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위원회, 기획재정부, 보건복지부, 고용노동부는 20일 이런 내용을 포함한 ‘연금자산 효율적 관리 방안’을 발표했다. 이번 대책은 개인연금의 수익성을 높여 가입자가 늘어나도록 한다는 취지에서 마련됐다.
○ 연금저축 수익성 높여 가입자 확대
정부는 무엇보다 연금자산 운용을 더 탄력적으로 해 수익률을 높일 수 있도록 하는 한편 연금 가입을 확대시키는 데 방점을 찍었다. 일단 퇴직 시점(55세 이상 연금 수급 요건 충족)의 근로자가 IRP 계좌에 입금된 퇴직금을 빼내 연금저축 같은 개인연금 계좌로 옮길 경우 퇴직소득세(6∼38%)를 바로 물리지 않기로 했다. 그 대신 개인연금 계좌를 통해 연금을 받을 때 연간 수령액에 연금소득세(3∼5%)만 부과한다. 퇴직연금 계좌에서 자금을 인출하면 용도와 관계없이 퇴직소득세를 매기는 현 제도가 불합리하다는 지적에 따른 것이다.
예를 들어 현재는 은퇴한 직장인 A 씨가 IRP에 불입된 퇴직금 2억 원을 연금저축에 옮기면 각종 공제를 제외하고 700만∼800만 원의 세금을 일시에 물어야 한다. 하지만 내년부터는 세금부담 없이 2억 원을 한꺼번에 찾아 연금저축 계좌로 이체한 뒤 매년 연간 수령액에 연금소득세(3∼5%)만 물면 된다. 세금 부담이 훨씬 가벼워지는 셈이다.
원리금 보장형 연금저축신탁을 더 이상 판매하지 않기로 한 것도 눈에 띄는 부분이다. 연금저축은 운용 주체에 따라 크게 연금저축신탁(은행), 연금저축보험(생명·손해보험사), 연금저축펀드(자산운용사)로 나뉜다. 정부는 내년 1분기 금융투자업 감독 규정을 개정해 연금저축신탁 가운데 원리금 보장형 상품의 신규 가입을 제한할 방침이다. 다만 기존 가입자의 추가 납입은 인정된다. 정부는 이번 조치로 연금 자산의 주식, 펀드 등 수익성 상품 편입 비중이 커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와 함께 각 금융사가 개인의 경제 상황, 투자 성향, 연령 등을 고려해 짠 ‘대표 모델 포트폴리오’를 적극적으로 활용하도록 유도할 방침이다. 투자 경험이 떨어지는 개인들이 효과적으로 연금을 운용하도록 돕기 위한 것이다. 금융시장의 움직임에 따라 자산 비중에 변화를 주기 어려운 개인은 모델 포트폴리오 자동투자를 선택하면 된다.
○ 개인연금 공격적 투자, 기대와 우려 교차
한국은 고령화 속도가 세계에서 가장 빠른 편이지만 노후 대비 수준은 다른 나라에 비해 크게 뒤처진다. 가계의 저축률이 떨어지고 있는 데다 금융자산 비중이 2012년 기준 24.9%에 그칠 정도로 개인들의 자산은 부동산에 치우쳐 있다. 100세 시대에 노후 대비를 위해서는 ‘3층 연금(국민연금-퇴직연금-개인연금)’이 필요하다며 정부가 지속적으로 개인연금 및 퇴직연금 활성화를 외쳐 왔지만 세액공제 혜택을 주는 연금저축에 가입한 비율은 2013년 말 현재 경제활동인구의 17%에 불과하다. 이렇게 가입자 수가 적은 것은 연금저축 수익성이 낮기 때문이다. 2014년 기준 평균 수익률은 연금저축신탁 3%, 연금저축보험 4%, 연금저축펀드가 ―4.3%로 저조했다.
김학수 금융위 자본시장국장은 “저금리 기조가 지속되는 상황에서 예·적금, 채권 등 보수적인 자산 운용만으로는 충분한 노후소득 확보가 곤란하다”며 “개인연금의 효율적 운용을 통해 국민의 노후 안전판을 확보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이번 조치가 수익률이 낮아도 안정적인 자산 운용을 원하는 다수의 가입자들의 선택권을 박탈하는 측면이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9월 말 현재 세액공제가 되는 개인연금 적립금 109조 원 가운데 90%가량이 원리금 보장형 상품에 쏠려 있을 정도로 원리금 보장형 판매 비중이 높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