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에스원에서 ‘고졸 학력, 경비 요원 출신’ 임원이 탄생했다. 삼성 에스원의 박춘섭(53) 호남사업팀장은 이달 초 에스원의 정기 임원 인사에서 상무 자리에 올랐다.
더이상 ‘고졸 출신 임원’이 화제가 되지 않는 시대지만 박 상무는 보안업계의 최전선이라 할 수 있는 경비 요원 출신이란 점에서 주목받고 있다. 삼성 에스원에서 경비 요원을 지칭하는 ‘SE(Security Engineer) 요원’ 출신 임원은 박 상무가 ‘1호’다.
1985년 23세 때 가정의 생계를 책임지게 된 박 상무는 친구의 소개로 에스원의 전신인 한국안전시스템에 입사했다.
첫 임무는 당시 용산에 있었던 제일제당 물류센터를 지키는 일이었다. 박 상무는 “그때의 보안은 말 그대로 ‘맨몸’으로 막는 것”이었다고 돌이켰다. 오로지 진압봉 하나에 의지해 맨몸으로 범인과 부딪쳤고, 흉기에 손등을 다쳐 장시간에 걸친 봉합 수술을 받기도 했다. “어린 나이에 현장이 많이 두려웠습니다. 그만둬야 하나 고민도 많았지만 자존심이 허락하지 않더군요.”
5년 뒤 영업직으로 옮긴 박 상무가 걸어온 길은 국내 보안업계의 발전 역사와 겹친다.
특히 박 상무는 1990년대 초 폐쇄회로(CC)TV가 도입되는 과정에 기여했다. 박 상무는 CCTV 보급을 “성역을 무너뜨리는 일”이었다고 말했다. “학교와 관공서의 숙직 직원을 CCTV로 대체하는 과정에서는 국무회의에서 법 개정을 거쳤습니다. 고객의 사생활 보호를 주장하는 백화점 관계자들을 설득해야 했고요. 두 달 동안 집에 못 들어간 채 일한 적도 있었습니다.”
요원들의 맨몸에 의존했던 보안업계는 이제 사물인터넷, 정보통신기술(ICT)과 결합해 첨단의 옷을 입고 있다. 박 상무는 “기술이 발전할수록 지금보다 몇 배는 더 열심히 공부해야 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