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용만 두산그룹 회장<사진>이 ‘두산인프라코어 신입사원 희망퇴직 철회’라는 승부수를 띄웠다. 실적악화로 인원감축이 불가피한 상황이지만 희망퇴직 위기에 놓인 1~2년차 신입사원에게 구원의 손길을 뻗었다. 이날 박 회장의 지시로 두산인프라코어 희망퇴직 논란도 수그러들 전망이다.
건설장비 업체인 두산인프라코어가 이달 8일부터 18일까지 희망퇴직 신청을 받는 과정에서 올해 입사한 신입사원도 희망퇴직 대상자에 포함시켜 논란이 되자 진화에 나선 것이다.
박 회장은 16일 서울 대한상의회관 국제회의장에서 열린 공정거래위원장 초청 조찬강연에서 기자들을 만나 “건설 경기가 좋지 않아 감원이 많이 됐다”며 “(두산인프라코어)1~2년차 직원들에 대한 희망퇴직은 철회하라고 오늘 새벽 지시했다. 곧 조치가 나올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박 회장의 이같은 결심은 신입사원 희망퇴직에 대한 직원들 동요 소식을 접한 전날밤 바로 이뤄진 것으로 전해졌다. 전날 두산인프라코어 젊은 사원들은 사내 블라인드앱에 주변 경험담과 자신의 사연을 올려 어려움을 호소했었다. 두산 내부는 사내 분위기가 외부로 노출돼 종일 어수선했다.
지난 8일 시작된 두산인프라코어의 네번재 희망퇴직은 이로써 전직급 대상에서 3년차 이상으로 조정됐다. 두산인프라코어에 따르면 전날까지 접수된 1∼2년차 희망퇴직 신청자는 총 28명이다. 이는 전체 1∼2년차(88명) 인원중 31%. 전체 사무직 대상자 3000여명에 비하면 미미한 숫자지만 사회 파급력면에서 회사측은 철회를 선택했다. 두산인프라코어측은 "이들의 퇴직신청은 전원 철회될 것"이라며 "오전부터 개별 통보를 시작했다"고 밝혔다.
그간 ‘사람이 미래다’라는 경영철학을 고수하며 젊은 인재 확보에 열성을 다한 그룹 총수답게 최근 두산인프라코어 희망퇴직과 관련한 논란에 마음고생이 심했다는 후문이다. 장고 끝에 그는 단기적인 비용 절감을 과감히 제쳐두고 미래를 이끌어갈 인재를 선택했다.
박 회장이 직접 나서 그간의 경위를 해명하고 사태수습에 나서면서 두산인프라코어 희망퇴직과 관련한 논란도 다소 잠잠해질 전망이다. 두산인프라코어는 최근 회사가 임의로 희망퇴직 대상자를 선정·통보한 사실이 드러나 ‘강제 희망퇴직’ 논란에 휩싸였다. 특히 사측이 임의로 선정한 희망퇴직 대상자에 1~2년차 신입사원이 포함된 것이 알려지면서 논란이 확산됐다. 두산인프라코어는 박 회장의 지시에 따라 빠른 시간 내에 1~2년차 신입사원들로부터 받은 희망퇴직서를 반환하고 복직을 추진할 예정이다.
하지만 회사측은 경영악화에 따른 불가피한 희망퇴직인 만큼 제외 대상을 3년차 이상으로 확대하긴 힘든 것으로 보고 있다. 이에 따라 나머지 직급은 예정대로 오는 18일까지 신청을 받을 예정이다. 두산인프라코어는 계속된 업황 부진 여파로 알짜기업인 공작기계 부문 매각도 추진중에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