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10일 발표한 3차 저출산·고령사회 기본계획(2016∼2020년)의 핵심은 우리나라 25∼34세 여성의 혼인율은 2005년 60.4%에서 지난해 43.7%로 뚝 떨어졌다. 결혼을 늦추는 현상도 심해지고 있다. 보건사회연구원은 만혼의 영향을 제거했을 경우 지난해 출산율이 1.58명까지 가능했다고 분석했다. 실제 지난해 출산율은 1.21명이다.
가장 신경을 쓴 건 주거 대책이다. 정부는 2020년까지 신혼부부만을 위한 전세·임대 주택을 13만5000가구 짓는다. 서울 오류, 과천 지식, 하남 미사, 성남 고등, 부산 정관 등 20~30대 직장인이 선호하는 지역엔 행복주택 신혼부부 특화단지가 들어선다. 기존 원룸형 행복주택보다 더 넓은 투룸형 행복주택 5만3000가구를 지어 신혼부부에게 우선 공급한다. 여기에 국·공립 어린이집과 어린이 도서관이 들어서고, 시간제 보육시설과 안전한 등·하교를 위한 CCTV가 설치되는 등 아이 키우기 좋은 환경이 조성된다.
먼저 정부는 앞으로 5년간 신혼부부 전용 36㎡(10.8평형)짜리 투룸(방 2개)형 행복주택을 5만3000가구 공급한다. 2017년까지 공급하기로 한 전체 행복주택(14만 가구)의 37%에 이른다. 경기도 하남·미사와 성남 고등, 과천 지식, 서울 오류, 부산 정관 등 교통 요충지의 1000가구 이상 단지가 대상이다. 50% 이상을 투룸형으로 신혼부부에게 공급한다. 이곳에는 국공립 어린이집과 어린이도서관, 놀이방, 단시간 돌보미 위탁시설 등 아동양육 친화 시설이 대폭 들어설 예정이다.
신혼부부 전세자금 대출 한도도 1억원에서 1억2000만원(수도권)으로 올라간다. 신혼부부가 전세 대출을 하면 금리를 0.2% 포인트 우대해주는 제도도 실시된다. 정부는 2017년 이후 두 자녀 가구에 대한 금리 우대(0.2% 포인트)도 검토하고 있다.
또한 2017년부터 모든 난임 관련 의료비에 대한 건강보험 적용, 임신 출산 관련 의료비 대폭 완화, 난임치료를 위한 무급휴가(3일), 대학생과 대학원생이 학업과 육아를 병행할 수 있도록 한 육아휴학제도 등이 도입된다. 또 국공립, 공공형 어린이집 확대와 남성 육아휴직 활성화 등도 추진된다.
난임 관련해 인공수정과 시험관 아기와 같은 난임 치료 시술과 검사 등에 드는 모든 비용에 대해 건강보험이 적용된다. 현재는 일정 소득 이하(2015년 2인 가족 기준 579만4808원) 가구만 정부 예산에서 별도로 지원받았다. 건보 적용이 이뤄지면 시험관 아기 시술 비용(본인 부담)이 1회당 300만~400만원에서 90만~120만원으로 줄어든다. 연간 21만 명이 혜택을 받을 전망이다. 난임 치료를 받는 근로자가 3일간 무급 휴가를 받는 ‘난임 휴가제’도 도입된다. 정부는 저소득층에 대해선 본인 부담을 더 낮추거나 면제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임신·출산 시 의료비의 본인부담금(보험 적용분)을 현재 20~30%에서 2018년 0%로 낮춘다.
맞벌이 부부를 위한 육아 지원 강화도 눈길을 끈다. 정부는 향후 5년 동안 중소기업 전용 공동 직장어린이집을 100곳 신설하는 한편 중소기업 근로자가 육아휴직을 가는 경우 대체인력을 지원키로 했다. 건강보험공단이 확보한 여성 근로자의 출산 정보를 전국 고용센터와 공유해 출산휴가·육아휴직을 사용하지 못하게 하는 등 모성보호법을 위반하는 사업장을 적발한다.
경력단절 전업주부 446만 명이 국민연금을 추가 납부하면 노후에 연금을 받을 수 있는 길을 열어 고령사회에 대비할 수 있게 했다. 또 2018년 이후 정년을 65세로 늘리고, 노인 연령 기준을 65세에서 70세로 상향하는 방안도 추진된다. 다만 지난달 당정협의에서 새누리당이 제안한 초·중·고등학교의 학제 개편과 입학 연령을 당기는 방안은 이번 계획에서 빠졌다.
한편 고령사회 대책은 안정된 노후를 위해 공적연금 체계를 강화하고 주택 및 농지연금을 활성화하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다. 또 정부는 노인의 연령대를 65세에서 70세로 올리는 것을 검토하기 시작했고, 장기적으로 정년 시기도 60세에서 65세로 높이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많은 사람이 60세 정년도 채우지 못하고 50대 초·중반에 회사를 그만둔 후 기존 직장보다 질이 떨어지는 곳에서 일한다. 이런 상황에서 노인의 연령대마저 올라가면 그만큼 각종 복지 혜택을 받는 시점도 늦어져 노년의 삶이 더 어려워질 수 있다.
정부가 시행을 위해 쏟아붓는 돈은 내년부터 5년간 197조5012억원. 제1차 기본계획(42조원)과 제2차 기본계획(110조원)보다 훨씬 큰 규모다. 하지만 예산 세부 내용을 살펴보면 내년 투입 예산 34조5000억원 가운데 보육(10조8000억원)과 기초연금(10조3000억원)에 61%가 사용된다. 무상보육과 기초연금으로 쏠림이 심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전문가들은 “근본적인 대책이 없다”고 평가했다. 조영태 서울대 보건대학원 교수는 “임대주택 준다고 결혼할 사람은 없다 ”며 “20~30대에게 인생이 어떻게 달라질 것이라는 구체적인 청사진을 제시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원식 건국대 경제학과 교수는 “안정된 직업과 소득이 있어야 결혼할 생각을 할 텐데 그런 대책은 하나도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