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프리존=강대옥 선임기자] 판문점에서 북미정상회담 개최 가능성이 급부상하면서 동북아는 물론 한반도의 정세에 영향을 끼칠 판문점 발 한반도 빅뱅 가능성이 급속도로 고개를 들고 있다.
세계적으로 긴장과의 분단의 상징이었던 판문점이 남북정상회담 성공으로 '평화의 땅'으로 부각되면서 판문점에서 북미 정상이 만나 비핵화 합의에 대한 선언을 발표할 수 있다면 드라마틱한 효과가 극대화 되면서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을 향한 동력 역시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한반도의 평화와 운명 여부가 결정될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담판 내용이 가장 중요하지만, 판문점이라는 장소가 갖는 상징성이 이를 더욱 부각시키는 계기가 될 것이라는 관측이다.
처음에 판문점은 북미정상회담 장소 후보지에서 배제되었다. 이는 한국의 중재가 부각되어 미국은 판문점을 고려하지 않았던 것으로 보여 졌다. 하지만 이를 되살리는 과정에서 문 대통령이 중심 역할을 하고 있다. 그동안 트럼프 대통령은 북미정상회담 장소를 함구하다가 문 대통령과 통화 직후 판문점이 공식 거론한 시점이라는 것이 판단의 주요 근거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달 30일(현지시각) "많은 나라가 회담 장소로 검토되지만, 남북 접경지역인 평화의 집(PEACE HOUSE)·자유의 집(FREEDOM HOUSE)이 제3국보다 더 대표성을 띠고 중요하며 지속가능한 장소일까"라는 글을 올렸다.
나이지리아 대통령과 회담 후 공동회견 직후 트럼프 대통령은 판문점 개최 가능성에 대한 질문에 "전적으로 가능하다"며 "일이 잘 해결되면 제3국이 아닌 그곳에서 하는 게 엄청난 기념행사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판문점 남측지역인 평화의 집과 자유의 집을 콕 집어 언급한 것은 그만큼 판문점을 유력한 회담 장소로 고민한다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청와대 관계자는 "문 대통령이 트럼프 대통령에게 제안했다기보다는 두 분 사이에 장소를 놓고 어디가 좋겠냐고 얘기하면서 자연스레 나온 것"이라며 "판문점 개최의 장단점에 관해 얘기했다"고 말했다. 그는 "트럼프 대통령이 자유의 집과 평화의 집을 정확히 알고 있었다"고 했다.
또 다른 청와대 관계자는 "트럼프 대통령이 문 대통령에게 먼저 판문점 얘기를 꺼냈고 문 대통령이 그에 대해 이런저런 얘기를 한 것으로 안다"며 "문 대통령이 트럼프 대통령에게 판문점을 권했거나 설득했다는 얘기는 잘못된 것"이라고 했다.
다시 말해서 판문점에서의 성공적이고 회담의 의미를 극대화한 남북회담을 지켜보면서 트럼프 대통령이 먼저 판문점 얘기를 꺼냈다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보여 진다.
청와대 관계자는 "분단을 녹여내고 새로운 평화의 이정표를 세우는 장소로는 판문점이 상당한 의미가 있다"고 기대감을 드러냈다.
이는 한미정상이 북미회담 장소로서의 판문점을 놓고 대화를 나누고 트럼프 대통령이 이를 고민하는 현재 상황은 '포스트 남북정상회담'에서도 문 대통령, 대한민국의 주도적 역할이 가능하다는 점을 보여 준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북미 간 가교역할을 하면서도 주도권을 유지하는 것으로 한반도 문제 해결의 '운전자' 면모를 인식시키기에 충분하기 때문이다. 이는 남북정상회담 성과를 북미회담으로 이어가 남북미 3자 또는 남북미중 4자를 통해 종전선언을 하겠다는 구상이 가능해지기 때문이다.
남북 정상은 4·27 판문점 선언을 통해 정전협정 체결 65주년인 올해 종전을 선언하고 정전협정을 평화협정으로 전환하며 항구적이고 공고한 평화체제 구축을 위한 남북미 3자 또는 중국까지 포함한 4자회담 개최를 추진키로 한 바 있다.
문대통령은 작년 7월 독일 '베를린 구상' 발표 이래 남북정상회담에서 '완전한' 비핵화 합의를 끌어내고 급기야 북미 간 고민의 한 지점인 장소 결정에도 어느 정도 관여함으로써 한반도 문제를 주도적으로 풀어나가겠다는 의지가 현실화한 것으로 볼 수 있다.
문 대통령과 트럼프 대통령이 북미회담 장소로 판문점을 논의했다는 것은 남북 정상 사이에서도 이 사안에 대한 긍정적인 의사 교환이 이루어졌다는 추론을 낳는다. 이 경우 판문점 낙점 여부는 트럼프 대통령의 결단이 좌우할 것으로 전망된다.
화담장소가 판문점으로 정해질 경우 북미정상회담에서 핵심 쟁점으로 다뤄질 비핵화 방법론에 대해서도 중재 역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는 '리비아식 해법'으로 불리는 일괄타결 프로세스를 강조하며 '비핵화 이전 보상 없다'는 메시지를 지속하는 미국과 단계적·동시적 해법을 고수하는 북한 사이에서 절충안을 모색할 수 있기 때문이다.
분단, 불신과 대결의 철조망에서 신뢰와 평화로 옮겨 가는 대전환기의 이정표가 될 북미정상회담을 앞두고 문 대통령이 중재자이자 협상가로서 얼마나 더 큰 역할을 할지 세계는 주목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