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은 방방곡곡 가뭄으로 생활이 어려울 정도로 물이 부족한 한 해였다. 그래서일까. 기자들이 머리를 맞대고 올해의 키워드를 선정해봤으나 ‘메르스’, ‘국정교과서’, ‘금수저’… 심지어 ‘헬조선’까지 하나같이 가슴을 쩍쩍 갈라놓는 팍팍한 것들뿐이었다. 다소 암울한 키워드라 할지라도 의기소침하지 말자. 기자들이 알알이 찾아낸 웃음 코드를 따라가며 한바탕 웃다 보면 어느새 촉촉한 행운이 찾아오지 않을까? 올해는 2016년의 활기찬 기지개를 위한 잠깐의 웅크림이었음을 희망하며.
언제든 마음먹으면 합석할 수 있는 부담 없는 술친구이자, 법적 분쟁이 있으면 든든한 법률 자문가이자, 거기에 고급 일본 요리까지 척척 사주는 남사친(남자 사람 친구)이라니! 영화나 드라마 속에 존재하던 소울메이트의 현현이다. 진정 부러운 파트너십이 아닐 수 없다.
미국의 막장 토크쇼 ‘제리 스프링거 쇼’를 보고 있는 줄 알았다. 김수미의 눈물과 고성, 욕설, 급기야 조영남의 돌연 퇴장까지! KBS-2TV ‘나를 돌아봐’ 제작발표회장을 몰래 카메라로 의심하게 했던 김수미와 조영남의 기행은 100% 리얼 상황이라는 후속 보도에 더 난감했던 사건. 존폐 위기까지 걱정하게 했던 ‘나를 돌아봐’는 동시간대 예능 프로그램과 고만고만한 시청률을 보이며 건재하니 이 또한 아이러니하다.
2013년 박근혜 대통령의 방미 기간 중 여성 인턴 성추행 의혹으로 경질된 윤창중 전 청와대 대변인. 칩거생활에 들어간 지 2년 만에 포착된 그의 모습은 충격적이었다. 단발머리에 살이 통통하게 오른 얼굴. 첩보액션 영화를 찍어도 손색이 없을 만한 변신, 아니 변장으로 하마터면 누군지 못 알아볼 뻔 했다.
간통죄가 폐지됐다고 쾌재를 부르고 있는 어리석은 이들은 이제 없겠지? 착각은 금물. 말 그대로 국가가 개인의 사생활에 간섭하지 말자는 취지이지, 간통이 윤리적으로 문제가 없어서 위헌이 된 건 아니니깐.
한국 드라마 역사상 가장 헛점 많은 악녀가 아닐까? 아침드라마 ‘이브의 사랑’에서 악녀 강세나(김민경 분)는 거짓으로 실어증 연기를 하며 말 대신 ‘맛있다’라고 쓰인 아들의 낱말 카드를 빠끔히 들어 보인다. 심지어 거지꼴로 나와 길거리에서 과자를 주워 먹는다. 김민경의 악역 연기는 분노 유발이 아닌, 웃음 유발이 포인트인가 보다. 없던 암세포도 치료될 듯.
‘아내의 자격’, ‘밀회’를 통해 인간이 가진 세속적 욕망을 적나라하게 드러냈던 안판석 감독과 정성주 작가의 화제작. 대한민국 슈퍼갑과 을들의 반란을 블랙코미디로 그려낸 드라마는 연기 구멍 없는 배우들의 호연과 예측할 수 없는 스토리로 시청자들의 뜨거운 호응을 얻었다. 유준상 활용법, 백지연의 연기 데뷔, 길해연·장소연 등 연기파 배우들의 발견. ‘풍문’이 남긴 것.
누적 관객 1,300만 명을 넘기며 역대 흥행 순위 3위를 기록한 ‘베테랑’은 2015년 최고의 흥행작이다. 코믹 액션 장르가 천만 영화에 등극하기는 이례적. 이 영화로 영화평론가협회상 감독상을 수상한 류승완 감독은 “돈도 있고 ‘가오’도 있게 해줘서 감사하다”라는 수상 소감을 전했다. 그의 말마따나 ‘베테랑’ 덕분에 앞으로 한동안은 돈 걱정 안 하고 영화를 만들 수 있게 됐다고. 그러니 류 감독, ‘베테랑2’ 어서 찍어줘요.
영화 ‘암살’의 여주인공으로 ‘한국 영화 흥행 역대 7위’라는 타이틀을 거머쥔 전지현은 결혼 3년 만에 첫아이를 임신하며 안팎으로 기쁨 가득한 한 해를 보냈다. 역사의식 부재 인터뷰 발언과 경호원의 과잉보호 논란도 가볍게 비켜갔으니 이 언니, 뭘 해도 되는 한 해였다.
‘윤, 안, 임’의 해외 원정 도박설은 마른하늘에 날벼락이었다. 정규 시즌에서 우승하고 한국시리즈 경기를 앞두고 있던 삼성 라이온즈는 세 선수를 엔트리에서 제외시켜야 했다. 문제는 이들 모두 팀의 핵심 투수였다는 것. 결국 삼성은 두산 베어스에게 4년 연속 지켜오던 우승 트로피를 내주고 말았다.
실로 우열을 가리기 힘들었다. “최근 한국 영화는 이경영이 출연하는 영화와 출연하지 않는 영화로 나뉜다”라는 말을 낳은 ‘충무로의 공무원’ 이경영과 그 아성에 도전하는 배성우. 현재 스코어는 10:8로 이경영의 승! 하지만 배성우에겐 아직 개봉하지 않은 두 편의 영화가 기다리고 있다.
혹자는 ‘독립영화를 씹어 먹을 듯한 외모’라고 했다. 데뷔작 ‘은교’에서 보여준 연기가 강렬해서일까. 이후 맡은 대작에 거는 기대가 컸던 탓일까. 김고은의 소포모어 징크스가 좀처럼 깨지지 않고 있다. 2016년에는 사이즈에 딱 맞는 핏 좋은 영화를 만나 날아다니는 활약을 기대해본다.
올해 상반기 외화들의 약진이 두드러졌다. 2월 개봉한 ‘킹스맨: 시크릿 에이전트’는 역대 청소년 관람불가 등급 외화로는 처음으로 600만 명 고지를 넘으며 돌풍을 일으켰다. B급 코드와 개성 넘치는 유머, 액션 등이 맞물리며 유독 한국 관객들에게 사랑받았다. 남성의 시각에서 박제된 액션 히로인이 아닌 진정한 22세기형 여전사 퓨리오사를 등장시킨 ‘매드맥스: 분노의 도로’ 역시 환호를 받은 작품이다.
몇 년째 ‘복고’ 붐이 계속되더니 이젠 역사 교과서까지 유행에 합류했나 보다. 뒷걸음치지 말고 다시 앞으로 걸어가면 안 되겠니?
연말 모임을 어디서 해야 할지 고민이라면 모임 장소계의 강자로 떠오른 한식 뷔페를 주목해보자. 2013년 중소기업 ‘풀잎채’가 포문을 연 뒤 CJ ‘계절밥상’, 이랜드 ‘자연별곡’, 신세계 ‘올반’이 연이어 도전장을 내밀었다. 남녀노소 모두의 입맛에 잘 맞는 우리 음식을 맛볼 수 있고 가격도 합리적이라 만족도가 높은 편.
과일 소주가 인기를 얻자 멕시카나에서는 딸기, 멜론, 바나나맛 시즈닝을 뿌린 과일 치킨을 출시했다. “이건 좀 아닌 것 같다”라는 반응이 대다수였지만 과감히 시식에 도전한 이들이 많았다. 중도에 먹는 걸 포기한 먹방 BJ들이 속출했고, 물에 씻어 먹었다는 후기가 나올 정도로 혹평이 난무했다. 하지만 그 시도만큼은 높게 사 ‘올해의 도전’으로 선정한다.
이연복 셰프의 ‘칠리새우&동파육’ 세트가 론칭 두 달 만에 매출 80억원을 돌파하는 기록을 세웠다. 예약조차 어렵다는 연희동 ‘목란’의 맛을 비슷하게나마 담으려고 노력했다고. 방송 때마다 매진 사례가 속출하고 있으니 주문하고 싶다면 필히 방송 일정을 확인할 것!
‘허니버터칩’만큼은 아니었지만 출시 초반 품귀 현상을 빚었던 저도주 과일 소주, 비키니를 넘어선 인기 아이템 래시가드, 이미 한국에선 구하기 힘들다는 수지의 벽돌 립스틱과 ‘삼시세끼’의 김광규가 열광하던, 그러나 얼마 전 대한한의사협회가 “남성에게 탁월한 효과가 있다는 학술적·임상적 근거가 없다”라고 밝힌 야관문도 추가.
일명 ‘메르스 마스크’로 미생물의 전파 및 감염을 막는다는 3M의 N95 마스크가 품귀 현상을 빚었다. 이제는 당시 너무 많이 사재기를 한 이들이 중고나라를 통해 너도나도 재판매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런 아이템을 ‘머스트 해브’하지 않아도 되는 환경에서 살았으면.
서울대 김난도 교수가 대표 집필자로 나선 「트렌드 코리아 2016」에 의하면 사람들은 단기 불황에는 매운맛을, 불황이 장기화될 때는 단맛을 찾는다고 한다. 백주부의 아낌없는 설탕 사용에 관대했던 이유가 이 때문이었나 보다.
자승자박, 잔혹사 등 전광석화와 같았던 일련의 사건을 일컫는 단어는 많았으나, X맨이라는 표현만큼 절묘할까. 국정교과서 대표 집필진 발표 이틀 만에 여기자 성추행 논란으로 자진 사퇴 의사를 밝힌 기자 회견 자리에서 보여준 최몽룡 서울대 명예교수의 해사한 미소는 국민의 상당수가 반대하는 국정교과서 집필에서 ‘발 빼기 위해 작전을 짰다’라는 네티즌의 의견이 그럴듯해 보일 지경이었다. 그렇다고 부적절한 언행이 희석될 리는, 절대 없다.
여자친구, 부인, 심지어 여동생의 나체 사진까지…. 성인 사이트 소라넷에는 몰카부터 성매매 후기·알선, 강간 희망자 실시간 모집 글까지 공공연하게 게시되고 있다. 불법·유해 사이트로 지정돼 국내 접속이 차단됐지만 해외 우회 주소로 계속 운영되는 중이다. 보고도 믿기지 않는 현실이다. 6만을 넘은 폐지청원을 응원한다.
한국사를 바로 읽기 위해 꼭 필요한 ‘머스트 해브 아이템’, 서울시교육청에 이어 경기도 교육청이 내년 모든 중고교에 보급하기로 한 요즘 가장 핫한 ‘꿀템’, 한 번 구입하면 대를 물려서 길이길이 가보로 남길 수 있는 ‘인생템’.
올해 가장 사회적 이슈를 몰고 온 어린이라면 단연 이순영양이다. 많은 이들의 입방아에 오르내리며 냉탕과 온탕을 오가던 이순영양의 가족은 비로소 진정 국면을 맞은 듯. 전량 폐기됐던 「솔로강아지」의 문제작 ‘학원 가기 싫은 날’을 빼고 재출간했다. 확실히 그냥 묻히기엔 아까운, 재기 발랄한 동시들이 많다.
“빠밤! 섰다, 걷는다.” 지난 8월 비무장지대 수색 중 목함지뢰를 밟아 다리를 잃는 사고를 당한 김정원 하사가 자신의 SNS에 의족을 착용하고 당당하게 선 사진과 함께 남긴 글이다. 1차 폭발로 쓰러진 하재헌 하사를 구하다가 사고를 입은 그에 이어 하 하사도 두 다리로 걸음을 떼고 재활 치료에 한창이라는 소식이다. 두 장병의 의젓함에 우리가 격려를 받는 듯해 못내 미안한 마음이다.
해마다 급증하는 몰카 범죄의 수치를 언급하지 않고 싶다. 스마트폰과 SNS의 대중화 때문이라는 분석조차 무의미하다. 여성을 성적 대상화로 두고 몰래 촬영, 공유하는 행위에 대한 각성과 함께 범죄에 대한 엄격한 처벌이 필요하다.
가히 ‘사과의 정석’이라 칭할 만했다. 지난 6월 삼성서울병원이 메르스 확산의 진원지로 지목되면서 비판 여론이 거세지자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은 그룹을 대표해 머리 숙여 사과했다. 병상에 누워 있는 아버지를 언급하며 공감을 사거나 ‘사죄’, ‘참담’같이 강한 표현이 담긴 사과문은 ‘깔끔’ 그 자체였다. 대중의 기준이 낮아진 건 그동안 부적절한 사과문을 너무 많이 본 탓일까.
해외 뉴스에서 자주 보던 한 장면처럼, 쇼핑몰 문이 열리자마자 우르르 몰려 들어가 ‘득템’의 기쁨을 함께 나누는 그림을 상상했다. 미국의 추수감사절 다음날인 11월 마지막 주 금요일부터 연말까지 50~90%의 대규모 할인 판매를 하는 블랙프라이데이를 표방한 한국판 블랙프라이데이는 지난 10월 1일부터 14일까지 진행된 저조한 실적과 함께 조용히 마감됐다. 정부 주도로 한 달 전 부랴부랴 준비에 들어간 행사이니 애초부터 같은 이름을 붙이는 것부터 무리수였다. 어떻게 꽁꽁 채워둔 지갑인데, 눈 가리고 아웅 하는 식의 세일에 쉽게 열 리가 있나. 요즘 소비자 우습게 보면 큰코다친다.
더 이상 그를 ‘소유진의 남편’으로 부르는 이는 없을 것이다. 쿡방 열풍이 뜨거웠던 2015년은 요리하는 남자 백종원의 매력에 푹 빠진 한 해였다. ‘미모의 여배우를 아내로 둔 외식업계의 거물’은 요리 내공과 구수한 입담, 방송감까지 겸비한 스마트한 남자였으니, 그가 방송에서 보여준 레시피는 다음날 어김없이 인터넷과 SNS를 달궜고, 백종원표 ‘만능소스’는 1인 가구뿐 아니라 주부들의 사랑을 듬뿍 받았다. ‘마이리틀텔레비전’과 ‘집밥 백선생’, ‘한식대첩3’, ‘백종원의 3대천왕’까지 그의 활약은 계속되고 있다.
방송 초기 ‘아프리카TV의 공중파 버전’ 정도로 예상됐던 ‘마이리틀텔레비전’은 1인 미디어와 실시간 양방향 소통이 예능적 도구로 어떻게 활용될 수 있는지를 보여줬다. 신선함과 웃음 두 마리 토끼를 잡았으니 이만하면 성공적 실험이다. 김영만 아저씨와 백주부, 서유리와 기미 작가까지, 걸출한 화제의 인물들도 탄생시켰다.
흔한 ‘몸짱’이 되고 싶은 게 아니었다. “내년에 환갑인데 나 자신에게 몸도, 정신도 건강한 예쁜 몸을 선물하고 싶다”라며 이현우 트레이너를 찾았던 인순이는 3개월간 혹독한 트레이닝을 받고 보디빌딩 대회에 참가했다. 웰에이징에 대해 다시금 생각하게 한 왕언니의 당당한 도전은 슈퍼모델들의 몸매보다 더 쿨한 인생의 자극이 됐다.
선수 시절 서장훈은 거친 플레이와 욕설 장면이 TV에 자주 잡혔던, 그저 무서운 골리앗이었을 뿐이다. 그러나 예능인으로 거듭난 그는 남의 눈치 보지 않고 바른말 하는 멋진 오빠다. 시원한 돌직구와 대중의 속내를 읽어내는 재빠른 눈치! 진정 이 시대에 필요한 예능인의 발견이다.
지난 7월 네티즌은 새로운 형식의 어뷰징(클릭 수를 늘리기 위해 언론사가 의도적으로 제목과 내용을 바꿔가며 반복 송고하는 행위) 기사의 등장에 입을 다물지 못했다. 이른바 기승전-유승옥 기사. 태풍이 와도, 뉴호라이즌호가 명왕성에 접근해도 기사의 마무리는 유승옥이었다. 기상청 관계자도, 천문학 전문가도 아닌 유승옥이 등장한 이유는 그녀가 올해 가장 주목받는 몸매의 주인공이었기 때문. 트래픽만을 노린 언론사의 씁쓸한 행태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가 거셌다.
‘못 간다고 전해라~, 재촉 말라 전해라~’ 쉽게 No!를 외치지 못하는 현대인의 고충을 시원하게 대리만족 시켜주는 이애란의 노래, 백세 인생. 코 평수를 늘리며 ‘공기 반 소리 반’의 정석을 보여주는 그녀의 열창 모습은 네티즌에게 엄청난 활용 ‘짤’을 제공해줬다.
드라마 ‘육룡이 나르샤’의 길태미. ‘뭐지? 이 낯섦은?’ 하다가 ‘볼매볼매’ 빠져버리고 만다는 길태미 분장이 올해의 메이크업으로 당당히 뽑혔다. 실제 길태미 분장에 사용된 제품과 함께 상세 메이크업 노하우가 각종 뷰티 커뮤니티에서 화제를 모았다. 요즘 박혁권은 ‘민낯’ 외출이 도리어 어색하다는 후문.
이 사회를 꼭 ‘지옥(Hell)’에 비유해야하나 싶었다. 하지만 취업, 결혼, 출산, 육아 뭐 하나 쉬운 게 없는 우리 현실을 ‘헬조선’ 만큼 잘 대변한 말도 없는 듯하다. 천국은 바라지도 않는다. 내일은 오늘보다 더 나을 거라는 희망이라도 가질 수 있었으면.
실물 크기와 같은 포스터와 등신대가 제작된다고 했을 때, 당연히 ‘과한 보정’이 기본일 줄 알았다. 판촉용 포스터와 등신대가 배포되자마자 도난과 중고 거래가 성행한다고 했을 때도 홍보성 과장인 줄 알았다. 그녀가 직접 등신대 옆에서 포즈를 취하기 전까지는! 무보정 사진임이 놀랍다기보다, 사진 같은 설현의 몸매에 놀랐다는 사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