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제2공항 건설 예정지인 서귀포시 성산읍 일대의 외지인 토지 취득이 1년 새 급증, 사전 정보 유출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25일 제주도에 따르면 올 들어 현재까지 제2공항 입지로 선정된 서귀포시 성산읍 지역에서 외지인이 취득한 토지는 총 1328필지, 280만6567㎡로 집계됐다. 이는 지난해 1078필지, 229만9099㎡에 비해 필지 수는 23.2%, 면적은 22.1% 각각 증가한 것이다.
특히 국토교통부가 올해 3분기(7∼9월) 지가상승률을 분석한 결과 성산읍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3.75%포인트 상승해 제주도 내 읍·면·동 가운데 상승폭이 가장 컸다. 성산읍 일대의 외지인 토지 취득은 2012년 579필지 103만6360㎡, 2013년 739필지 132만6117㎡로 해마다 증가했다. 2012년부터 현재까지 성산읍에서 외지인이 취득한 토지는 총 3724필지 746만8143㎡에 이른다.
이 때문에 상반기에 예비 타당성조사를 마치고 중순부터 기본계획을 수립하려던 계획이 불가능해졌다.
만약 내년 가을 추경예산이 편성되면 내년 말부터 기본계획 수립에 들어가고 그렇지 않으면 2017년도 예산을 받게 된다.
일각에서는 제주공항 확충 인프라 타당성 용역팀이 산정한 사업비 4조1천억원 가운데 5천억원이 보상비인 점에 착안해 부지면적(495만8천㎡)으로 나눠 계산하면 평당(3.3㎡) 보상금이 30만원대라는 계산을 내놓았다.
하지만 국토부는 말이 안 된다고 선을 긋는다.
보상비에는 토지보상비 뿐만 아니라 가옥보상, 영업손실, 유실수 등 모든 비용이 포함되고 무엇보다 타당성 용역팀은 실제 부지를 조사한게 아니라 대략적으로 다른 사업과 비교했을 때 5천억원 규모일 것이라고 추정한 것이기 때문이다.
국토부가 기본계획을 수립하면서 한국감정원에 보상업무를 위탁하면 감정원이 필지별로 직접 찾아다니며 토지, 건물, 과실수 등의 가치를 평가하게 된다.
국토부 관계자는 "다른 SOC(사회간접자본) 사업과 마찬가지로 실거래가를 감안한 감정평가 금액을 보상하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앞서 원희룡 제주지사는 땅값이 들썩이는 데 대해 "토지거래허가구역을 확대할 것인지 심각하게 실시간으로 보고 있다"며 "언제든지 의사결정이 가능한 상태"라고 말했다.
제주도는 성산읍 전체를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지정했고 서귀포시는 보상금을 노린 불법 개발행위를 막고자 합동단속반을 운영하고 있다.
제주 제2공항 정보 샜나.. 외지인들 '땅 사재기'
이처럼 해마다 외지인의 토지 취득이 급증하면서 지난 10일 기준으로 성산읍 전체 토지 5만2441필지 1억761만㎡ 중 1만3489필지(25.7%) 4023만8000㎡(37.4%)가 외지인에게 넘어간 것으로 확인됐다. 제2공항 건설 부지에 저촉되는 고성리와 난산리, 수산리, 신산리, 온평리 5개 마을의 전체 토지 3만2771필지 6851만㎡ 중에는 8686필지(26.5%) 2713만9000㎡(39.6%)가 외지인 소유다.
제주도의회 신관홍 의원은 “입지를 제주도민만 모르고 다른 지역에서는 다 알아서 투기세력이 들어왔다는 얘기도 나온다”며 “제주도가 입지에 대해서는 모른다고만 하다가 (국토부가) 깜짝 발표를 하니 주민들이 반발하고 있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또 이경용 의원은 “제2공항이 준공되고 토지거래허가구역이 풀린 뒤에 토지가격이 많이 오르면 주민들이 보상받은 금액으로는 그 지역에서 토지를 매입하거나 영업을 하거나 할 방안이 없다”고 지적했다.
이에 따라 제주도는 2012년부터 토지 거래 현황을 분석하고 투기적 거래 행위를 철저히 조사하기로 했다. 밭과 과수원 등 농지에 대해서는 실소유자 경작 여부, 무단 임대 영농 등 농지법 위반 실태를 전수 조사할 방침이다.
도는 부동산 거래 신고내역 중 거래금액을 낮추거나 높여 신고하는 다운계약 또는 업계약 신고 등 허위신고 여부를 조사해 적발되면 과태료를 물리고 국세청에 통보할 예정이다.
제2공항 건설 예정지 마을은 대책위원회를 구성하는 등 공항 건설 반대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한편 원희룡 제주지사는 지난 23일 국토교통부 기자단과 간담회를 열고 제주 제2공항 주변을 공공 주도 아래 ‘에어시티’로 조성하고 이를 개발한 이익이 지역주민에게 돌아가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원 지사는 제2공항 개항과 관련해 “2020년부터 제주공항이 포화하기에 개항을 2023년으로 2년 앞당기고자 청와대와 최경환 경제 부총리를 잇달아 찾아가 협조를 요청했다”며 “국토부도 최대한 줄여보자는 입장”이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