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나라 살림살이 규모가 올해보다 약 3% 늘어난 386조4000억원(세출)으로 확정됐다. 여야는 3일 새벽 국회 본회의에서 총액 386조4000억원(세출 기준) 규모의 새해 예산안을 통과시켰다. 2일 밤 본회의가 열렸지만 법안처리가 지연되면서 법정시한(2일)을 넘겨 차수 변경을 통해 처리했다. 정의화 국회의장이 3일 새벽 국회 본회의에서 총액 386조4000억원 규모의 새해 예산안 가결을 선포하고 있다. 여야는 또 관광진흥법 등 5개 쟁점법안도 막판 진통 끝에 합의 처리했다.
여야는 이날 본회의에서 정부가 제출한 386조7000억원보다 3000억원이 삭감된 386조4000억원 규모의 내년도 예산안을 표결로 처리했다. 당초 정부안 중 3조8000억원이 감액됐고, 국회 심의과정에서 3조5000억원이 증액됐다. 일반·지방행정 분야 1조4000억원, 국방 분야 2000억원, 예비비 2000억원 등이 삭감됐다. 국회는 3일 오전0시48분 예산안을 의결, 헌법상 예산안 처리시한인 12월2일 자정을 넘겼다.
주요 증액 예산은 사회복지 5000억원, 교통·물류 4000억원, 산업·중소기업·에너지 2000억원 등이다. 여야 간 논란이 됐던 누리과정(만 3~5세 무상보육) 예산은 예비비에서 3000억원을 우회 지원키로 했다. 여야는 예산안 부수법안인 2018년부터 종교인에게도 과세하는 내용을 담은 소득세법, 법인세법, 상속세·증여세법, 조세특례제한법, 공탁법 개정안 등도 함께 처리했다.
이와 함께 여야는 학교 주변 75m를 벗어나면 호텔 건립을 허용하는 관광진흥법 개정안을 비롯해 외국인 환자 유치를 지원하는 국제의료사업지원법, 공공산후조리원 설립과 관련된 모자보건법, 대리점거래공정화법(일명 ‘남양유업 방지법’), 전공의의 수련환경 개선 및 지위 향상을 위한 법률도 통과시켰다. 서울 등 수도권에서 대규모 호텔에 대해 5년간 한시적으로 관광진흥법이 적용된다. 대리점 본사가 가맹점에 대해 물량 밀어내기 등 무리한 '갑질'은 할 수 없게 금지된다. 지방자치단체의 공공산후조리원 설립이 가능해지고 해외환자 유치 등 국제의료사업도 허용된다.
예산부수법안으로 지정된 법인세법·소득세법·개별소비세법 등 개정에 따라 녹용, 향수, 카메라 등은 개별소비세 과세대상에서 제외하고 연매출 10억 초과 개인사업자는 신용카드 세액공제 대상에서 제외한다. 골프장 입장객 개별소비세는 전국 공통 1인당 1만2000원이지만 제주도는 2017년까지 75% 감면된 3000원만 부과한다.
내년부터 부모와 10년 이상 함께 산 무주택 자녀(미성년기간 제외)가 주택을 상속받을 때 공제율이 40%에서 80%로 늘어난다. 농협, 신협, 새마을금고 등 상호금융기관의 예탁금·출자금에 대한 비과세 일몰이 2018년말로 3년 연장된다. 조세특례제한법 내용 가운데 기업 활력 제고를 위한 특별법(원샷법), 민간임대주택특별법(뉴스테이법)에 따른 세제지원책도 포함됐다.
국회는 국제의료사업지원법, 모자보건법, 전공의 수련환경 개선 및 지위향상법. 관광진흥법, 대리점거래 공정화법 등 여야가 전날 합의한 5개 쟁점법안을 이날 본회의에 올려 극적으로 통과시켰다. 국회의장이 사실상 직권으로 본회의에 올리는 방식으로 예산안과 함께 의결했다.앞서 여야는 새누리당 원유철, 새정치민주연합 이종걸 원내대표 등 여야 원내지도부가 전날 밤부터 이날 새벽까지 마라톤협상을 벌여 5개 쟁점법안을 이날 본회의에서 처리키로 합의했다. 하지만 내부 반발에 부딪히면서 밤늦게까지 예산안·법안 처리에 진통을 거듭했다.
새정치연합 소속 이상민 법제사법위원장이 “5일 숙려기간이 지나지 않았다”고 강하게 반발하고, 각 상임위 새정치연합 의원들도 처리 반대 의사를 표명하면서 제동이 걸렸다. 이에 정의화 국회의장은 이날 오후 5개 쟁점법안을 상임위 의결을 거치지 않고 본회의에 ‘직권상정’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새정치연합은 이날 밤 긴급의총을 열고 격론을 벌인 끝에 원내지도부 합의 내용을 추인했다.
숙려기간을 고려해 국회의장이 8일을 심사기간으로 지정, 이후 처리하는 방안이 제기됐다. 하지만 새누리당은 여야 합의에 따라 이날 반드시 의결해야 한다고 강력 요구했다. 이에 정의화 의장은 심사기간을 오후 11시30분으로 지정, 5개 법안도 이날중 처리할 의지를 비쳤다. 야당의 입장이 최종 변수가 된 가운데 새정치연합은 장시간 의원총회를 진행하고 가까스로 이를 추인했다. 야당은 그대신 원샷법과 대·중소기업 상생협력 촉진법, 서비스산업발전기본법, 사회적경제기본법안, 테러방지법, 북한인권법 등을 9일까지인 이번 정기국회 내 '합의처리'하자는 합의문 문구를 '합의 후 처리'로 막판 조정했다. 이런 과정 끝에 본회의는 오후 11시10분에야 시작했다.
누리과정은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예산안 협상의 최대 난관이었다. 여야는 무상보육 정부지원을 둘러싼 시각차를 드러내며 근본적 대책을 찾지 못했다. 노동개혁 관련 5개 법안은 임시국회를 별도로 소집해 처리하기로 했으나 여당은 이달 내 처리를 강조하고 야당은 시기를 못박지 않아 불씨를 남겼다.
여야는 다만 국회 환경노동위원회에 계류된 ‘노동개혁 5대 법안’은 이달 중 소집될 것으로 보이는 임시국회에서 합의한 후 처리하기로 했다. 이에 따라 노동개혁 5대 법안의 정기국회 처리는 무산됐다. 여야는 또 기업활력제고특별법(일명 ‘원샷법’), 대·중소기업상생협력촉진법, 서비스산업발전기본법, 사회적경제기본법, 테러방지법, 북한인권법도 이번 정기국회 내 합의한 후 처리키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