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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패션 오브 크라이스트’ 예수가 죽어가는 마지막 12시간…잔혹하도록 상세히 묘사

이준석 기자 입력 2018/03/30 13:58 수정 2018.03.31 23:18
'패션 오브 크라이스트' 포스터

[뉴스프리존=이준석 기자] 31일 EBS 세계의 명화에서는 영화 ‘패션 오브 크라이스트’(원제: The Passion Of The Christ)를 방영한다.

2004년 제작된 영화 ‘패션 오브 크라이스트’는 멜 깁슨 감독이 연출하고 제임스 카비젤, 모니카 벨루치, 마이아 모건스턴 등이 출연했다. 

영화가 시작되면 인물들의 언어가 영어가 아니라는 것에 일차적으로 당황하게 된다. 멜 깁슨은 성서에 충실하게 영화의 언어를 아람어와 라틴어, 히브리어로 결정했다. ‘패션 오브 크라이스트’는 사상 최초로 예수와 제자들을 비롯해 고대 유대인들이 사용했다는 언어인 아람어를 현대인들이 소리로 듣게 만들었다. 

원래 멜 깁슨은 자막조차 넣으려 하지 않았다. 뿐만 아니다. 멜 깁슨은 2,500만 달러의 제작비를 순수 자비로만 충당했다. 오로지 예수의 숭고함을 세상에 드러내기 위해 만들어진 영화다. 영화의 첫 장면, 예수를 체포하기 위해 유대인 병사들이 어두운 숲을 뒤지고 예수와 두 제자는 맞서 싸우다 결국 체포된다. 

한 병사가 제자의 칼에 귀가 잘리는데 예수는 자신들을 체포하는 병사를 긍휼히 여겨 귀를 다시 붙여준다. 예수의 관대함과 신성함을 명료하게 드러내는 장면이며 이 순간을 목격한 이는 약간의 병사들과 관객뿐이다. 

이 장면 이후로 예수는 조금의 저항도 없이 묵묵하게 고문을 받아들인다. 로마군과 유대인의 조롱에도 응하지 않고 오히려 그들의 무지를 불쌍히 여길 따름이다. 이때 관객만이 예수가 신과 같은 존재임을 알고 있다. 관객이 예수를 우러러보게 만들고, 예수와 같이 유대인의 무지를 불쌍히 여기도록 한 연출이다.

피고문을 당하는 예수의 모습을 현장에서 지켜보는 듯한 고통과 감흥을 생생히 전하는 작품이다. 조금의 상황 설명도 없이 영화는 고문의 현장으로 관객을 데려가 예수가 죽어가는 12시간을 잔혹하도록 상세히 묘사한다. 

영화는 웃으며 고문의 강도를 높여 가는 로마군, 이를 즐기는 군중의 모습과 말없이 고통을 감내하는 예수의 태도를 극명하게 대비하여 예수의 숭고함을 강화하려 한다. 비록 로마 총독 빌라도가 예수의 처분에 관해 심사숙고하는 장면이 있긴 하지만 영화는 편파적이리만큼 가학적인 유대인의 태도를 강조한다. 

예수의 수난을 통해 종교적 성찰을 이끌어내기 보다 고문으로 짓이겨진 참혹한 육체를 전시하고 이를 즐기는 가학의 스펙터클만이 남는 지경이다. 빌라도의 심사숙고와 로마 귀족들과 유대인 백성들이 머무는 공간에 대한 묘사, 천사인지 사탄인지 모를 모호한 존재의 등장 등 모든 다른 영화적 설정은 예수가 겪는 육체적 고통 뒤로 휘발돼 버린다. 

심지어 낯선 언어를 공부해 어렵게 연기했을 배우들의 노력조차 고문 장면의 특수효과에 가려 보이지 않는다. 이 때문에 멜 깁슨은 그 자신이 반유대주의를 표방하는 것이 아니냐는 오해를 사기도 했다. “신앙의 위기”를 겪었기에 ‘패션 오브 크라이스트’를 만들었다는 멜 깁슨의 종교적 순수함만은 확실히 전해진다.

EBS 영화 ‘패션 오브 크라이스트’는 31일 밤 10시 55분에 방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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