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두환 전 대통령을 풍자하는 그림을 벽에 붙였다가 재판에 넘겨진 화가 이병하(47)씨에게 유죄가 확정됐다. 대법원 3부(주심 김용덕 대법관)는 경범죄처벌법위반 혐의로 기소된 이씨에게 벌금 10만원의 선고를 유예한 원심을 확정했다고 11일 밝혔다.
이 씨는 지난 2012년 5월 서울 연희동 일대 주택가에, 전 전 대통령이 수의와 수갑을 착용한 채 29만 원짜리 수표를 들고 있는 모습이 담긴 풍자포스터 50여 장을 붙인 혐의로 약식기소된 뒤 정식재판을 청구했다. 이 지역은 전 전 대통령이 거주하는 곳이고 포스터에는 전 전 대통령이 수의와 수갑을 찬 채 29만원짜리 수표를 들고 있는 모습이 담겼다. 이씨는 법정에서 “예술의 자유를 실현한 것이므로 죄가 아니다”고 주장했다.
재판부는 이 씨는 예술의 자유를 실현하려는 정당한 행위였다며 무죄를 주장했지만 1심과 2심은 국가 안정보장이나, 질서유지, 공공복리를 위해 예술의 자유도 제한될 수 있다며 벌금 10만 원의 선고를 유예했다. 선고유예는 가벼운 범죄를 저질렀을 때, 유죄는 인정하되 당장 형을 선고하지 않고 2년이 지나면 선고를 면하게 해주는 제도다.
2012년 6월 박근혜 당시 대선 후보를 백설공주에 빗댄 포스터 200여장을 부산 시내에 붙여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기소됐다가 대법원에서 무죄 판결을 받았고, 최근에는 박 대통령 풍자 전단을 뿌린 혐의 등으로 재판을 받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