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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 사격 후 '귀에서 웅'..귀먹은 건 정부 대책..
사회

군 사격 후 '귀에서 웅'..귀먹은 건 정부 대책

온라인뉴스 기자 입력 2015/12/07 22:50
군 이명 피해..인권위 조사 권고에도 내년 예산 0원'공무 중 부상' 인정 16%뿐..피해보상 비율은 5%

1973년 입대해 포병으로 근무한 박모씨(63)는 105㎜ 포사격 훈련 때 폭발음과 함께 귀에서 요동을 치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 이후 40년이 넘도록 박씨는 매미 소리 같기도 하고 귀뚜라미 울음 같기도 한 이명(耳鳴)에 시달려왔다. 하루 종일 끊이지 않는 이명 때문에 우울증까지 찾아와 수면제 없이는 잠도 잘 수 없었다. 은퇴 후 공인중개사 시험을 치를 때는 어지럼증 때문에 손이 떨려 자기 이름조차 제대로 쓰지 못했다. 박씨는 여러 차례 국가보훈처를 찾았지만 ‘공무수행과의 인과관계가 파악되지 않는다’는 이유로 거부당했다.

1994년 입대해 소총수로 근무했던 윤모씨(41)도 부대에서 사격을 하던 중 이명이 왔다. 50발 정도를 연속으로 쏘고 난 후 왼쪽 귀에서 ‘웅~’하는 소음이 들렸다. 전역 후 직장을 구할 때마다 신체검사에서 부적격 판정을 받았다. 윤씨 역시 보훈처를 찾았지만 “군 진료기록을 찾을 수 없다”면서 공상으로 인정해주지 않았다. 윤씨는 아직도 이명이 들리는 왼쪽 귀로는 전화를 받을 수 없고 어지럼증도 동반돼 매일 아침 진통제를 먹는다.


 

‘귀울림 현상’이라고도 불리는 이명은 소음성 난청 중 하나로, 귓속에서 매미울음 같은 소리가 계속 들리는 증상을 동반한다. 사격·포격 같은 120㏈(데시벨)이 넘는 폭발음에 노출될 경우 이명이 나타날 가능성이 높다.


2012년 국가인권위원회가 군에서 이명 피해를 본 이들에 대한 국가유공자 등록 요건 완화와 피해 실태조사 실시 등을 관련 당국에 권고한 지 3년이 지났지만 아직 관련 예산조차 편성되지 않고 있다. 보훈처에 따르면 2010~2014년 이명·난청 신청자 중 84%가 공상 인정을 받지 못했다. 인정받은 경우도 피해보상을 받은 사례는 5%에 불과했다.

보훈처는 2013년부터 군 복무와 이명피해의 인과관계를 밝히는 역학조사를 하겠다며 예산 16억원을 책정했지만 번번이 삭감됐다. 2016년도 예산안에서도 배정을 받지 못했다. 보훈처 관계자는 “역학조사는 군 복무 중 발생한 이명의 특수성을 규명하고 객관적인 판정 기준을 마련하려는 시도”라며 “부처 우선순위에 밀려 예산 배정을 못 받은 것 같다. 2017년도 예산 확보를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군 이명 피해자연대 이민석 사무총장은 “20대 젊은 나이에 영구적인 이명을 얻은 사람들이 ‘공무수행과 인과관계가 없다’, ‘진료기록이 없다’는 이유로 공상 인정조차 못 받는 경우가 많다”면서 “나라를 지키려다 피해를 본 사람들의 고통을 더 이상 방치해서는 안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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