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프리존=김원기 기자]드루킹 댓글 조작을 위해 직접 고성능 자동화 서버를 제작해 사용한 것으로 드러났다. ‘드루킹’ 사태가 일파만파 퍼지면서 포털의 뉴스 제공 방식을 ‘아웃링크(Outlink)’로 바꾸라는 법안까지 등장한 가운데 일각에서는 이용자 불편만 가중될 것이라는 우려를 표했다. 민주당원 댓글조작 사건 주범 ‘드루킹’ 김동원(49)씨 일당이 댓글 조작을 위해 매크로 자동화 서버(일명 킹크랩)를 자체 구축한 것으로 드러나 여론조작이 기존에 밝혀진 사례보다 더 조직적이고 광범위하게 이뤄졌을 가능성이 제기됐다. 경찰이 서버 구축과 여론조작 시기를 수사중인 가운데 대선 이전부터 활용됐을 경우 상당한 파장이 일 전망이다. 또 회계 장부를 매일 삭제하는 치밀함을 보였다.
드루킹 일당은 인터넷에서 이런 프로그램을 다운로드 받아 댓글 조작에 사용했다고 주장했다.이 사건을 수사중인 서울경찰청은 드루킹 일당이 댓글 추천수를 자동으로 올리는 매크로 프로그램 구동 서버를 별도 구축해 사용했다고 24일 밝혔다. 이 서버를 이용하면 ‘공감’클릭수가 자동으로 올라가는 기능이 포함돼 있으며, 기존 매크로 프로그램보다 여러 사람이 동시에 사용 가능하는 등 기능이 상당히 우월하다는 게 경찰 설명이다. 관련업계에 따르면 드루킹 일당의 댓글조작 사태를 계기로 네이버 등 대형 포털 사이트의 뉴스 공급 방식을 개선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특히 정치계에서는 포털사가 뉴스 서비스를 ‘인링크(Inlink)’ 방식으로 제공하는 것이 이번 사태를 발생시키는 데 한 몫 했다고 주장했다. 이 방식으로 인해 포털 내에서 뉴스 댓글을 달게 되고, 나아가 댓글 조작까지 가능했다는 것이다. 하지만 경찰 조사 결과, 이들이 사용한 건 자체 제작한 고성능 자동화 서버였다.
직접 구축한 서버를 이용해 댓글 공감수를 자동으로 올렸는데, 서버는 암호명 '킹크랩'으로 불렀다. 국내 포털이 사용하고 있는 인링크 방식은 뉴스 클릭 시 해당 언론사 홈페이지가 아닌 포털 내에서 뉴스를 제공한다. 드루킹 일당은 지난 1월 17일 평창올림픽 남북단일팀 비방 기사 2건, 지난 3월 문재인 정부 홍보용 기사 6건의 댓글 조작에 매크로를 활용한 것으로 드러났다. 경찰은 이 기사들에 매크로 서버가 활용됐는지 여부를 확인하는 한편, 19대 대선 기간을 포함해 추가적인 댓글 조작 가능성에 대해서도 수사를 벌이고 있다.
드루킹 일당은 자금 관리에서도 치밀함을 보였다. 출판사와 경공모 자금 내역을 기록한 회계장부를 보안 프로그램을 이용해 하루 단위로 삭제했다. 경찰은 아울러 또 “드루킹이 네이버 댓글 추천수를 조작하는 데 동원한 것으로 보이는 아이디가 2,000여개로 확인됐으며, 이 가운데 상당수는 해외 IP를 동원해 만든 것으로 확인됐다”고 밝혔다. 일부 이용자들은 “뉴스 콘텐츠 이용자 입장에서는 깔끔한 편집의 포털이 훨씬 보기 편해 포털을 통해 뉴스를 읽는 것”이라며 “댓글조작 문제는 댓글 정책을 개선해 해결할 수 있는 부분인데, 아웃링크로 전면 변경할 경우 너무 많은 광고 배너 등으로 기사 한 줄 읽기도 힘들다”고 불편함을 호소했다.
경공모가 불법 정치자금 전달 혐의로 수사를 받았던 2016년 7월부터 드루킹이 삭제를 지시했다. 경찰은 드루킹이 경공모 회원인 모 회계사에게 매일 회계 자료를 넘겼다는 진술을 확보하고 회계법인 등을 압수수색했다. 업계 관계자는 “정치계의 주장과 달리, 포털의 뉴스 서비스는 수익을 내는 모델이 아니다”라며 “이용자 편의성을 위해 인링크 방식을 도입한 것이며 실제 인링크로 버는 광고비는 프로그램을 통해 언론사에 되돌려주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이들이 매크로 프로그램보다 한 단계 높은 수준의 IT기술력이 요구되는 서버 구축까지 자체적으로 했다는 건, 여론조작 활동 효율성 제고 못지 않게 경찰 수사 에 대비해 온라인상에서의 활동 흔적을 감추기 위한 목적이 컸을 것으로 보고 있다.
경찰은 확보한 회계 자료를 분석한 뒤 드루킹 측과 돈 거래를 한 김경수 의원의 전 보좌관을 이번주에 소환 조사할 방침이다. 정태옥 자유한국당 대변인은 24일 논평에서 네이버 등 포털사가 수익 극대화를 위해 인링크 방식을 고수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정 대변인은 “인링크 방식으로 인해 기사는 해당 언론사가 쓰지만 광고 수입은 모두 네이버가 차지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드루킹 사건이란?
이 사건의 발단은 지난 1월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평창동계올림픽 남북 여자 아이스하키 단일팀 기사의 댓글 여론이 조작됐다는 의혹이 제기되면서다. 정부를 비판하는 댓글의 공감수가 조작된 게 아니냐는 것이 민주당의 고발 이유였다. '네이버'도 경찰에 수사를 의뢰했다.
경찰은 본격 수사에 들어가 지난달 21일 경기도 파주에 있는 느릅나무출판사에서 김 씨 일당을 체포했다. 더욱이 '드루킹'이 더불어민주당 당원이자 친노`친문 파워블로거로 밝혀지면서 정치권이 뜨겁게 달아올랐다. 김 씨는 네이버 기사에 달린 정부 비판성 댓글에 매크로(동일작업 반복 프로그램)를 활용, '공감'을 클릭하는 수법으로 여론 조작을 시도한 혐의(업무방해)로 구속된 상태다.
김 의원과 김 씨가 연결돼 있다는 의혹이 나오자 파장은 일파만파로 확대됐다. 경찰 수사로 김 의원과 김 씨 사이에서 메신저 대화가 오간 사례가 계속 확인되면서 두 사람의 관계가 실제로 어떠했는지에 관심이 집중된다. 지금까지 확인된 사실을 종합하면 드루킹과 김 의원 간 일대일 메신저 대화방은 최소 4개로 추정된다.
드루킹이 지난 3월 구속되기 전까지 텔레그램 메신저로 김 의원에게 3천100여 개 인터넷 기사 주소(URL)가 담긴 메시지 115개를 보낸 비밀대화방이 그중 하나다. 이 대화방의 메시지는 김 의원이 전혀 읽지 않은 것으로 조사됐다. 드루킹은 앞서 2016년 11월부터 김 의원에게 비밀이 아닌 일반 대화방으로도 메시지를 발송했다. 김 의원은 이 대화방에서 드루킹에게 기사 URL 10건과 "홍보해주세요" 등 내용이 담긴 메시지 14건을 보낸 것으로 파악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