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북 전주 도심에서 여성 운전자를 상대로 연쇄 강도 행각을 벌인 40대 남자가 경찰 추적 끝에 덜미를 잡혔다. 특히 이번 검거로 10년 전 발생한 뒤 미궁에 빠졌던 대전 납치강도 사건도 해결됐다.
전북지방경찰청은 15일 공영주차장에서 여성운전자를 흉기로 위협하고 금품을 빼앗은 혐의(특수강도 등)로 손모(41) 씨에 대해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손 씨는 지난달 25일 오후 7시께 전주종합경기장 주차장에서 승용차에 올라타던 A 씨를 흉기로 위협해 2시간 반 동안 차량에 태워 끌고 다닌 혐의다. 손 씨는 이날 오후 9시 40분께 전주시 태평동의 한 은행 현금인출코너에 A 씨와 함께 들어 가 A 씨의 신용카드로 현금 100만원을 인출해 달아난 혐의도 받고 있다.
경찰은 사건 수사 중 이 사건의 용의자의 DNA가 2005년 3월 4일 대전에서 발생한 비슷한 사건의 용의자와 일치한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하지만 인적이 드러나지 않아 수사에 난항을 겪었다. 사건 실마리는 손 씨가 제공했다. 손 씨는 전주종합경기장에서의 범행 이후 지난 10일과 12일, 13일 연달아 같은 수법의 범죄를 저지르려다 피해자들이 반항해 미수에 그쳤다. 이 범행 과정에서 손 씨는 흉기와 안경테를 차량 안에 떨어뜨리면서 증거를 남겼다. 경찰은 범행 현장 인근 CCTV 분석과 흉기 구입처 등을 탐문해 지난 15일 오후 7시 40분께 전주시 효자동 손 씨가 사는 원룸 인근에서 손 씨를 검거했다.
경찰조사에서 손 씨는 "노동일을 했는데 급여를 받지 못해 생활이 어려웠다"고 범행 이유를 밝혔다. 손 씨는 몇 차례 자영업을 했지만 모두 망하고 수년 전부터는 가족과도 별거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2005년 대전에서의 범행 이후 잠잠했지만 생활이 어려워지고 가족과의 관계도 틀어져 다시 범행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
지금까지 밝혀진 손 씨의 범행 5건은 모두 조명이 없어 음침한 공영주차장의 CCTV 사각지대라는 장소와 여성운전자가 모는 소형자동차라는 대상의 공통점을 갖고 있다. 손 씨는 운전자가 차에 탈 때 재빠르게 뒷좌석에 올라 타 흉기로 위협했고, 범행 전 두 벌의 점퍼를 껴입은 뒤 범행 이후 겉 점퍼를 벗어 속 점퍼만 입는 수법으로 경찰 추적을 따돌리려 한 것으로 드러났다.
전북경찰청 박정환 강력계장은 "대전에서의 범행 뒤 10년 동안의 공백 기간이 있었는데 이 기간 동안 추가 범행 여부 등 여죄를 수사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