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3년 열린우리당 창당으로 야권내 '불신' '분열'의 씨앗 잉태
2007년 대선때 '헤쳐 모여'…통합 흐름 이어오다 다시 '핵 분열'
새정치의 깃발을 들고 새정치민주연합을 출범시킨 안철수 전 공동대표가 13일 공식 탈당했다.
[서울, 연합통신넷= 김현태, 김태진기자] 지난해 3월 김한길 대표와 손을 잡으며 새정치연합의 한 축을 담당했던 안 전 대표는 약 1년9개월만에 결별을 선언했다.
내년 4·13 총선을 꼭 4개월 앞둔 13일 새정치민주연합 안철수 전 공동대표가 탈당을 선언하면서 총·대선마다 통합과 분열을 반복하며 '헤쳐 모여'를 해오던 야당이 이번에는 분당의 역사를 쓰게 됐다.
최근 10여년 사이 야당의 '이합집산' 역사는 2003년 열린우리당의 창당에 따른 민주당 분당 사태로 거슬러 올라간다.
2002년 노무현 당시 후보를 대통령으로 당선시킨 호남 기반의 새천년민주당이 전국정당화를 기치로 내건 당내 신당파의 열린우리당 창당 결행으로 어지러운 분열 사태를 맞게 된 것이다.
친노(친노무현)와 구민주계에 뿌리를 뒀던 비노(친노무현)의 뿌리깊은 '구원'이 시작된 것도 이 때부터이다.
양측간 앙금은 문재인 대표와 호남 출신 박지원 전 원내대표가 당권을 놓고 맞붙었던 지난 2·8 전당대회 과정에서 수면 위로 적나라하게 드러나는 등 지금까지도 해소되지 못하고 있다. 친노와 비노의 불신은 안 전 대표의 탈당으로 귀결된 이번 당 내홍 사태에도 깊숙이 관통하고 있다.
열린우리당은 지역당을 뛰어넘는 '100년 전국정당'을 표방하며 2004년 17대 총선을 앞두고 2003년 11월 창당됐고, '노무현 탄핵 역풍'에 힘입어 제1야당으로 우뚝 섰다. 반면 노 전 대통령이 빠진 '구민주계' 새천년민주당은 의석 9석의 '꼬마정당'으로 추락, 열린우리당으로부터 쓴 패배를 맛봤다.
이후 민심이반으로 지지율이 추락, 정권 재창출 전망이 어두어진 집권여당은 2007년 대선 국면에서 또한번 친노와 비노의 갈등 속에 정계개편의 소용돌이에 휘말렸다.
연초부터 탈당 도미노가 이어지고, 민주당 탈당파, 한나라당을 탈당한 손학규 전 대표까지 당 밖 '제3지대'에 합류하면서 열린우리당은 결국 간판을 내리고 대통합민주신당이라는 새 집으로 '대통합'을 이뤘지만, 정동영 후보를 내세운 대선 결과는 500만표 차이의 참패였다.
대선 참패 직후 치르게 된 이듬해 18대 총선국면에서 손학규 당시 대표가 이끌던 대통합민주신당은 '박상천 민주당'과 합당하며 통합을 택했다. 하지만 대선 패배의 후유증이 너무 큰 탓에 총선에서도 연패의 사슬을 끊는데는 실패했다.
2012년 총선과 대선을 앞둔 야권이 정권탈환을 목표로 통합에 나서면서 야권 지형은 다시 한번 재편됐다.
2011년 12월 민주당이 문재인·문성근·이해찬이 주축이 된 혁신과 통합, 한국노총 등이 손잡고 민주통합당을 창당, 박근혜 당시 대표가 이끄는 새누리당에 맞서는 단일대오 구축에 나선 것이다.
하지만 의회권력 교체에 실패한데 이어 당시 안철수 후보와의 단일화로 야권의 통합 대선 후보로 나선 문재인 대표는 박 대통령에게 석패했다.
이후 민주당은 지방선거를 앞두고 야권 분열 위기감이 고조되던 2014년 3월 안철수 세력과의 통합을 통해 지금의 새정치민주연합이 되면서 가까스로 여야간 다자대결 구도는 피하게 됐다. 그러나 올해 1월과 2월 정동영 전 의원과 천정배 의원이 연이어 탈당한 데 이어 이날 안 전 대표마저 당에서 '철수'하면서 야당은 또다시 분열의 길을 걷게 됐다.
다음은 안 전 대표가 새정치연합을 출범시킨 뒤 이날 탈당까지의 주요 일지다.
▲2014년 3월2일
- 김한길·안철수 '신당 창당' 공동기자회견
▲3월5일
- 통합신당, 김한길·안철수 공동대표 지도부 동수구성 합의
▲3월7일
- 김한길·안철수 통합방식 합의…제3지대서 통합신당 만들기로
▲3월13일
- 박주선, 송호창 발기인 제안에 새정치연합측 창당발기인 참여
▲3월16일
- 새정치민주연합 당명 발표…'진보·보수 통합' 노선 천명
▲3월24일
- 안철수·문재인, 기초선거 무공천 신경전
▲3월26일
- 새정치민주연합 공식 출범…김한길·안철수 공동대표
▲4월10일
- 안철수, 기초선거 무공천 방침 철회
▲4월11일
- 안철수·정세균, 선대위 구성 첫날 '무공천' 놓고 신경전
▲4월15일
- 지도부-의원, 개혁공천 놓고 갈등…김한길·안철수 공천권 독점 비난
▲4월28일
- 인천시당 공천 잡음…안철수 진영 배제 원인
▲4월29일
- 전북도당 경선 방식 놓고 갈등
▲5월12일
- 정청래·이윤석 등 김한길·안철수 퇴진요구
▲5월13일
- 안철수 측 당내 경선서 전멸…安 측 김상곤·강봉균 고배
▲7월4일
- 안철수, 7·30 재보궐 전략공천 문제로 천정배와 갈등
▲7월24일
- 기동민, 노회찬 지지 선언…동작을서 자진사퇴
▲7월30일
- 새정치 재보선 완패…텃밭서 3석 그쳐
▲7월31일
- 김한길·안철수 대표직 등 지도부 총사퇴…박영선 비대위체제
- 안철수 칩거
▲9월1일
- 안철수, 칩거 깨고 한달 만에 복귀
▲9월24일
- 안철수, 정계입문 2주년 소회 밝혀
- "부족한 점 많아…값진 경험을 바탕으로 새출발"
▲9월26일
- 안철수, 비대위 불참 시사
- "지금 비대위에 참여할 때 아냐"
▲10월15일
- 안철수, 비대위·조강특위 참여 고사
▲10월22일
- 안철수 '새정치 2기' 선언
- 당 대표직 사퇴 후 80여일 만의 재개
▲11월24일
- 안철수 "2·8 전당대회 관심없어"
▲12월29일
- 안철수, "지금은 총선·대선 말할 때 아냐"…文 비판
▲1월2일
- 안철수, 당명변경 반대…"지금은 혁신 경쟁할 때"
▲2015년 1월13일
- 안철수·문재인, 대선이후 공식 첫 만남
▲1월18일
- 안철수, 호남서 2·8 전대 문병호 공개지지
▲4월30일
- 안철수, 문재인과 회동 '원내대표 합의추대' 제안
▲5월19일
- 문재인, 안철수에 혁신위원장 제안
- 안철수 "고민해보겠다"
▲5월20일
- 안철수, 혁신위원장 제안 거절
- "내가 맡는 것 적절치 않다"
- 최고위, 안철수 다시 설득키로
▲5월24일
- 문재인·안철수·박원순, '희망스크럼' 합의…안희정·김부겸까지 확대
▲6월2일
- 안철수, 2017년 대선출마 공식화…"혁신은 文대표 몫"
▲6월19일
- 안철수 "혁신에 도움되는 당직 인선 필요"
▲7월15일
- 안철수, 野 국정원 진상조사특위원장
▲7월27일
- 안철수 "신당설 사실무근…혁신에 총력"
▲9월6일
- 안철수, '육참골단'이 정풍운동…"함께 머리 맞대자"
▲9월9일
- 안철수-천정배 회동
- "새정치 혁신, 국민마음 못 얻어"
- "文 재신임 카드, 당 문제를 개인 문제로 축소…실망"
▲11월10일
- 안철수 "문재인-박원순과 3자 연대, 혁신안 답 없인 불가능"
▲11월18일
- 문재인, 안철수 박원순과 당대표 권한공유 제안"
▲11월29일
- 안철수 '문·안·박' 거부…文에 '혁신전당대회' 역제안"
▲11월30일
- 안철수, 역제안 후 광주 방문…호남민심 다져
▲12월3일
- 문재인 "전당대회는 해법 아냐"…'安 혁신전대' 거부"
▲12월6일
- 안철수 최후통첩, "문재인, 혁신전대 거부 결정 재고해 달라"
▲12월7일
- 안철수, 홀로 지방행…칩거 후 거취 고민"
▲12월8일
- 문재인 "전당대회에서 끝내자는 제안 결단코 못받아"
▲12월10일
- 野수도권 의원, 중재안 제시…'文-安 공동비대위'
▲12월13일
- 野의총서 호소문 채택…중진들 설득 위해 安자택행
- 문재인 "안철수, 탈당 말아달라" 安자택 심야방문
- 안철수 탈당 기자회견
"양초(兩初)의 난, 안철수 탈당으로 막내려" 기자회견 직전 측근에 통보
안 전 대표는 이날 탈당을 선언하면서 구체적인 향후 계획을 밝히지는 않았지만 새로운 ‘정치세력화’ 의지를 분명히 했다.
안 전 대표는 이날 회견문에서 “새누리당 세력의 확장을 막고 더 나은 정치, 국민의 삶을 돌보는 새로운 정치로 국민들께 보답할 것”이라면서 “정권교체는 그 시작이다. 정권교체를 이룰 수 있는 정치세력을 만들겠다”고 선언했다.
물론 이어진 취재진과의 만남에서 신당을 창당하거나 다른 신당에 합류할지에 대해 “다음 기회에 말씀드리겠다”면서 즉답을 피하고 내년 총선에 나갈지에 대해서도 같이 대답했지만 이미 독자적인 정치행보를 시작할 준비를 하고 있다.
실제로 안 전 대표는 오는 15일에는 부산을, 17일에는 광주를 방문해 지지자 등과의 간담회 형식의 대화를 통해 탈당 배경을 설명하고 향후 행보에 대한 의견을 구하면서 정치활동을 재개하기로 했다.
이런 가운데 새정치연합 내에서 아직 후속 탈당선언이 이어지지 않고 있지만 문재인 대표가 혁신작업을 가속화 하고 현역의원 평가를 강행할 경우 당무감사에 불응한 황주홍 의원과 유성엽 의원 등을 시작으로 탈당 도미노 현상이 생길 가능성은 상존한다.
이렇게 되면 무소속 천정배 의원이 추진중인 호남신당과 함께 야권에 정당들이 추가 만들어 지면서 내년 20대 총선에서는 여당 하나에 다수의 야당이 경쟁하는 형국이 만들이 질 것이 분명해 보인다.
이렇게 야권이 분열돼 1與 대 多野 구도가 되는상황에서 총선거가 치러질 경우 야권필패로 이어질 가능성이 매우 높다는 위기감이 확산되고 있다.
새정치민주연합의 한 수도권 출신 의원은 “상층부의 연합구조가 깨지면서 하부구조의 균열이 나오는 문제라 총선승리의 불꽃이 상당히 약화될 것”이라면서 “새로운 동력을 어떻게 만들지에 따라 달라지겠지만 매우 위험한 상태가 된 것은 분명하다”고 판단했다.
내년 총선을 치르기 위한 확실한 새로운 동력을 성공적으로 만든다면 모르지만 이런 상태로라면 총선에서 야당이 심각한 패배를 할 가능성을 예상하고 있는 것이다.
용인대 최창렬 교수는 “이런 상황이 지속된다면 여당이 180석 이상을 얻을 수도 있는 상황으로 이어질 수 있어 보인다”면서도 “그런데 우리 정치가 그렇게 완벽하게 한쪽에 몰아준 적은 없기 때문에 섣불리 그렇게만 판단할 수는 없다”고 분석했다.
이런 가운데 새누리당은 안 전 대표의 “총선을 겨냥한 제스처”라며 냉소적인 반응을 내놓으면서도 한편으로는 ‘야당 지도부 마비’를 규탄하기 위한 의원
총회를 소집하는 등 기민하게 반응하고 있다.
영우 수석대변인은 이날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가진 현안브리핑에서 “안 의원과 새정치연합 문재인 대표의 입장이 무엇이든 왜 선거를 앞두고 갈등을 노골화 하느냐”며 “내년 20대 총선을 겨냥한 야권 단일화를 위한 정치적 제스처가 아닌지 의심스럽다”고 비판했다.
냉소적인 반응을 내놓고는 있지만 또다른 정치적 제스처가 있는 것이 아니냐는 의심의 눈초리를 접지 않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새누리당의 한 핵심 관계자는 ““우리로서는 야당의 분열상을 보면서 웃을수만도 없는 것이 드라마를 쓸 시간이 충분하기 때문”이라면서 “우리당도 공천룰을 둘러싼 갈등이 시작될 수 있는 상황에서 안 전 대표의 탈당 이후 어떻게 ‘헤처모여’가 진행될 지가 변수”라고 말했다.
안 전 대표의 탈당이 전남 강진에서 칩거중인 손학규 전 고문 등의 행보와 어떻게 연결될 지 전망할 수 없는 상황에서 섣불리 희망적인 전망을 할 수는 없다는 뜻이다.
그러나 불과 넉달 남은 20대 총선에서 이와같은 야권의 분열상은 총선 판도를 힘겹게 만들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또한 이런 판도에서 치러진 총선의 결과는 고스란이 2017년에 실시되는 대통령 선거로 까지 전이될 가능성도 높다.
새정치연합 박병석 의원은 전날밤 열린 의원간담회에서 "문 대표와 안 전 대표가 탈당사태를 수습하지 못하면 대통령 후보가 될 수 없다"면서 "이렇게 나가면 어떻게 대통령 후보가 되느냐"며 목소리를 높였다.
남아 있는 문재인 대표는 문 대표대로 또 당을 떠나는 안 전 대표는 안 전 대표대로 리더십과 정치적 입지에 생채기를 입어 야권으로서는 유력한 대권주자를 동시에 잃는 일이라는 불안감의 표현이다.
이런 가운데 문 대표는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호랑이 등에서 내릴 수 없다"면서 물러설 뜻이 없음을 분명히 하고 있어 야권의 불안감은 더욱 커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