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취재후 회사로 복귀하던 중 원효대교를 건넌 일이 있다. 그러다 문득 궁금증이 일었다.
'왜 원효대교일까?'
그러고 보니 '영동대교'란 이름도 '양화대교'란 이름도 의아했다. 마포동은 있고, 한남동도 있다. 그런데 영동동이란 것도 없고 양화동이란 것도 없다.
이걸 계기로 취재차에 같이 타고 있던 촬영감독과 난 한강 다리에 대해서 알아보기 시작했다. 백과사전을 찾아보다 궁금증이 풀리지 않아 직접 서울시청에 전화를 걸었다. 주택건축과에 문의하니 교량건설과로 돌려줬다. 교량건설과에서는 지명위원회의 자문을 받고 한다고 했다. 지자체 지명위원회를 검색하니 역사편찬원이란 곳이 나왔다.
"원래 이름은 한강제1교, 한강제2교, 한강제3교였다. 올림픽이 시작되면서 지역의 특성을 살려서 재명명하라고 주문했다. 그래서 바꾸게 된 것이 지금의 한강다리 이름이다."
"어떤 곳은 반포대교이고 어떤 곳은 마포대교인데 어떤 곳은 위 지역의 이름을 따고, 어떤 지역은 아래 지역 이름을 땄는데 그건 왜인가요?"라는 질문에 담당자는 "모른다"고 했다. 그렇게 시작한 프로젝트 '한강 다리 얼마나 알고 있으신가요?'. 눈이 펑펑 쏟아지던 지난 3일 우리는 한강 다리를 찍으며 한강의 의미를 되새겨 봤다.
참 다양한 다리가 있다. ▲가장 긴 다리 방화대교와 가장 짧은 다리 잠수교 ▲최초란 타이틀을 가지고 있는 한강철교와 한강대교 ▲아픔을 딛고 새롭게 거듭난 다리 성수대교 ▲희망의 다리로 거듭난 마포대교 ▲노래로 더 유명한 다리들 등등.
이야기가 있는 한강 다리에 대해서 세부적으로 살펴보자.
◆ 가장 긴 다리 '방화대교'
길이 2,559m, 너비 31.1m로, 한강 횡단 교량 중 가장 길다. 1995년 12월 29일 착공해 2000년 9월 30일 완공됐다. 중앙부 540m의 아치트러스(arch truss)교는 비행기의 이착륙을 형상화한 것이 특징이다.
자동차 전용 6차선 고속도로로, 인천국제공항과 서울 간의 유일한 관문이다. 사회간접자본시설에 대한 민간자본유치 촉진법에 의한 제1호 민자유치사업으로 추진됐으며, 11개 건설회사가 민간자본을 공동출자하여 만든 유료도로다.
◆ 가장 짧은 다리 '잠수교'
길이 795m에 너비 18m인 잠수교는 1976년 7월에 완공됐다. 2층의 반포대교와 붙어있는 한국 최초의 2층 교량이다. 한강 범람 시에는 물 밑에 가라앉도록 돼 있고, 원래는 바지선이 다닐 수 있게 승개 장치를 썼다가 나중에 유럼선이 지나다닐 수 있도록 다리의 한 쪽을 영구적으로 들어 올려 지금의 모습이 됐다. 특히 잠수교는 홍수시에 한강의 수위를 알려주는 큰 구실을 담당하고 있는 중요한 다리다.
◆ 한강에 가설된 최초의 교량 '한강철교'
1900년에 준공된 한강 철교. 한강철교를 이해하려면 역사적 지식이 필요하다. <<한국 향토문화대전 -구로구편>>에 나오는 내용이다.
◆ 최초의 인도교 '한강대교'
길이 1,005m로 한강에 가설된 인도교다. 사람과 우마차가 다니도록 건설된 교량이다. 1917년 10월에 준공됐다. 개통 초기에는 제1한강교라고 불리었다. 1925년 대홍수로 중간 둑이 유실돼 1929년 9월 완공됐다. 1984년 11월 한강대교로 바뀌었다. 현재는 차량과 사람이 모두 통행할 수 있으며, 서울 도심과 여의도 동부의 노량진을 연결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
철교와 대교의 차이에 대해서 부연 설명하자면, 철교는 철도가 부설돼 있어 열차가 지나다닐 수 있도록 만든 다리이고, 대교는 규모가 크고 자동차가 다니는 다리를 말한다.
◆ 아픔을 딛고 새롭게 거듭난 '성수대교'
길이 1,160.8m, 너비 35m인 8차선 도로로 1979년 준공됐다. 서울 강남의 영동지구 신시가지 개발에 따른 막대한 교통량을 잠실대교·영동대교·한남대교·반포대교 등과 함께 해소하기 위해 건설됐다.
건설 당시의 부실시공으로 1994년 10월 붕괴해 수십 명의 사상자를 낸 이후 전면 보수공사를 실시, 1997년 재개통했다. 복구된 성수대교는 통과하중이 1등급으로 향상됐고, 진도5의 강진에 견딜 수 있도록 내진 설계가 됐다.
◆ '생명의 다리'로 거듭난 '마포대교'
길이 1,390m 너비 25m로 1970년 5월에 준공했다. 처음에는 서울대교라 부르다가 마포대교로 이름을 고쳤다. 영등포·김포·인천·수원 방면의 교통을 담당하여 수도권의 중요간선도로망을 형성하고 있다.
마포대교는 '죽음의 다리'라는 오명을 안고 있었다. 마포대교에서 자살 시도가 매년 늘고 있어서다. 이에 서울시는 2012년부터 삼성생명과 함께 마포대교와 한강대교를 '생명의 다리'로 변모시키려는 사업을 진행했다. 마포대교 위에 조명장치, 자살 예방 문구 등이 설치하며 '생명의 다리'로 변화를 시도하고 있다.
또한, 올해 초 서울시는 마포대교 난간을 2m 높이로 바꾸는 방식을 검토 중이다. 마포대교의 오명을 떼기 위한 특단의 조처다. 그 외에 마포대교는 2013년에 개봉한 더 테러 라이브에서 범인의 표적이 되어서 폭발사고가 일어난 곳의 배경이 되기도 했다. 2014년 3월 30일에는 영화 어벤져스: 에이지 오브 울트론의 촬영장으로 쓰였다.
◆ 노래와 얽힌 다리'들'
- 양화대교
'우리 집에는 매일 나 홀로 있었지/아버지는 택시드라이버/어디냐고 여쭤보면 항상
"양화대교"…'(자이언티 '양화대교' 중)
길이 1,128m, 서울특별시 마포구 합정동과 영등포구 양평동을 연결하는 다리다. 원래는 제2한강교로 불렸으나 한강종합개발계획과 더불어 양화대교로 명칭이 변경됐다. 이 교량은 김포국제공항에서 서울 도심까지 거리 4㎞, 시간 20분(건설 당시 기준)을 단축했고, 경기 서부지방과 인천지방, 영등포지역 및 김포국제공항을 연결하는 서울의 서부관문으로 역할 해왔다.
'양화'란 어원은 양화진에서 왔다는 이야기가 유력하다. 양화진은 서울특별시 마포구 합정동 지역의 한강 북안에 있었던 나루터. 양화도(楊花渡)라고도 하였는데, 조선 시대 삼진(三鎭)의 하나였던 양화진(楊花鎭)이 위치하였던 곳이기도 하다. 서울에서 양천(陽川)을 지나 강화로 가는 조선 시대 주요 간선 도로상에 위치하였던 교통의 요지였다.
- 한남대교(제3한강교)
'강물은 흘러갑니다 제3한강교 밑을/당신과 나의 꿈을 싣고서 마음을 싣고서…'('제3한강교' 중)
1969년 12월에 길이 919m, 너비 27m의 6차로 교량으로 개통됐다. 서울특별시 용산구 한남동과 강남구 신사동을 잇는 다리다. 건설 당시에는 제3한강교라 불렸으나, 1985년 한강종합개발공사를 하면서 한강상의 교량명칭을 정리할 때 한남대교로 이름이 바뀌었다. 한남대교는 경부고속도로와 함께 우리나라 모든 지역의 일일생활권 시대로의 개막과, 서울의 강남지역에 대규모 신시가지 개발시대를 열게 한 교량이다.
- 영동대교
'밤비 내리는 영동교를 홀로 걷는 이 마음/그 사람은 모를 거야 모르실 거야…'('비 내리는 영동교' 중)
길이 1,065m, 너비 25m로 1973년 11월에 준공됐다. 서울특별시 광진구 자양동과 강남구 청담동을 잇는 한강에 건설된 다리다. 강북과 강남을 잇는 중추적 역할을 하는 교량이다. 강남구 청담동과 삼성동 일원의 상업업무 중심 지역과 주변 주거지역의 발전을 도모했을 뿐 아니라 이미 건설된 한남대교와 잠실대교에 밀집되는 교통량을 분산시켜 교통소통을 원활하게 하고 있다.
◆ 88올림픽 개최를 기념하기 위해 건설된 '올림픽대교'
너비는 30m, 길이는 1,470m로, 1989년 11월 15일에 개통했다. 서울특별시 광진구 구의동과 송파구 풍납동을 연결한다. 제24회 서울올림픽개최를 기념하기 위해 건설됐다.
국내 최초의 콘크리트 사장교(斜張橋)로, 현상공모에 의하여 교량형식이 선정됐다. 사장교는 주탑·상부구조·케이블로 구성되는데, 사장교의 중간부에 4기둥으로 된 주탑이 서 있다. 4기둥은 우주만물의 근원을 상징하는 4주(연월일시)·4계절(춘하추동)·4방향(동서남북)을 나타내도록 했다. 88올림픽을 기념하기 위해 주탑의 높이를 88m로 했다. 주탑의 4기둥이 하상(河床)에서는 넓고 위에서는 한 곳에 모이도록 해 전 인류가 한국에 모여 화합·평화·축원을 이루도록 했다.
제24회 서울올림픽을 기념하면서 윤회(輪廻)하는 한국의 24절기를 표상하도록 했다. ‘세계는 서울로, 서울은 세계로’, 즉 우주 속의 한국을 세계에 알리기 위해 주탑을 중심으로 좌우에 12가닥씩 도합 24개의 사장케이블을 교량 중앙선을 따라 배치했다. 이 24개의 케이블은 모두 동일 연직평면 내에 놓여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