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고에 들어갔던 안철수 전 대표가 모레 오전 11시 국회 정론관에서 자신의 거취와 관련한 기자회견을 열겠다고 밝혔다.
[서울, 연합통신넷= 김현태기자] 측근들 사이에서는 '탈당하지 않을 가능성이 1%도 안 된다', '밖은 춥지만 당 안에 있는 것도 같은 고통이다' 이런 말들이 나왔다.
핵심 참모인 송호창 의원도 안 전 대표와 장시간 대화를 나눈 결과 탈당으로 마음을 굳힌 것 같다고 말했다.
안 전 대표 측은 그동안 문재인-안철수 공동 비상 지도부를 핵심으로 하는 중재안을 놓고 고심했지만 받아들이기 어려운 걸로 결론을 내렸다.
비주류 측 의원은 남은 하루 남짓 동안 문재인 대표의 마지막 노력에 따라 결론이 달라질 가능성은 있다고 전했다. 하지만 문 대표는 공동지도체제는 가능해도 안 전 대표가 요구하는 대표 사퇴는 못 한다는 입장 그대로 이고 모레 오전 11시까지 불과 39시간을 앞두고 탈당 강행이냐, 막판 타협이냐 카운트다운이 시작됐다.
안철수 전 대표의 결심이 탈당 쪽으로 기운 건 결국 문재인 대표가 사퇴하지 않는다면 아무것도 변할 게 없다는 판단에 기인한다. 막바지까지 고심했던 문-안 공동비상대책위원장 안은 문 대표의 사퇴와 전당대회 개최라는 자신의 요구와는 거리가 멀다는 것이다. 오늘(11일) 중진 의원들이 문 대표 사퇴를 전제로 내놓은 중재안을 문 대표가 정면으로 거부한 게 결심에 영향을 미쳤을 거로 보인다.
안 전 대표가 결국 탈당을 결행한다면, 호남을 중심으로 한 비주류 의원들의 연쇄 탈당으로 제1야당의 분당은 현실화할 것으로 보인다.
호남 30석 가운데 절반인 15명까지 탈당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고 여기에 수도권에서 5명만 탈당하면 원내 교섭단체도 구성할 수 있다.
안 전 대표의 측근은 "풍찬노숙하면서라도 '제3 지대 신당'으로 향해 갈 것"이라고 말했다.
탈당 후 당분간 새정치연합은 물론 천정배, 박주선 신당과도 거리를 두고 독자 세력을 구축하겠다는 뜻으로 보인다.
당 일각에선 안 전 대표가 이틀 전에 회견을 예고하고 나선 것은 남은 시간 문 대표측의 양보를 기다리겠다는 계산일 수 있다는 관측이 나왔지만, 안 전 대표 측은 상황이 바뀌지는 않을 것 같다고 말했다.
실제 탈당이 이뤄질 경우 문 대표는 최근 보여온 ‘뚝심’ 모드를 더욱 강화하며 정면돌파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문 대표의 측근인 최재성 총무본부장이 이날 “시스템이 저승사자가 되고 시스템이 인재등용의 통로가 되는 새로운 가능성에 주목해야 한다”며 과감한 현직 의원 ‘물갈이’의 필요성을 제기한 게 대표적이다. 문 대표의 한 측근은 “당의 혁신과 인적 쇄신을 통해 총선 준비에 박차를 가하는 일련의 행보는 안 의원의 탈당에도 변함없이 더욱더 속도를 낼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최근 혁신과 읍참마속 등 정도의 길을 강조하며 안 의원 탈당의 명분이 말이 되지 않는 것을 보여주지 않았느냐”며 “원칙대로 뚜벅뚜벅 걸어나가는 게 길이다”라고 말했다. 일부 의원들의 반대에도 선출직공직자평가위를 통해 현역 의원 하위 20%를 탈락시키는 혁신안을 밀어붙이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 경우 탈락 대상자들의 집단탈당을 초래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당의 지도체제는 불안정한 상태이지만 현행 최고위 체제로 유지되다, 내년 초 선거대책위원회 체제로 전환될 것으로 예상된다.
물론 안 의원의 입장 발표까지 하루의 시간이 있기 때문에 모든 가정이 무위로 돌아갈 수도 있다. 12일 문 대표와 안 의원이 만나 ‘최후의 담판’을 벌일 가능성도 완전히 배제할 순 없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안철수 전 대표는 왜 당을 떠나기로 한 걸까? 그리고 이 엄동설한에 또 어디로 가는 걸까요? 제1야당 새정치연합이 갈라지면 야권의 지형은 또 어떻게 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