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5일) 오후 서울 도심에서 백남기씨의 쾌유를 기원하고 노동법 개정을 규탄하는 대규모 집회가 열린다. 지난달 14일 있었던 집회에 이어 두번째 열리는 것이며, 당초 경찰이 금지했지만 주최측이 낸 가처분 신청을 법원이 받아들였다. 1차 집회 때 물리적 충돌이 있었고. 현재 집회 참가자들이 속속 모이고 있는데 경찰도 주변 경비를 강화하고 있다.
[서울, 연합통신넷= 김현태기자] 이날 오후 12시쯤 서울 종로구 서린동 종각역 인근엔 청소년 300여명이 모여 ‘청소년 민중총궐기’ 행사를 열었다. 손에는 저마다 스케치북 등에 직접 쓴 피켓을 하나씩 들었다. “역사는 침몰하지 않는다”, “한쪽 귀가 아닌 양쪽 귀를 열어주세요” 등 정부의 역사교과서 국정화 강행에 반대하는 내용이 많았다.
각양각색의 피켓을 든 청소년들은 두줄로 100m가량 길게 늘어서서 피켓 시위를 진행했다. 행인들도 발걸음을 멈추고 스케치북에 쓰인 내용을 유심히 읽어보거나, “멋있다”고 격려하는 대학생들도 있었다.
이날 오후 3시부터 서울광장에서 열리는 민중총궐기대회 참석 차 상경한 농민회가 깃발을 들고 지나치자, 피켓 시위를 진행하던 청소년들이 소리 높여 환호했다. ‘농민 할아버지·할머니’와 10대 청소년들이 서로 “추운데 고생한다”며 손을 흔들며 격려했다.
이날 청소년 민중총궐기에 참여한 중학교 3학년 김모양(15)은 “날씨는 춥지만 집에 있는 것보다 이게 더 중요한 일이라 나오게 됐다”며 “교과서가 국정화되면 내용도 편향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김양의 친구 최모양(15)이 옆에서 “어른들은 우리가 뭘 몰라서 반대한다고 하는데, 이 정도 나이면 우리도 알 것은 다 안다”며 “국정 교과서는 말도 안되는 얘기”라고 거들었다.
인천지역 고등학교에 재학 중인 권모양(17)은 자유발언대 마이크를 잡고 “과거에도 결정적으로 민주화를 이뤄낸 건 학생과 교수들이 거리에 나왔을 때”라며 “유관순이 3·1운동에서 만세를 외쳤을 때 유관순 역시 청소년이었다. 아직 우리는 어리지만 모르지 않는다. 우리만이 할 수 있다”고 말했다. 경기도의 한 중학교에 다니는 김성희양(15·가명)은 “교과서 국정화가 과거를 덮으려고 하는 시도라는 느낌이 강하다는 생각에 이곳에 나오게 됐다”며 “학생들은 올바른 역사를 배워야 한다. 올바른 역사란 모두에게 공평한 역사를 알려주는 것, 사심이 섞이지 않은, 최대한 객관적인 역사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날 ‘청소년 민중총궐기’를 제안한 대표 고교 2학년 김지연양(17·가명)은 “지난 14일 백남기씨 사건 이후 이런저런 말이 많았는데, 경찰의 강경 대응이 너무 심했다고 생각한다”며 “민중총궐기에 나왔던 요구사항 중에 (국정교과서 반대 등) 우리 청소년들의 문제인 것도 있어서 오늘 집회를 제안하게 됐다”고 말했다.
청소년들은 종각역 일대에서 피켓 시위를 마친 뒤 오후 3시부터 2차 민중총궐기 대회가 열리는 서울광장 쪽으로 행진한 후 집회를 마무리 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