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정치민주연합은 고 김영삼 전 대통령은 통합과 화합의 큰 유훈을 남기고 떠났다며 고인의 바람이 이뤄지도록 정치권이 함께 노력할 것을 호소한다고 밝혔습니다.
[서울, 연합통신넷= 김현태기자] 새정치연합 김영록 수석대변인은 브리핑을 통해 현재 우리 사회는 극심한 불통과 분열에 시달리고 있다며 이렇게 말했습니다.
김 대변인은 김 전 대통령을 비롯한 많은 분의 노력으로 민주주의를 쟁취했지만, 오늘 우리는 민주주의의 근본적 위기에 대한 성찰을 요구받고 있다며, 고인이 던져준 통합과 화합의 화두를 깊이 되새기는 날이 되기를 바란다고 말했습니다.
26일 오후 2시,운구차량에 실린 김영삼(YS) 전 대통령의 영정이 여의도 국회의사당 경내로 들어섰다. 운구차가 서울대병원 장례식장에서 국회로 오기까진 40여분이 걸렸다. 그 40분간 YS는 40여년의 정치여정을 되밟았다. 대통령으로 5년을 보낸 청와대 인근의 동십자각, 1954년 최연소로 의원에 당선돼 등원했던 국회(현 서울시의회 건물)를 거쳐 옛 마포 신민당사를 지나 여의도 국회에 도착했다. 9선 의원을 지낸 의회주의자 YS가 세상과 영원히 이별하는 곳으로 택한 장소는 국회였다.
오전 11시부터 흩날린 눈발은 영결식이 시작되자마자 함박눈으로 바뀌었다. 올들어 가장 추운 날씨였지만 유가족 100여명, 장례위원 2222명을 포함한 정ㆍ재계 인사와 시민 등 7000여명이 영결식을 지켰다. 특히 이명박(MB)전 대통령 내외와 노무현 전 대통령의 부인 권양숙 여사도 영결식이 진행된 1시간 20여분 내내 자리를 지켰다. 장례집행위는 부랴부랴 무릎담요와 핫팩을 구해 야외의 좌석에 뒀다.
사상 첫 국가장으로 치러진 영결식은 김동건 아나운서의 사회로 시작됐다. 약력보고→조사→추도사→종교의식→추모영상 상영→헌화ㆍ분향→추모공연→조총발사의 순이었다.
황교안 국무총리는 조사에서 “대통령님이 염원하셨던 평화롭고 자유롭고 번영하는 나라를 만드는 것이 오늘 우리들이 해야할 몫”이라며 “이념과 종교, 지역과 계층의 모든 차이를 뛰어넘어 통합의 시대를 열겠다”고 밝혔다. 추도사는 YS의 평생동지였던 김 전 의장이 낭독했다.김 전 의장은 “통합과 화합이라는 휘호를 유언처럼 남기신 정직한 언행일치의 삶을 다시한번 되돌아보는 계기가 됐다”면서 의회주의자 YS를 회고했다.
"민의의 정당인 이곳 국회에는 대통령님의 숨결이 도처에 배어 있습니다. 어떤 상황에서도 국회를 포기하지 않았던 정신이 여전히 살아있습니다. 한결같이 대도무문(大道無門)의 정도를 걸어온 김영삼 대통령님만이 하실 수 있는 일이었습니다. 소탈하고 가식 없었던 대통령님의 따뜻한 면모를 새삼 추억하면서 국민들의 마음은 모처럼 하나가 되어 가고 있습니다. 전화벨이 울리면 수화기 저건너편에서 '나 김영삼이오' 하는 대통령님의 음성이 바로 들리는 것 같은 착각에 빠지기도 했습니다. 이 시간 저는 민주주의를 사랑하는 온 국민의 이름으로 삼가 대통령님께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그러면서 “존경하고 사랑하는 대통령님 참으로 수고가 많으셨습니다. 정말 감사합니다. 사모하던 하나님 품안에서 부디 안식하소서”라고 말했다. 읽는 도중 목이 메는 듯 몇차례 말이 끊기던 그는 이 대목에서 눈물을 쏟아냈다.
종교의식 중 김장환 목사(극동방송 회장) 집례로 치러진 기독교 행사에선 YS가 즐겨부른 찬송가 ‘나의 갈길 다 가도록’이 배경곡으로 깔렸다.
또 그는 “김영삼 전 대통령은 국민의 사랑을 받는 분이었다”며“1979년 10월 4일 헌정사상 처음으로 의원직 제명을 당한 뒤 ‘나는 잠시 살기 위해 영원히 죽는 길을 택하지 않고, 잠시 죽는 것 같지만 영원히 사는 길을 택하겠다’고 한 김 전 대통령의 정신은 우리 모두의 마음 속에 영원히 살아 숨쉴 것”이라고도 했다.
이어 김 대표는 “전국 분향소와 SNS 상에서 추모의 물결이 감동적으로 이뤄지고 있다”고 한 뒤 “제가 김 전 대통령 들으시라고 추모게시판에 올라온 국민들의 글 몇개를 읽어드리겠다”며 직접 사례를 이렇게 소개했다.
“고 김영삼 전 대통령이 남기신 업적을 잊지않고 이 나라 청소년으로서 나라 발전에 기여하겠다. 김 대통령이 이뤄놓으신 민주화, 저희 후손들이 잘 지켜나가겠습니다. 나라 사랑하신 마음 잘 이해합니다. 대한민국을 위해 일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이만큼 민주화와 투명한 세상을 만들 수 있었던 건 YS덕분입니다. 헌신이 제대로 꼭 읽혀지길 바랍니다. 아직도 거친바다, 갈 길이 먼데 너무 일찍 함장을 잃었습니다. 이만큼 민주주의를 누릴 수 있었던 것도 모두 당신 덕분입니다, 잊지 않겠습니다. 우리나라 IT산업 발전의 기본이 되는 정보통신부 설립이 대통령님 업적임을 알게됐습니다. 하늘나라에서도 우리나라 잘 되도록 항상 보살펴 주세요.”
김 대표와 함께 상도동계(YS계) 출신인 서청원 최고위원도 “김 전 대통령은 용기와 결단의 지도자셨고 개혁의 아이콘이었다”며 “군 사조직인 하나회를 없애고 금융실명제를 실시하는 등 많은 개혁을 통해 대한민국을 있게 한 분”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인제 최고위원은 “위대한 국민은 위대한 인물을 키우고 위대한 인물은 담대한 희망을 만든다”며 “국민의 사랑 가운데 성장한 김 전 대통령께선 민주주의라는 담대한 희망을 쏘아올렸다”고 추모했다.
YS 추모영상 속엔 민주주의를 위한 YS의 투쟁사가 고스란히 담겼다. 생전 그의 육성이 국회에 울려퍼지자 곳곳에서 울음이 터져 나왔다. 이어진 헌화ㆍ분향 땐 MB 내외와 권양숙 여사가 나란히 나가 권 여사가 분향하고 함께 헌화하는 모습을 보였다.
추모공연에선 바리톤 고성현 교수와 국립합창단, 국립ㆍ시립 소년합창단 등이 YS의 애창곡 ‘청산에 살리라’를 함께 불렀다. 사회자는 “한마리의 학처럼 고고하고 청초한 삶을 사셨던 김 전 대통령의 애창곡”이라고 소개했다.
김포에서 온 중학생 최윤서군은 “역사에 관심이 많아 친구들과 자발적으로 역사를 공부하고 있다. YS의 뜻을 기리기 위해 직접 참석했다”고 말했다.
이날 영결식 도중 참석자들 사이에선 “상서로운 기운이 많이 느껴지는 길일”이란 얘기도 나왔다. 전날 묏자리에서 봉황알 모양의 바위가 발견된 데 이어 이날 눈이 내린데다 영결식 도중 까치 100여마리가 갑자기 영정 주변으로 날아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