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4·13 총선 공천을 앞두고 새누리당의 계파 갈등이 본격화하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이 언급한 ‘진실한 사람들’을 내세운 친박계의 ‘유승민계 찍어내기’ 마케팅이 노골화하고, 이에 대한 당내 반발도 불거지면서다. 대구·경북(TK) ‘물갈이설’을 빗댄 패러디가 나도는 등 당내 분위기도 어수선하다. 총선 공천룰을 정할 공천특별기구가 21일 출범하면서 친박·비박계의 계파 대리전도 본격화하는 양상이다.
■‘혼용무도’ 시대에 ‘진실한 사람들’
친박계 핵심 홍문종 의원은 이날 교통방송 라디오에 출연해 “이재만이라는 분은 진실한 분”이라고 말했다. 유승민 의원 지역구(대구 동을)에 출마한 이재만 전 대구 동구청장에 대한 ‘진박(진실한 친박)’ 인증과 함께 마케팅을 노골화한 것이다. 앞서 홍 의원을 비롯해 조원진 원내수석부대표, 이장우 대변인 등 친박 인사들은 이 전 구청장 사무실 개소식 참석을 위해 대구까지 달려갔다.
이처럼 친박 인사들은 진박 마케팅을 유 의원 측 인사들의 축출 논리로 적극 활용하고 있다. ‘진실한 사람’을 자처해 과잉 홍보에 나서는 후보들도 넘쳐나고 있다.
하지만 당내에선 ‘진박’ 마케팅의 무리수를 지적하는 목소리들이 나오는 등 갈등이 불거지는 모습이다. 유 의원은 이날 대구 수성관광호텔에서 열린 정책토론회에서 “대통령 뜻도 아닌데 이용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말했다. 비박계인 김영우 의원 등 초·재선 의원 16명은 성명서를 내고 “당내 중요 직책을 가진 인사를 비롯한 현역 의원들이 경선 과정에서 철저한 중립의 위치에 설 것을 촉구한다”고 밝혔다.
‘진박’ 마케팅에 대한 당 안팎의 흉흉한 민심은 패러디물로 표출되고 있다. 여의도 정가에선 노래 ‘백세인생’을 패러디한 ‘정치인생’이 회자되고 있다. ‘대구 초선 여론몰이로 날 데리러 오거든 말하는 니놈이 물갈이 대상이라 전해라~’라는 식이다. ‘이환천의 문학살롱’이라는 페이스북에서 소개된 뒤 유명해진 ‘커피믹스’라는 시를 빗대 ‘내 목 따고 /속 꺼내서 /끓는 물에 /넣어 오라고 /청와대가 /시키드냐’라는 패러디물도 눈길을 끌고 있다.
대학교수들이 뽑은 올해의 사자성어 ‘혼용무도(昏庸無道)’를 빗대 “혼용무도의 나라에 진실한 사람들만 넘친다”는 우스갯소리도 나온다. 수도권 한 의원은 “당이 무엇을 시대정신으로 제시하느냐를 고민하기보다 친박이니 하면서 계파 간 이득을 챙기는 모습만 보여주고 있다”고 지적했다.
■친박·비박 공천 대리전 본격화
새누리당은 이날 비공개 최고위원회의에서 공천룰 논의를 위한 특별기구 인선안을 의결했다. 본격적인 공천 국면으로 들어가는 것이다.
황진하 사무총장이 위원장을 맡은 특별기구는 홍문표 제1사무부총장, 박종희 제2사무부총장, 권성동 전략기획본부장(이상 당연직)과 재선 김재원·홍일표·이진복·정미경 의원, 초선 강석훈·김도읍·김상훈·김태흠·박윤옥 의원 등 모두 13명으로 구성됐다. 황 위원장을 제외한 12명을 계파별로 구분한다면 친박·비박이 각각 6명으로 계파별 안배가 고려됐다는 평가다.
계파간 진짜 싸움은 이제부터다. 친박계는 현역의원 컷오프, 전략공천, 결선투표를 요구하고 있는 반면, 김무성 대표와 비박계는 전략공천을 반대하고 결선투표도 실시 요건을 엄격히 하자고 맞서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