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절의 여왕이라는 5월이다. 시인 노천명은 <푸른 오월>이라는 시에서 이렇게 읊었다. ‘청자(靑瓷)빛 하늘이, 육모정(六角亭) 탑 위에 그린 듯이 곱고 연못 창포 잎에 여인네 맵시 위에 감미로운 첫여름이 흐른다.’
영어의 5월 '메이'(May)의 어원은 그리스 신화에서 봄의 여신 마이아(Maia)에서 비롯되었다. 그리고 로마시대에 '다산'(多産)과 '풍요'를 상징하는 여신 보나 데아(Bona Dea)와 동일시되며 5월에 축제가 열리곤 했다. 그런데 5월은 지구의 북반구에서는 봄이지만 남반구에서는 11월에 해당하는 가을이다. 그렇게 보면 5월은 크게 보면 생성의 시기이면서 동시에 결실의 계절인 셈이다. 그래서일까 5월이면 결혼의 시즌이기도하다.
작년 5월 한 지인의 요청으로 주례를 섰던 적이 있다. 통상 결혼식에 가보면 주례사는 간단할수록 좋다는 것이 하객들의 한결같은 바람인 것 같다. 실제 주례를 맡은 입장에서 새 출발하는 신랑 신부에게 무슨 메시지를 전해줄까를 생각하다 ‘진정으로 사랑하라’는 것을 주제로 잡았다. 진부한 표현일지도 모르지만 진정한 사랑이라는 의미를 전해주는 것이 참신한 뜻이 있을 것이라 생각했다.
현대사회는 수평적인 구조다. 사회문화체계가 그만큼 변했다. 과거 수직적인 사회구도 속에서는 흔히 ‘효도하라’, ‘내조 잘 하라’, ‘형제간에 우의 있게 지내라’ 등등이 상투적인 주례사의 내용이었다. 하지만 대부분 베이비부머 세대들의 자녀들은 이른바 에코세대들이다. 그들의 시대환경과 사회여건은 달라졌다. 어쩌면 효도, 내조, 우의라는 단어가 구태적인 개념으로 들릴지도 모른다.
그래서 여러 가지 생각을 해서 주제를 사랑으로 잡은 것이다. 사랑을 기본으로 부부간에 소통, 곧 커뮤니케이션으로 긍정의, 사랑의 언어습관을 들이는 것이 행복한 인생의 주춧돌이 될 것임을 강조했다. 부부가 쓰는 언어는 부부의 사고방식과 행동양식을 형성하여 그것이 습관이 되면 바로 그들의 인생 모습이 되는 것이라 역설했다.
인간의 2,500억 개의 뇌 세포는 자신이 하는 스스로의 말을 잠재의식, 다시 말해 무의식 속에 저장시켜 그것으로 자신을 지배하게 되어 있다. 그래서 부부가 어떤 말을 쓰는가는 바로 그 부부가 어떤 인생을 살아갈 것인가를 결정하는 바로미터다. 말하자면, 무의식이 우리들의 신체를 지배하며 잠재의식이란 몇 번이고 반복적으로 한 말을 마음에 또렷하게 새겨놓으면 반드시 그대로 실현되게 하는 ‘만능의 힘’을 지니고 있다. 성공의 언어로 습관을 길들이자는 뜻이다.
앞서 말한 사랑이라는 영어 ‘LOVE’는 5,000여 년 전 인도 유럽피언 고대어가 생겨날 때 네 가지의 덕목을 아우르는 단어로 만들어졌다. 그 네 가지 요소는 '배려'(care), '인정'(approve), '믿음'(believe), 그리고 '바램'(desire)이었다. 그런데 흔히 우리들, 아니 부부들은 모두 사랑을 말하면서도 상대방에 대해 바라는 것을 우선 시 한다. 그에 앞서 배려, 인정, 믿음이라는 가치가 실천되어야 한다는 것을 모르면서 말이다.
그 날 주례를 선 부부에게 ‘사랑’의 진정한 의미를 깨달아 서로를 사랑한다면 행복한 결혼생활과 성공한 인생이 될 것을 주지시켰다. 이런 사랑을 바탕으로 부부간에 ‘당신 사랑해’, ‘당신 멋있어’, ‘당신 필요해’, ‘당신 미안해’, ‘당신 고마워’라는 이 다섯 마디를 일상으로 표현하는 습관을 첫날부터 실천할 것을 당부했다. 이 다섯 마디의 표현은 부부를 행복으로 꿰어주는 실과 바늘이다. 철학자 니체는 ‘결혼생활은 긴 대화’라고 했다. 긍정의 말로, 사랑의 말로, 배려의 말로 긴 대화를 나누는 것이 바로 행복한 결혼의 요체라는 것을 깨달아야 한다.
실제로 미국의 저명 가정상담소에서 행복한 결혼생활을 꾸려가는 2만5,000쌍과 그렇지 않은 경우의 부부들을 대상으로 분석하여 얻은 결과가 바로 이 다섯 마디의 마력이었다. 부부의 행복조건은 물질과 명예가 아닌 감성어린 대화로 이루어지는 참다운 소통이었다는 것을 알아냈다.
통계에 따르면 전체적으로 혼인 건수는 줄어드는 대신 이혼 건수는 갈수록 늘어가는 추세를 보이고 있다. 사랑의 결정체로 이룬 결혼이 지속되지 못하는 것은 한 마디로 진정한 사랑을 실천하지 못해서다. 곧 사랑의 어법이 서툴러서라 할 수 있다. 이런 세태 속에서 작년에 한 쌍의 결혼을 맺어주며 선사했던 사랑 메시지를 잘 실천해서 더없이 행복한 가정생활을 꾸려갈 것이라 믿으며 다시 맞는 이 아름다운 계절이 싱그럽기만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