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연의 셋리스트는 기존의 히트곡에 이번 정규 7집 ‘칠집 싸이다’의 곡들을 적절히 섞은 구성으로 진행됐으며, 싸이는 아직 잘 알려지지 않은 신곡들에 대해선 직접 떼창의 포인트까지 알려주는 친절한 모습으로 관중들의 호응을 유도했다. 사실 신곡이 아니라 아프리카 전통 가요를 불러도 열렬한 환호를 보냈을 정도로 뜨거웠던 이날 현장 분위기를 고려하면 셋리스트는 그리 큰 의미가 없었다.
오히려 왜 빼어난 가창력을 지니지도, 현란한 안무(어떤 의미로는 현란하다고 할 수도 있다)나 빼어난 비주얼을 지니지도 않았지만 이처럼 사람들의 열광적인 지지를 얻는지를 보는 편이 더 유의미할듯하다. 싸이의 콘서트가 남녀노소를 불문하고 열광적인 지지를 얻는 첫 번째 이유는 두 시간 내내 노래만 불러도 다 부르기 힘들 정도의 히트곡이다.
싸이를 국민가수를 넘어 국민 영웅으로 떠오르게 한 ‘강남스타일’ 뿐만 아니라 ‘챔피언’, ‘새’, ‘라잇나우’, ‘젠틀맨’, ‘낙원’, ‘We Are The One’, ‘연예인’ 등등 누구나 따라 부를 수 있는 히트곡을 다수 보유했다는 점은 곧 많은 사람들이 공연장을 찾게 하고 또 함께 놀고 즐길 수 있다는 것과 같다. 여기에 싸이의 노래들은 초창기의 ‘끝’정도를 제외하면 거의 대부분이 밝고 신나는 분위기의 곡들로, 어떤 노래를 불러도 관객들의 몸을 흔들게 하기에 부족함이 없었다.
이날 공연의 오프닝부터 마지막 무대처럼 온갖 불꽃을 터트리며 시작한 싸이는 첫곡 ‘라잇나우’부터 흠뻑 적을 정도로 땀을 쏟아냈고, 이 모습은 마지막곡 ‘강남스타일’까지 이어졌다. 싸이는 “무박삼일로 리허설을 해서 예민한 상태라서 관객들에 따라 태도가 바뀐다. 근데 오늘 정말 최고다”라며 “‘강남스타일’ 같은 일은 또 안 일어난다. 어쩌다 얻어걸리고 의도한 것처럼 2~3년을 살았다. 그러다 정신 번쩍 차리고 제자리에 있다. 지금이 내 자리이다”라고 소감을 밝혔다.
본 공연이 끝났다고 이날 콘서트 자체가 끝난 건 아니다. ‘만랩부터 시작’이라는 온라인게임 ‘월드 오브 워크래프트’의 명언처럼 싸이의 공연은 ‘앙코르부터 시작’으로, 본공연못지않게 길고 굵은 앙코르 공연이 이어졌음은 말할 것도 없다. 다만 앙코르 공연은 이날 현장의 관객들을 위한 것으로, 직접 현장에서 보고 체험하기를 바란다. 싸이의 공연은 26일까지 계속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