는 테러 안전지대가 아님을 강조하고 국회가 테러방지법을 통과시켜야 한다고 주문하면서 목소리가 점점 올라가며 단호해지기 시작했다.
박 대통령은 "특히 구속영장이 발부된 민노총 위원장이 시위 현장에 나타나서 나라 전체를 마비시킬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자며 폭력 집회를 주도했고, 대한민국의 체제 전복을 기도한 통합진보당의 부활을 주장하고, 이석기 전 의원의 석방을 요구하는 정치적 구호까지 등장했다"고 비판했다.
박 대통령은 "특히 복면 시위는 못하도록 해야 할 것"이라며 "IS(이슬람국가)도 지금 그렇게 하고 있지 않습니까. 얼굴을 감추고서…"라고 IS를 비유해가며 복면착용 금지법의 필요성을 강조하기도 했다. 한편 박 대통령은 국회를 겨냥해 "맨날 앉아서 립서비스만 하고, 경제 걱정만 하고, 민생이 어렵다면서 자기 할 일은 안 하는 것은 말이 안 된다. 위선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하면서 목청을 높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