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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북 당국 실무회담, 국민 수천명 볼모 될까 우려..
정치

남북 당국 실무회담, 국민 수천명 볼모 될까 우려

김대봉 기자 입력 2015/11/28 11:46

北, 36년만의 당대회 앞둬 당장 막대한 현금 필요 김정은 치적 마식령 스키장, 금강산과 연계해 부흥 노려 朴대통령, 원래부터 부정적.. 국민 수천명 볼모 될까 우려

남북이 12월 11일 개성에서 갖기로 한 차관급 회담의 최대 쟁점은 금강산 관광 재개 문제가 될 것으로 보인다. 정부 관계자는 27일 "북한은 (26일 판문점) 실무접촉에서 5·24 해제 조치에 대해서는 별다른 언급이 없었던 반면, 금강산 관광 재개에 대해서는 큰 관심을 보였다"고 밝혔다. 금강산 관광 재개는 북한이 가장 절실히 바라는 사안인 반면 우리 정부로선 가장 들어주기 힘든 카드 중 하나다.

북한은 이산가족상봉 행사가 열릴 때마다 남측 대표단에게 "금강산 관광은 언제 재개되느냐"고 묻곤 했다. 북이 이처럼 금강산 관광에 매달리는 이유는 우선 '돈' 때문이다. 남성욱 고려대 교수는 "북한이 내년 5월 36년 만에 개최하는 당(黨) 대회를 앞두고 경제적 성과가 필요하기 때문"이라고 했다. 북한의 당 대회는 김정은이 3대 세습 절차가 마무리됐음을 내부적으로 선포하고 자신의 시대에 맞는 새로운 정책 노선을 선언하는 자리다. 당·정·군 간부들에게 줄 '선물'도 마련해야 한다. 북한은 금강산 관광이 전성기였던 2007년 한 해 공식적인 관광 수입으로만 2038만달러를 벌어들였다. 남측 관광객이 개별적으로 금강산에 가서 쓴 돈까지 합치면 연간 5000만달러 정도를 벌어들였을 것으로 추산된다. 북한은 금강산과 인근 강원도 원산을 연계해 국제관광특구로 만들겠다는 구상도 갖고 있다. 특히 마식령 스키장 건설이 김정은의 집권 후 첫 '치적'으로 포장되고 있는 만큼 금강산 관광 재개는 이 특구 사업의 성패를 좌우할 수 있는 문제다.

정부 "실속 있는 회담 위해"'격' 논란으로 회담 무산 우려한 듯

정부는 이에 대해 ‘실속이 있는 회담을 하기 위해서’라고 설명했다. 남북의 ‘2+2’(남측 국가안보실장·통일부 장관, 북측 군총정치국장·통일전선부장)급에서 만들어 낸 8·25 합의 후속조치를 논의하는 회담이기 때문에 차관급으로 정해졌다는 것이다. 통일부 당국자는 “남북관계 개선, 민간교류 다양화 등을 위한 8·25 합의 후속조치를 논의하는 임무를 갖고 있기 때문에 처음부터 차관급으로 하는 것이 맞다고 생각했다”며 “기조발언을 먼저 한 북측도 처음부터 부상급으로 하자고 했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남북이 2013년 당국회담 실무접촉에서 ‘격 논란’이 일면서 본회담을 열지 못했던 점을 감안해 이번에는 논란을 피하기 위해 차관급으로 격을 낮춘 것 아니냐는 해석을 내놓기도 했다.

하지만 정부는 차관급 당국회담이 난항을 겪거나 격을 높여 논의해야 할 사안이 발생할 경우 2+2 또는 장관급 회담이 열릴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았다. 기본적으로 차관급 당국회담이 이어지게 되지만 언제든 고위급 회담이 열릴 수 있다는 것이다. 통일부 당국자는 “당국회담이 진행될 때 ‘2+2’급에서 이야기해야 할 사안이 생기면 언제든지 할 수 있다는 것이 남북 양측의 공통인식”이라고 말했다.

남북은 다음주 판문점 연락관 채널을 통해 당국회담에 나설 대표단 명단을 교환할 것으로 예상된다. 정부 대표로는 황부기 통일부 차관이 유력한 가운데 조태용 청와대 국가안보실 1차장 등도 거론된다. 북측 대표로는 원동연 노동당 통일전선부 부부장이나 맹경일 아·태평화위원회 부위원장이 나올 것으로 보인다.


반면 우리 정부는 금강산 관광 재개를 위해서는 북한의 '책임 있는 조치'가 선행돼야 한다는 입장이다. 2008년 관광 중단의 직접적 원인이 됐던 관광객 총격 피살 사건에 대한 사과와 재발 방지 보장 등이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북한은 2009년 현대그룹 현정은 회장 방북 시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구두로 재발 방지를 약속한 만큼 이를 재론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정부 관계자는 "당시는 현 회장 개인에 대한 구두 약속에 불과했다"며 "당국 대 당국 차원의 공식적인 사과 및 재발 방지 대책이 필요하다"고 했다. 박근혜 대통령을 비롯한 청와대 분위기도 금강산 관광에 적극적이지는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여권 관계자는 "박 대통령은 후보 시절부터 북측의 사과 없이 금강산 관광을 재개해선 안 된다는 입장이었다"고 했다. 정부로선 우리 국민 수천 명이 일상적으로 북한에 체류하게 되는 것도 부담이다. 유사시 언제든 '볼모'로 잡힐 우려가 있기 때문이다. 2007년 한 해 금강산 관광객은 34만명이 넘었다. 박형중 통일연구원 연구본부장은 "북한이 이산가족상봉 문제 등에서 일부 진전된 제안을 하겠지만 우리가 당장 금강산 관광 재개를 허용하기는 어렵다"며 "금강산 관광은 북한의 핵실험 중단이나 장거리미사일 발사 중단 등의 확약이 있어야 가능한 일"이라고 했다.

북한은 이번 회담에서 5·24 해제를 직접적으로 요구하지는 않더라도 '우회로 개설'은 끊임없이 탐색할 것으로 보인다. 이미 나진·하산 프로젝트 등을 통해 남측 자금이 간접적으로 북에 들어가고 있다. 남성욱 고려대 교수는 "북한으로선 민 간교류가 확대되면 자연스럽게 5·24 조치를 비켜가면서 경제적 효과를 얻을 수 있다"고 했다. 북한이 최근 개성 만월대 공동 발굴, 남북 노동자 축구 등을 통해 남측 인원을 대거 받아들이기 시작한 것도 그런 맥락에서 나왔다는 분석이다. 국책연구소 관계자는 "정부는 이번 회담에서 이산가족 상봉 정례화, DMZ 세계생태평화공원 설치 등도 제안한다는 방침이지만 북측은 이 문제 역시 금강산 관광과 연계하려 할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DMZ 세계생태평화공원을 만들려면 금강산 인근 지역에 만들고 금강산 관광도 허용하라"는 식으로 나올 수 있다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이처럼 핵심 쟁점에 대한 남북 간 입장 차가 크기 때문에 이번 회담에서 당장 성과를 기대하기는 어렵다고 전망했다. 조동호 이화여대 교수는 "이번 회담 수석대표의 급을 차관급으로 합의한 것은 남북한이 부담이 큰 문제는 비켜가고 민간 교류나 경제협력 등 실무적인 문제를 중심으로 해결하겠다는 의도"라며 "(회담 결과는) 북한이 천안함 폭침에 대한 사과나 금강산 관광객 사망에 대한 유감 표명을 얼마만큼 진정성을 갖고 납득할 만한 수준에서 하느냐에 달렸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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