野 내홍으로 검증 칼날 무뎌져..여야 모두 지역구行.. 청문회 '나몰라라'
박근혜 대통령이 경제부총리와 교육부 장관 등에 대해 개각을 단행하면서 신년 초부터 인사청문회가 줄줄이 예고된 가운데 벌써부터 맥빠진 청문회가 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대여 공세에 칼을 갈아야 하는 야당이 내홍을 겪고 있는 탓에 인사검증의 칼날이 무뎌지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25일 국회에 따르면 새해 벽두인 1월6일부터 11일까지 무려 4건의 인사청문회가 예정돼 있다. 아직 일정이 확정되지는 않았지만 같은 시기에 치러질 홍윤식 행정자치부 장관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회까지 합하면 국회는 5건의 청문회를 열어야 한다.
이른바 슈퍼위크가 펼쳐지는 것이다. 이번 청문회는 야당의 입장에서 어느 때보다 중요한 일전으로 여겨진다. 총선을 앞두고 박근혜 정부 내각에 치명상을 입힐 수 있는 기회다.
실제로 이준식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장관 후보자는 40억대에 달하는 아파트와 오피스텔 4채를 보유한 것으로 나타나 투기 의혹에 휩싸였으며 홍 후보자는 투기를 노린 위장전입 논란이 제기됐다.
그러나 대여 공세를 위한 재료를 앞에 두고도 야당은 당력을 하나로 집중하기 힘든 상황이다. 새정치연합은 안철수 의원의 탈당으로 분당이 현실화되고 있는 탓에 집안 단속하기에도 힘이 달린다.
추가 탈당이 가속화될 경우 상임위별로 상임위원 이탈도 걱정해야할 판이다.
새정치연합 원내 고위관계자는 뉴스1과 통화에서 "당이 제대로 돌아가야 할텐데…"라고 한탄하면서 "원내 전략을 짜는데 매우 어려운 상황"이라고 속내를 털어놨다.
내홍을 차치하고라도 총선을 앞두고 의원들 모두 마음이 '콩 밭'에 가있는 것도 문제다. 총선을 앞두고 대목인 연말, 연초 지역구에 얼굴 내비치기에 바빠 청문회에 신경을 쏟을 물리적 시간이 부족하는 것이다.
실제로 여야가 쟁점 법안을 비롯한 법안 심사에 애를 먹고 있는 것도 의원들의 개인일정이 많은 탓도 있다고 한다. 대부분의 의원들이 "지역으로"를 외치며 지역구에 힘을 쏟다 보니 상임위 일정을 잡기가 쉽지 않다는 것.
안행위 야당 보좌진은 "내년 총선에 불출마하는 의원들을 빼고는 300명 중 대부분의 의원들이 보좌진을 지역구에 내려보낸 실정"이라며 "청문회 준비를 위한 가용인력이 부족하다"고 말했다.
청문회에 의지가 없는 것은 야당 의원들 뿐만이 아니다. 지역구와 당내 공천룰에 매몰돼 있는 여당 의원들 역시 청문회는 '강건너 불구경' 하듯 하고 있다.
그간 인사청문회 때마다 정부의 호위병 역할을 자처하며 후보자의 도덕성 보다는 정책 질의에 집중하는 척이라도 했던 여당이지만 이번에는 이마저도 기대하기 어려울 것으로 전망된다.
교문위 여당 보좌진은 "후보자 검증은 주로 야당이 하는 것 아니냐"며 사실상 손을 놓고 있다고 했다.
후보자 5명 가운데 정치인이 2명(유일호·강은희 후보자)이나 포함돼 있는 것도 날선 청문회를 기대하기 어렵게 하는 배경이다. 과거 이주영 새누리당 의원은 해수부 장관 인사청문회를 6시간 만에 통과하기도 했다.
이번에는 유일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후보자가 같은 전례를 밟는 것 아니냐는 목소리가 나온다.
유 후보자는 이미 국토교통부 장관으로 취임하며 인사청문회를 거친데 이어 장관직을 내려놓고 의원으로 돌아온지 한 달여 만에 다시 국무위원으로 내정된 황이라 검증할 사례가 많지 않다는 관측이다.
안대희·오세훈은 왜 험지출마 대상이 됐나 높은 인지도..해당 지역 출마 경험 없어
안대희 전 대법관과 오세훈 전 서울시장이 새누리당의 이른바 명망가 험지출마론의 첫 대상이 됐다. 안 전 대법관은 부산 해운대에서, 오 전 시장은 서울 종로에서 내년 총선을 각각 치를 계획이었다.
안 전 대법관과 오 전 시장을 관통하는 키워드는 전국적인 명성을 얻은 유명인사라는 점이다. 안 전 대법관은 검찰 재직 당시인 2003년 헌정사상 초유의 여야 불법 대선자금을 수사하면서 정권 핵심인사와 재계 총수 등을 잇달아 기소해 스타 중수부장이라는 별명을 얻었다. 이후 검찰을 떠나 2006년에는 대법관에 임명됐다. 지난해에는 전관예우 논란에 사퇴했지만 국무총리 후보로 지명되기도 했다.
오 전 시장은 변호사 시절부터 잘생긴 외모로 화제를 불러 모았으며, 16대 한나라당 의원을 거쳐 2006년과 2010년 서울시장 선거에 당선돼 유명세를 떨쳤다.
하지만 이들이 험지 차출 대상이 된 배경에는 유명인사라는 것 외에 다른 이유가 있다. 바로 출마하려는 지역구에서 국회의원을 한 적이 없다는 점이다.
안 전 대법관은 이번 총선이 첫 금배지 도전이며 오 전 시장은 16대 의원시절 의정활동을 한 경험이 있지만 서울 종로가 아닌 강남을 지역구로 했다.
새누리당이 서울 종로에서 오 전 시장의 경선 라이벌인 박진 전 의원에 대해서는 험지출마를 요구하지 않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박 전 의원은 16대 총선부터 '정치1번지'인 종로에서만 세번 내리 승리한 바 있다.
이 같은 방침은 김무성 대표를 비롯한 당 지도부의 발언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김 대표는 험지출마론을 거론하면서 '처음 정치에 도전하는 명망가'를 대상으로 한다고 했는데, 여기에는 연고를 기반으로 한 인사는 제외한다는 의미가 담겨 있다.
이재오 새누리당 의원도 최근 당 회의에서 호남출마론을 제기하면서 그 대상을 "권력 자리에 있으면서 정치적 명성을 얻었거나 지역구를 새로 선택하는 인사"라고 국한하기도 했다.
현재 여권에서는 안 전 대법관, 오 전 시장 외에 서울 서초을 지역구에 출사표를 던진 이혜훈 전 의원과 조윤선 전 청와대 정무수석 등도 험지출마 권유 대상으로 보고 있다. 하지만 당 지도부의 기준대로라면 서초에서 재선까지 한 이 전 의원은 험지출마 대상에서 제외될 가능성이 크다.
이 전 의원은 25일 기자와의 통화에서 "험지출마론은 나와는 상관없는 얘기"라고 선을 그었다.
한편 김 대표는 24일 김황식 전 국무총리를 만나 "당에 힘을 보태달라"며 여당 열세지역 출마를 권유했지만 거절당한 것으로 전해졌다. 김 대표는 김 전 총리 외에 정몽준 전 한나라당 대표 등과도 접촉해 험지 출마를 권유할 계획이다.
험지, 새누리 공천룰 충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