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은 반 학생들의 따돌림으로 스스로 목숨을 끊은 피해 학생에 대해 가해 학생들의 부모와 서울시에 배상 책임을 묻는 판결이 나왔다.
서울중앙지법은 따돌림을 견디다 못해 아파트 옥상에서 투신해 스스로 목숨을 끊은 중학생 A양의 유가족이 가해 학생과 교사, 서울시를 상대로 4억여 원을 청구한 손해배상 소송에서 “가해자 부모와 서울시가 1억 3백만 원을 배상하라”고 판결했다.
지난 2011년 서울의 한 중학교 2학년이었던 A양은 3월부터 같은 반 학생 5명으로부터 괴롭힘을 당했다. 이 5명은 필통으로 A양의 머리를 치고 주먹으로 어깨와 팔 등을 때리고, A양이 가족여행을 간 사이 A양의 책상을 엎고 서랍에 물을 부어 교과서를 젖게 만들기도 했다. A양 휴대전화를 교실 난방기 밑에 숨기고, A양이 선물로 받아 가방에 넣어 놓은 과자를 훔쳐가기도 했다.
A양 부모는 학교장에게 조치를 요구했다. A양이 계속 괴롭힘을 당하자 담임교사에게도 전화를 걸었다. 그러나 담임교사는 “싸우지 말라”고 훈계만 하고 별다른 조치를 하지 않았다. A양은 괴롭힘을 당하면서도 지각이나 결석을 하지 않았고 우울증 증세를 보이지 않았다. 학교 인성검사에서도 심리적으로 문제가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재판부는 “A양이 괴롭힘을 당하다 결국 자살에 이르게 됐다”면서도 “자살은 A양이 선택한 것이고, 자녀 보호의 양육에 관한 일차적인 책임은 부모에게 있다”며 가해자 부모의 책임을 20%로 제한했다.
A양은 그해 11월 17일 체육 시간에 같은 반 학생들과 공놀이를 했고, 공이 담 밖으로 넘어가자 A양이 공을 주워왔다. 하지만 A양이 주워온 공은 다른 공이었다. 학생들이 ‘공을 다시 가져오라’고 시켰지만 A양은 교실로 들어가버렸다. 평소 A양을 괴롭히던 학생들은 다음 날 A양에게 사과를 요구하며 시비를 걸었다. A양을 둘러싸고 욕설을 했고, “계속 나대면 X진다”며 머리채를 잡아 흔들었다. 결국 A양은 그날 하교 후 집 인근 아파트 15층 옥상으로 올라가 투신해 숨졌다.
재판부는 "A양이 괴롭힘을 당하다 결국 정신적 고통을 견디지 못해 자살에 이르게 됐다"면서도 "자살을 선택한 것은 A양의 선택이며, 자녀 보호의 양육에 관한 일차적 책임은 부모에게 있다"고 했다. 가해자 부모의 책임은 20%로 제한했다.
재판부는 A양의 담임교사에 대해선 “보호감독의무를 소홀히 한 것은 맞지만 고의로 주의를 기울이지 않았다고 볼 수 없어 담임 교사 개인에게 손해배상 책임을 물을 수는 없다”고 판단했다. 교장에 대해서도 “A양 부모의 신고를 받고, 교사들에게 신고 내용을 확인하고 조치를 취할 것을 지시했다”며 배상 책임을 인정하지 않았다. 다만, 재판부는 지자체인 서울시는 국가배상법에 따라 공무원인 담임 교사의 과실에 대한 배상 책임이 인정된다면서, 1억300만원 중 2150만원을 서울시가 부담하라고 판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