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전문은행 외부평가위원회는 이날 모처에서 3 컨소시엄이 펼치는 PT 심사를 진행한다. PT 심사는 인터넷전문은행 예비인가 경쟁에 뛰어든 카카오컨소시엄과 KT컨소시엄, 인터파크컨소시엄 등이 개별적으로 발표를 하고 평가위원단이 질문하는 형식으로 진행된다. PT는 각 컨소시엄을 이끌어온 단장들이 한다.
금융당국과 평가위원회가 최종 PT를 이날로 정한 것은 정보유출에 대한 시비를 차단하기 위해서다. 금융당국은 심사의 공정성을 유지하기 위해 평가위원장은 물론 위원들 모두를 외부 전문가로 선정했다.
평가위원단은 사업계획의 혁신성과 함께 주주구성과 사업모델의 안정성, 금융소비자 편익 증대, 국내 금융산업 발전ㆍ경쟁력 강화에 대한 기여도, 해외진출 가능성 등 5대 항목을 중점 평가한다.
인터넷은행 심사항목.
특히 사업계획 중에선 혁신성(250점)과 금융소비자 편익 증대(100점) 항목의 비중이 높은데 사업의 혁신성과 함께 중금리대출 상품이 승부처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앞서 27일 당정은 예비인가를 신청한 컨소시엄 중 중금리 대출 상품을 내놓는 곳에 가산점을 부여하기로 했다.
이에 따라 각 컨소시엄의 PT도 중금리대출 상품을 통한 서민금융 지원 방안에 초점이 맞춰졌다.
카카오뱅크는 '이어주고 넓혀주고 나눠주는 혁신금융'을 내세우고 있다. 돈을 내고 받는 사람을 모바일 플랫폼에서 바로 연결해주고 기존 은행의 영역에서 빈 곳인 중금리대출을 채워주며 그에 따른 과실을 나누겠다는 것이다.
K뱅크는 '우리동네 네오뱅크'를 추구한다. 접근성 좋고 친숙함을 갖춘 신개념 은행이란 점을 부각시키면서 KT가 보유한 공중전화박스 7만개과 GS리테일의 오프라인 접점을 활용한 인터넷전문은행 사업 계획을 밝힐 예정이다.
I뱅크의 핵심키워드는 '나만의 개인 금융비서'다. 이는 빅데이터 분석을 통한 중금리 대출과 함께 자신과 비슷한 경제 수준의 사람이 어떻게 소비하는지 알려주고, 신용등급이 올라갈 수 있는 팁도 소개하는 서비스다.
한편 금융당국은 29일 금융위원회를 열어 외부평가위원회의 평가결과를 바탕으로 예비인가 대상을 결정한다. 결과는 같은 날 오후 6시께 발표될 예정이다. 예비인가 업체 수는 평가위원회 심사결과에 따라 인가 개수가 결정된다. 변수가 없는 한 당초 방침대로 1~2곳이 선정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정치권에서 인터넷은행이 도입 단계인 만큼 3곳 모두에 예비인가를 내주고 경쟁을 시키는 것이 바람직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와 귀추가 주목된다.
예비인가를 받은 컨소시엄은 인적·물적 요건을 갖춘 뒤 내년 상반기 중 본인가를 받아 6개월 안에 영업을 시작하게 된다.
위조 신용카드 들고 온 외국인… 면세점·백화점이 털리고 있다
신용카드 위조 국제범죄조직의 표적이 된 한국
왜 한국이 봉 됐나
신용카드 사용 간편하고 호화 명품 매장 많아
사고 터지면 카드사가 책임… 일단 팔고보자 심리 강해
한국인 카드는 인기 없어
결제 내역 바로 알려주는 문자 알림 서비스 보편화… 위조 카드 적발 가능성 커
지난 12일 건장한 체격의 루마니아 전 축구 국가대표선수 P가 인천공항에 도착했다. 서울 강남의 한 호텔에 여장을 푼 그는 다음 날 오후 신세계백화점 강남점을 찾았다. 에르메스 매장에서 1000만원짜리와 800만원짜리 가방 두 개를 샀다. 다음 날 그는 갤러리아백화점 명품관에 나타났다. 샤넬, 루이뷔통 등의 핸드백 4개 2200만원어치를 신용카드로 결제했다. 그리고 인근 고급품 판매점으로 자리를 옮겨 샤넬 핸드백을 한 개 샀다. 640만원짜리였다. 그의 호화품 쇼핑은 계속됐다. 다음 날 다시 신세계백화점 강남점에서 1700만원짜리 핸드백을 샀고, 그다음 날엔 소공동 롯데백화점 본점에서 3000만원짜리 불가리 시계를 샀다. 사흘간 그는 모두 9700만원을 썼다. 그의 씀씀이는 프리미어 리그나 분데스리가에서 뛰는 유명 축구선수 뺨치는 수준이었다.
하지만 그는 루마니아에서 축구를 접고 수년째 직업 없이 영국 런던에 체류하는 빈털터리였다. 그의 쇼핑 비결은 몰래 가져온 위조 신용카드 40장에 있었다. 1000만원짜리 에르메스 가방을 살 땐 베트남 사람의 카드 정보를 도용한 베트남 신용카드가 사용됐고, 3000만원짜리 시계는 홍콩인 정보를 도용한 신용카드로 결제를 했던 것이다.
쇼핑뿐 아니라 그는 서울에서 타고 다니던 택시비도 위조 카드로 결제했고 명동부대찌개 밥값, 파리크라상 빵값, 브라운치킨 닭값 2만~3만원을 낼 때도 위조 카드를 긁었다. 심지어 역삼동 테헤란로 근처 한 안마시술소에서 성매매를 할 때도 화대 27만원을 위조된 홍콩상하이은행 카드로 해결했다.
그는 입국 6일 만인 지난 17일 오전 호텔을 나서다 서울경찰청 국제범죄수사2대(대장 한순아 경정)에서 급파된 수사관들에게 전격 체포됐다. 국제범죄수사2대는 위조 신용카드 분야에서 독보적 실력을 가진 수사팀이다. 그의 카드 사용 내역을 수상히 여긴 수사관들은 하루 늦게 입수되는 카드 결제 정보를 바탕으로 그의 동선(動線)을 하루 차로 뒤쫓고 있었다. 그는 전날 택시기사에게 '여기까지 태워달라'며 건넸던 호텔 명함 때문에 위치가 탄로 났다. 수사관들이 신용카드로 결제한 택시의 기사를 찾아갔던 것이다.
그의 호텔방에선 담뱃갑 2개에 나눠 담긴 위조 신용카드 40장이 발견됐다. 하지만 그가 구입한 명품은 영국에서 함께 온 다른 조직원이 하루 전날 갖고 출국했다.
한국 호화품 매장이 범죄조직의 표적
우리나라 면세점과 백화점의 호화품점들이 외국인 신용카드 위조 범죄조직의 표적이 되고 있다. 신용카드 사용이나 절차가 다른 나라보다 간편하고 호화품 매장이 많은 점 등을 노린 것이다.
보름 전에도 중국 부유층 행세를 하며 1억8000만원어치의 물건을 챙긴 말레이시아 조직원 4명이 국제범죄수사2대에 체포됐다. 중국계로 알려진 말레이시아 여성 이민징(39·구속)과 수와이킹(27·구속) 등으로, 이들은 한 달 전 위조된 신용카드 43장을 갖고 국내에 왔다.
이들도 서울 신라호텔과 힐튼호텔 등 최고급 호텔에 머물면서 호화 쇼핑을 했다. 4000만원짜리 위블로 시계를 일시불 결제하는 등 국내 백화점 고급 매장을 돌며 에르메스, 샤넬, 루이뷔통, 프라다, 구치 가방과 지갑 등을 주로 사들였다. 이민징은 갤러리아 명품관에서 4000만원, 3540만원, 2000만원을 일시불 결제하며 대담한 쇼핑을 즐겼다. 그녀는 중국어를 쓰며 중국 귀부인 행세를 하고 다녔다고 한다. 이들은 4명이 따로 행동하며 경찰 추적에 혼선을 주려고 여러 호텔을 동시에 잡아 놓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민징 일당이 사용한 카드는 모두 미국인 카드 정보를 위조한 카드였다.
신용카드 위조는 아주 간단한 편이다. 공(空) 카드에 카드사 로고나 문양을 인쇄하는 카드 프린터기와 카드번호나 영문 이름을 새겨넣는 엠보싱기, 마그네틱선에 신용카드 정보를 입력하는 '리드 & 라이터(read & writer)'기만 있으면 된다. 100만~400만원이면 인터넷에서 쉽게 구할 수 있다.
그다음 다른 사람의 신용카드 정보를 '리드 & 라이터'를 이용해 마그네틱선에 입력해 넣으면 한 개의 위조 신용카드가 완성된다. 다른 사람이 사용하고 있는 카드와 똑같은 기능을 가진 카드가 만들어지는 것이어서, 이 카드를 '복제카드' 혹은 '쌍둥이 카드'로 부르기도 한다. 카드 결제 내역은 실제 카드 소유자에겐 한두 달 뒤에 통보되기 때문에 범죄 조직은 그 기간을 노려 범행을 저지르는 '먹튀 전법'을 쓴다.
신용카드 위조 5초 만에 뚝딱
지난 3월 중학교 3학년 이모(15·구속)군은 인터넷사이트 아마존에서 각종 장비를 구입해 신용카드 60장을 복제했다. 이군은 중국 메신저 프로그램에서 외국인 카드 정보를 구입했다. 이군은 위조 카드로 컴퓨터 부품을 사고 이를 되팔아 6100만원을 챙겼다. 그는 다른 10대에게 카드 위조 수법을 전수해주기도 했다. 이군이 위조 카드 1장을 만드는 데 걸리는 시간은 단 5초였다고 한다.
범죄 조직은 다른 사람의 신용카드 정보를 인터넷 암시장에서 구한다. 얼마 전 인터넷에서 신용카드 정보 장사를 하던 리비아인 두 명이 현지에서 체포되기도 했다. 신용카드 정보 중에 비싼 것은 개당 10만원이 넘는다고 한다. 암시장에선 영국 등 유럽인 카드 정보가 가장 비싸게 팔리며, 미국인 정보는 1만~4만원에 구할 수 있다. 반면 한국인 신용카드 정보는 거의 팔리지 않는다고 한다. 이유는 바로 카드 결제 정보를 바로 통보해주는 SNS 문자서비스 덕분이다. 우리나라 사람들은 상당수가 결제 알림서비스를 이용하고 있어, 카드가 잘못 사용되면 바로 카드사에 항의 전화를 하기 때문에 한국인 카드 정보로 된 위조 카드를 쓰면 적발될 확률이 훨씬 높다는 것이다.
작년 말 한국인 카드 정보를 담은 위조 카드를 잔뜩 들고 용산 전자상가에 온 러시아 조직원은 아이폰과 노트북 등 600만원어치를 구입했다. 하지만 그는 2차 범행을 위해 한국에 다시 왔다가 곧바로 검거됐다. 경찰 관계자는 "카드를 몰래 사용해도 그 사실을 잘 모르는 선진국 부자의 신용카드 정보가 암시장에서 최고 비싼 값에 팔린다"고 했다.
한국인 카드 정보는 인기 없는 반면, 한국 백화점과 면세점들은 위조 신용카드 사용자의 천국이다. 위조 카드는 카드 사용 한도를 모르기 때문에 범죄 조직원들은 물건값을 결제할 때 승인 거절을 당하는 경우가 훨씬 많다. 그래서 승인이 거절되면 한도를 낮춰 다시 결제를 시도하거나 다른 위조 카드를 매장 직원에게 제시한다. 루마니아인 P는 모두 88차례에 걸쳐 7억7000만원 상당의 물품 결제를 시도했으나 50여 차례는 승인 거절을 당하고 30여 차례 결제에 성공했다. 통상 위조카드 결제 성공률은 10~30%라고 한다.
위조 신용카드의 천국인 한국
문제는 범죄자들이 계속해서 다른 카드를 제시하는데도 매장에선 별다른 의심을 품지 않는 데 있다. 위조 카드 사용에 따른 피해를 매장이 아니라 카드사가 책임지기 때문에 매장에선 일단 팔고 보자는 심리가 강하다고 한다.
최근 2년간 44명을 구속하는 등 80명의 신용카드 위조 사범을 적발한 국제범죄수사2대 정용희 팀장은 "10여 차례 이상 결제가 거절되는데도 매장 측은 카드 부정사용 의혹을 카드사에 알려주지 않는다"면서 "작년 말 50만원 이상 신용카드 구매자 신분 확인 제도까지 폐지돼 국내 호화품 매장은 외국인 범죄 조직의 타깃이 되고 있다"고 했다. 위조 카드가 사용되면 정보가 유출된 외국인은 피해 책임이 없으며, 외국 카드 발급사는 자신들의 매출 전표를 취급하는 국내의 하나카드와 삼성카드, 신한카드, 롯데카드 등에 손해를 떠넘긴다.
국내 매장의 신용카드 결제 단말기가 대부분 마그네틱 카드용 단말기라는 점도 범죄 조직엔 엄청난 매력이다. 범죄 조직들은 마그네틱 카드까진 위조가 가능해도 아직 IC칩 카드는 위조하지 못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IC칩은 신용카드 번호 맨 앞자리 위의 가로 세로 각각 1㎝ 정도 크기의 칩을 말한다. 요즘 신용카드는 IC칩과 마그네틱을 모두 갖추고 있어, 매장에서 IC칩 카드용 단말기를 사용하면 위조 카드를 원천 차단할 수 있지만, 국내에선 은행 등 일부에서만 IC칩카드용 단말기를 사용한다. 유럽 매장은 IC칩카드용 단말기를 많이 사용하는 반면, 우리나라와 미국, 동남아 국가 등에선 여전히 마그네틱 카드용 단말기가 주류를 이루고 있다. IC칩카드 단말기 교체엔 수천억원의 비용이 드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렇게 범죄에 유리한 환경 탓에 일부 외국 조직원은 다른 나라에 갈 때 일부러 한국을 경유지로 선택해 인천공항 면세점에서 위조 카드로 물건을 사서 비행기를 바꿔 타고 가기도 한다. 황석진 경찰수사연구원 외래교수는 "최근 말레이시아, 영국, 루마니아 등 외국인 신용카드 범죄 조직들이 잇따라 한국을 범행 대상으로 삼고 있다"면서 "마그네틱 카드 단말기가 계속 사용되는 한 우리 면세점과 백화점을 노린 외국인 범죄는 계속 늘어날 수밖에 없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