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의화 국회의장은 여야가 끝내 선거구획정안에 타협하지 않으면 결단을 내릴 수밖에 없다면서 직권상정 가능성을 분명히 했다.
다만, 경제 법안은 직권상정의 요건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서울, 연합통신넷= 김현태기자] 정의화 국회의장은 오늘 기자간담회에서 국회가 선거구획정안을 서둘러 처리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여야가 이달 말까지 선거구획정에 대해 합의점을 찾지 못하면 결단을 내릴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그런 가운데 박근혜 대통령이 ‘관심 법안’ 처리를 촉구하며 또다시 국회를 비판했다.
박 대통령은 정의화 국회의장이 청와대의 쟁점법안 직권상정 요구를 거부했지만, 16일 또다시 ‘위기’와 ‘대량실업’ 가능성 등을 언급하며 거듭 국회 압박에 나섰다. 박 대통령은 프랑스·체코 순방을 마치고 지난 5일 귀국한 뒤 이날까지 10여일 동안 4차례에 걸쳐 국회 비판 발언을 쏟아냈다. 쟁점법안 처리를 압박하는 동시에 선거구 획정안(선거법)만 직권상정하겠다는 정의화 의장에 대한 불만을 함께 표출한 것으로 보인다.
박 대통령은 16일 오전 청와대에서 열린 경제관계장관회의에서 “(국회가) 국민이 간절히 바라는 일을 제쳐두고 무슨 정치개혁을 한다고 할 수 있겠는가”라며 국회를 거듭 비판했다. 박 대통령은 “국회가 존재하는 이유는 국민들을 대변하기 위해서다. 정치개혁을 먼 데서 찾지 말고 가까이 바로 국민들을 위한 자리에서 찾고, 국민들을 위한 소신과 신념으로 찾아가기를 바란다”며 이렇게 말했다. 박 대통령은 최근 열흘 동안 “내년에 선거를 치러야 되는데 정말 얼굴을 들 수 있겠느냐”(7일 새누리당 지도부 회동), “기득권 집단의 대리인이 되었다”(8일 국무회의), “국민과 민생을 외면하고 있다”(14일 수석비서관회의) 등 기회가 있을 때마다 국회 비판을 이어왔다. 박 대통령은 이날도 자신이 강력히 추진하는 노동시장 개편 5개 법안과 서비스산업발전기본법, 기업활력제고특별법 등을 “국민이 바라는 일들”이라고 규정한 뒤, “이 일들을 하는 것이 정치개혁의 출발점이라고 생각한다. 부디 올해가 가기 전에 일자리를 갈망하는 청년들의 요구를 저버리지 않기를 바란다”고 강조했다. 특히 박 대통령은 “태산이 높다 하되 하늘 아래 뫼이로다. 오르고 또 오르면 못 오를 리 없건마는 사람은 제 아니 오르고 뫼만 높다 하더라”, “필요한 것부터 시작해 가능한 것부터 하라, 그러면 어느새 불가능한 것을 하고 있을 것이다” 등의 시조와 격언을 인용하며, 국회의 법안 처리가 경제회복의 ‘첫걸음’이라는 점을 거듭 밝히기도 했다. 정의화 의장이 직권상정에 대한 거부 입장을 바꾸지 않자, 경제상황에 대한 우려와 일자리 문제의 시급성을 내세워 정 의장을 압박한 것으로 보인다. 박 대통령은 “우리 미래세대에게 더 이상 죄짓지 말고 지금이라도 실행(법안처리)을 해야 한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다만 청와대는 정 의장에 대한 공개적 압박과 반박은 삼가는 분위기다. 한 청와대 관계자는 “일단 크리스마스 이전까지는 국회의 협상 과정을 지켜보겠다는 방침”이라고 전했다. 그러나 청와대의 직권상정 요구가 국회의 입법권을 침해한 것이라는 비판에 대해서는 “정당한 직무수행”이라고 반박했다. 정연국 대변인은 이날 오전 기자들과 만나 “(전날) 정무수석이 정의화 국회의장을 찾아가 설명하고 협조를 구한 것은 정무수석의 정당한 직무수행이라고 본다”고 주장했다. 또 야당과의 대화 테이블을 마련할 계획이 있느냐는 물음에는 “청와대는 지금까지 (야당과) 다각적인 접촉과 함께 충분한 대화를 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일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