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가정법원은 신 총괄회장의 넷째 여동생(10남매 중 8번째) 신정숙(78) 씨가 18일 오후 변호사를 통해 낸 신 총괄회장의 성년후견인 심판 청구 사건 검토에 들어갔다.
법원은 이 사건을 성견후견 사건 전담 재판부인 가사20단독 김성우 판사에게 배당했다. 한때 사건의 파급력 등 중요성을 감안해 세 명의 판사가 함께 심리하는 합의부 배당이 검토되기도 했으나, '전담 재판부가 있을 경우 관련 사건 배당을 우선으로 한다'는 법원 예규에 따라 단독 재판부가 맡게 됐다. 김성우 판사는 가정법원에서 수년간 경력을 쌓은 '가사전문법관'이다.
◇ 후견 심판 어떻게 이뤄지나
법원은 신 총괄회장에게 성년후견이 필요한 상태인지를 먼저 판단할 예정이다.
우선 건강상태에 대한 객관적이고 전문적인 진단을 감정인에게 맡긴다. 당연히 전문가인 의사가 감정인이 되는데, 서울가정법원이 성년후견제와 관련해 협력 양해각서(MOU)를 체결한 국립중앙의료원에 감정을 의뢰할 가능성이 크다.
의사의 감정은 기존 진료기록을 제출받아 보는 것만으로도 가능하지만, 부족하다고 판단되면 당사자를 병원으로 오게 할 수 있다.
법원은 이런 감정 절차와 함께 후견제 적용에 관한 선순위 상속인의 의사를 물어보는 절차를 밟는다. 선순위 상속인은 통상 배우자와 직계 자녀다. 이들이 모두 동의하면 절차를 신속하게 진행해 누구를 후견인으로 지정할지 심리한다.
그러나 이 사건에서는 '아버지가 자신을 후계자로 지목했다'고 주장하며 건강상태가 온전함을 보이려고 애써온 신동주 전 일본 롯데홀딩스 부회장이 반대하고 나설 것으로 예상된다.
신 전 부회장 측이 감정 절차 등을 막아나서면 법원이 직권으로 가사조사관을 보내 신 총괄회장의 상태를 확인할 수 있다. 법원은 조사관의 현장 실사 보고서와 다른 증거들을 취합한 뒤 당사자를 법원으로 불러 심문기일을 열고 후견 개시 여부를 최종 판단한다. 심문은 비공개로 이뤄진다.
원칙적으로는 심문기일에 당사자가 직접 나와야 하지만, 본인이 나오지 않으면 심판 신청인과 대리인, 다른 이해관계자들만 출석한 상태로 진행된다. 신 전 부회장 측이 아무리 반대한다고 해도 법원이 어떻게든 절차를 강행해 결론을 내릴 수 있다는 얘기다.
◇ 후견인은 누가 될까
후견제 개시가 결정되면 법원은 후견인을 누구로 지정할지 심리하게 된다.
법원에 후견제를 신청한 여동생 신정숙씨는 후견인으로 신 총괄회장의 부인 시게미쓰 하츠코(重光初子) 여사와 신영자 롯데장학재단 이사장, 신동주 전 부회장,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신유미 롯데호텔 고문 등 4명의 자녀를 모두 지목했다.
법원은 우선 이들을 검토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후견인이 꼭 가족이어야 할 필요는 없다.
후견개시 심판을 청구할 수 있는 권리는 본인과 친족 등으로 제한되지만, 후견인이 될 수 있는 사람은 가족뿐 아니라 전문가(변호사, 법무사, 세무사, 사회복지사) 등 일반인도 가능하다.
법원이 신씨 집안의 경영권 분쟁 상황을 고려해 직접적인 이해관계에서 떨어진 제3의 인물을 후견인으로 지정할 가능성도 있다.
그간 경영권 싸움이 한국과 일본에서 치열하게 이뤄져 온 점을 고려하면 신 총괄회장의 법적인 권리를 후견인에게 위임하는 법원의 심판 절차도 양측의 팽팽한 의견대립 속에 상당한 기간이 소요될 것으로 예견된다.
◇ 고령화 사회서 수요 늘어난 성년후견제
2013년 7월 시행된 성년후견제도는 이전의 민법상 성년자를 위한 금치산·한정치산제도의 대안으로 나왔다. 중증 정신질환자뿐 아니라 건강이 좋지 않아 의사결정 능력이 떨어지는 노인, 장애인 등의 권익을 폭넓게 보호하기 위해 개선한 제도이다.
'질병, 장애, 노령, 그밖의 사유로 인한 정신적 제약으로 사무를 처리할 능력이 지속적으로 결여된 사람'에게 법적인 후견인을 정해 본인 대신 재산을 관리하고 치료, 요양 등을 받을 수 있도록 돕는 것이다.
신 총괄회장 사건에서 법원이 후견 개시를 결정했다는 것은 그가 더이상 자력으로 사무를 처리하고 의사를 결정할 수 없는 상태임을 입증하는 것이기도 해 경영권 분쟁에서 핵심 쟁점으로 부상할 전망이다.
최근 우리 사회의 고령화와 함께 치매 등 뇌기능과 관련한 노인 질환이 늘면서 성년후견제가 도입된 이래 올해 11월까지 2년5개월간 서울가정법원에만 1천300건의 신청이 접수되는 등 수요가 급증하고 있다.
이 중 후견 개시 신청이 받아들여진 경우가 731건, 기각된 게 19건, 청구를 취하하거나 청구인 자격이 안 되는 등의 이유로 각하된 사건이 293건, 미제 사건도 250여건이나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