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정치민주연합 안철수 전 대표가 문재인 대표가 제안한 이른바 '문-안-박 공동지도부'에 대한 입장을 밝혔다.
<안철수 문·안·박 연대 관련 입장발표 기자회견문>
"비상한 각오와 담대한 결단으로 다시 시작할 때입니다"
존경하는 국민여러분,
사랑하는 당원동지 여러분,
안철수입니다.
많은 분들을 만났습니다. 많은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야당엔 답이 없다고들 입을 모았습니다. 심지어 많은 이들이 야당은 정권교체를 포기한 사람들 아니냐, 국회의원이 직업이 된 것이고, 배가 불러서 목표를 잃었다고 질타했습니다.
이런 이야기를 하는 분들은 여당 지지자들이 아닙니다. 그동안 선거에서 미워도, 마음에 차지 않아도 우리를 찍어주셨던 분들입니다. 그런 분들의 눈물겨운 표로 우리 당은 두 번 집권했고, 지금의 제1야당의 의석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런데 그렇게 수십 년 우리 당을 바라보고 지켜주셨던 분들이 지금 우리에게 등을 돌리고 있습니다. 이제는 투표하지 않겠다고 합니다. 위기입니다. 우리는 지금 절벽 끝에 서있습니다. 우리의 현실을 직시해야 합니다.
정당은 무엇입니까?
집권이라는 목표를 잃은 정당은 존립가치를 잃은 것입니다. 지금 우리당에 대한 지지자들과 국민의 회의와 비판 그리고 절망을 직시해야 합니다. 우리는 실로 존폐의 기로에 서있습니다.
지난 9월 초부터 혁신하고 또 혁신하자는 저의 고언은 그런 위기감에 따른 것입니다. 저는 제 혁신안이 유일한 정답이라고 주장하지 않습니다.
제 혁신안이 마중물이 되어서 더 많은 혁신논쟁, 혁신경쟁으로 이어지고 우리당의 새로운 활로를 찾기를 원했고 지금도 그런 변화를 소망합니다.
문재인 대표께서 제안하신 문안박 임시지도체제도 깊이 생각해 보았습니다. 문 대표의 제안은 깊은 고뇌의 결과라고 생각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문안박 연대만으로는 우리 당의 활로를 여는데 충분하지 않습니다.
당의 화합과 당 밖의 통합이 이루어질 지도 미지수입니다.
등 돌린 지지자들의 마음을 되돌릴 수 있을지도 불확실합니다. 당의 변화를 온 몸으로 느끼며 진실로 모두가 화합하는 감동과 파격을 만들기에 부족합니다. 지금은 더 담대하고 더 근본적인 변화가 필요합니다.
이를 위한 첫 번째 단계로, 문 대표와 저를 포함한 모든 분이 참여하는 '혁신전당대회 개최'를 제안합니다.
혁신전당대회를 통해 혁신의 구체적인 내용과 정권교체의 비전을 가지고 경쟁해야 합니다. 이를 통해 주류와 비주류의 반목과 계파패권주의도 함께 녹여내야 합니다. 혁신전당대회로 새로운 리더십을 세울 때만이 혁신과 통합의 동력을 만들어 낼 수 있습니다.
저는 계파도 없고 조직도 없습니다. 세력은 더 더욱 없습니다. 저로서는 감당하기 어려운 시험이 될 수 있습니다. 그래도 좋습니다. 혁신을 이루고 통합을 이루어 총선돌파와 정권교체의 가능성만 높일 수 있다면 기꺼이 그렇게 하겠습니다.
혁신전당대회를 통해 국민과 당원의 뜻에 깨끗하게 승복하고, 모두가 혁신과 통합의 길에 함께 선다면 우리 당을 바꾸고, 국민의 신뢰를 되찾는 소중한 계기가 될 것입니다.
두 번째 단계로, '통합적 국민저항체제'를 구축해야 합니다. 새로운 지도부는 천정배의원 등이 추진하는 신당과 통합을 추진해야 합니다.
지금 우리 당에 주어진 두 가지 과제는 낡은 타성과 체질을 바꾸는 ‘근본적 혁신’과 박근혜정권의 독단과 폭주를 저지하는 '통합적 국민저항체제'를 만들어 내는 것입니다.
새로운 지도부가 혁신을 진정성 있게 실천하고, 야권인사 모두가 참여하는 통합적 국민저항체제를 제안한다면 당 밖의 많은 분들의 결단을 기대할 수 있다고 확신합니다.
혁신경쟁체제와 통합적 국민저항체제는 당을 분열에서 통합으로, 과거에서 미래로, 낡은 타성에서 새로움으로 바꾸어냄은 물론, 일사불란한 총선체제를 세워 낼 것입니다.
존경하는 국민여러분, 당원동지여러분
내년 총선에서 야당이 참패하면 이 나라의 미래에 무슨 일이 벌어질 것인지, 실로 두렵습니다.
구체제를 부활시키려는 역사의 퇴보를 막을 수 없을 것입니다.
국민의 삶은 더욱 피폐해질 것입니다. 박근혜 정권에 분노하고 절망하는 국민을 대변할 책임이 우리 당에 있지만 참담하게도 우리는 너무나 무기력 합니다. 2017년 정권교체를 생각하기에는 2016년 총선전망조차 암담합니다.
더 큰 변화가 필요합니다. 지금 우리 모두에게 필요한 것은 모든 것을 백지상태에서 다시 시작하겠다는 각오와 결단입니다.
그리고 그 각오와 결단을 국민과 당원동지들의 참여 속에 인정받고 실천해 내는 것입니다.
문재인 대표를 비롯한 당 지도부의 결단을 기대합니다.
고맙습니다.
2015. 11. 29 안철수
문·안·박 연대의 열쇠를 쥔 안 의원이 29일 입장을 밝힐 예정이었다. 하루 전날인 28일엔 문 대표와 안 의원이 전격 회동할 가능성이 거론되고 있다. 안 의원 측 핵심 관계자는 27일 “안 의원이 당을 근본적으로 뜯어고치기 위한 구체적 혁신 계획을 준비 중”이라며 “이 안을 토대로 28일 문 대표와 만날 것 같다”고 전했다. 문 대표 핵심측근도 “안 의원에게 충분한 시간을 드리고 있는 중”이라며 “안 의원이 구체적인 안을 준비해 온다면 안 만날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
문·안 회동을 앞두고 우상호·김기식 의원 등 초·재선 의원 48명은 이날 성명을 내고 “안 의원의 문·안·박 체제 참여가 당 단합으로 가는 길”이라고 강조했다. 김경수 경남도당위원장 등 원외 시도당위원장·지역위원장 80명도 “문·안·박 연대는 혁신과 단합, 총선 승리를 위해 매우 적절하다”는 성명을 발표했다.
반면 박지원·주승용 의원 등 호남 의원 18명은 “문·안·박 구상으로는 미흡하고, 문 대표가 (최근 광주 방문 시) 비주류를 향해 공천권을 요구하는 것으로 폄훼한 데 대해 사과하라”는 성명을 냈다. 이날 당 최고위원·중진의원 비공개 연석회의 때 문 대표는 “특정인이나 세력을 겨냥한 게 아니다”며 유감을 표했다. 또 ‘문·안·박 연대는 영남 연대’라는 비주류 일각의 비판에 대해서도 “당내에서 국민들의 지지를 받은 분들을 얘기하다 보니 그렇게 된 것”이라고 해명했다고 김성수 대변인이 전했다.
이런 상황에서 새정치민주연합 오영식 최고위원이 이날 최고위원직을 사퇴했다. 오 최고위원은 기자회견에서 “2·8 전당대회를 통한 최고위원직 선출 이후 연이어 선거에 패배하고 혁신과 통합 과정에서 당원·국민 요구에 부응하지 못했다”며 “저부터 내려놓겠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문·안·박 연대를 넘어서 계파구도를 벗어난 새로운 세대교체형 리더십을 만들자”고 주장했다.
한 중진 의원은 “오 최고위원의 주장은 통합 전당대회를 치러 기존 최고위 대신 서울 박영선, 경기 조정식, 부산 김영춘, 대구 김부겸 등의 비상기구를 만들고 문·안은 2선으로 후퇴해 대선 국면에나 나오라는 요구”라며 “현실성이 없는 돌출행동”이라고 비판했다. 오 최고위원의 사퇴가 전병헌·정청래 최고위원 등 범주류 측의 연쇄 퇴진을 몰고 올 가능성은 작은 상황이다. 전 최고위원은 “지금 뛰어내리는 것은 무책임하다” 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