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소속 안철수 의원은 새정치연합을 ‘반혁신 정당’으로 규정하고 세력 확산을 도모하고 있다.
실제 새정치연합을 탈당하거나 탈당 계획이 있는 인사들이 안 의원 쪽으로 모여들고 있다. 새정치연합 김희철 전 의원도 지난 23일 탈당 계획을 발표하면서 “안 의원과 회동했다. 함께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이를 두고 안 의원 측에선 난감해하는 기류도 있다. 김 전 의원은 새정치연합에서 경선 불복과 탈당을 반복한 뒤 해당행위 등으로 논란이 됐던 인사이기 때문이다. 안 의원 측은 김 전 의원을 배제하지는 않으면서도 “일부는 김 전 의원의 일방적 주장”이라고 선을 그었다.
새정치연합 탈당 후 ‘안철수 신당’에 합류 의사를 밝힌 임내현 의원 등 호남 의원들을 두고도 고민은 있다. 안 의원의 ‘새정치’ 이미지와 맞느냐는 말이 나오기 때문이다. 안 의원 측은 이에 대해 ‘반부패·반이분법·반수구보수’ 등 인재영입 3대 원칙을 밝혔기에 수구보수가 아닌 누구와도 함께할 수 있다는 것이 기본적 입장이라고 말한다. 또 “신당 합류가 곧 공천 보장은 아니다”라고 해명하고 있다. 안 의원은 오는 27일 기자회견을 통해 정리된 입장을 밝힐 것으로 알려졌다.
가칭 ‘국민회의’ 창당 작업에 들어간 무소속 천정배 의원도 곤란한 상황이다. 호남의 세력교체를 통해 새정치연합 주류(친노)를 심판하겠다는 구상이 안 의원 탈당으로 어그러지고 있기 때문이다. 천 의원이 ‘교체 대상’으로 보는 새정치연합의 호남 구주류 의원들이 안 의원과 손을 잡는 것도 곤혹스럽다. 광주에선 일부 천 의원 지지자들까지 안 의원 측으로 이동했다는 후문이다.
천 의원은 24일 평화방송 라디오 인터뷰에서 “신당파들이 합친다 하더라도 기존 의원들이 부당하게 공천을 받는 것은 정치개혁 방향에 크게 어긋난다.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대책이 마련돼야 한다”고 안 의원을 에둘러 비판했다.
천 의원은 이날 새정치연합 탈당을 고민 중인 권은희 의원과 국회에서 면담했다. 권 의원은 “천 의원이 야권 개혁, 정치개혁, 새정치연합의 변화 필요성을 제기한 고민 지점과 저의 고민 지점이 정확하게 같다”고 말했다. 무소속 박주선 의원은 호남 신당파들의 통합을 기대하지만 호응이 별로 없다. 박 의원은 야권연대와 관련해 “새정치연합과 선거연대는 있어서도 안되고 있을 수도 없다”고 밝혔다. 새정치연합과의 총선연대 가능성을 열어두는 천 의원과 차별화 되는 부분이다.
새로운 인물론 vs 세확장·자금확보
안철수 무소속 의원의 '정치 2막'이 오른지 한달째다. 안 의원은 지난 13일 '새정치'를 재건하겠다면서 새정치민주연합을 탈당했다. 2013년 11월 '국민과 함께 하는 새정치추진위원회'를 출범시킨지 약 2년만이기도 하다.
탈당선언한지 일주일이 지나고 있는 가운데 '안철수 신당'의 '정체성'에 의구심이 든다. 2년전에도, 최근에도 그는 '새정치'를 신당창당의 이유에 뒀다.
새정치민주연합을 탈당해 독자신당 창당 계획을 밝힌 안철수 무소속 국회의원이 22일 오후 대전 서구 만년동 아임아시아에서 지지자들로 구성된 대전내일포럼 송년회에 참석해 지지자들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2015.12.22/뉴스1 <저작권자 © 뉴스1코리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안 의원이 내세운 부패철결과 낡은 정치의 혁신을 위해선 새로운 인물 영입이 첫번째로 이뤄져야 한다. 안 의원도 영입인물 3가지 조건으로 △부패 △막말 △갑질 등에 대해서 단호할 것이라고 제시했다.
하지만 안 의원은 '서부 총잡이' 막말 파문을 일으켰던 임내현 새정치연합 의원을 끌어 안았다. 임 의원은 2013년 여기자들 앞에서 성행위를 '서부 총잡이' 등에 비유해 당시 국회 윤리심사자문위원회에서 '출석정지 30일'의 중징계 의견을 받았다. 그런 그가 21일 "안철수 의원과 함께 하겠다"면서 탈당을 선언했다. 안 의원이 신당행을 선언한 이후 광주지역에서 현역의원으로는 2번째 탈당이다.
호남의 세확보가 절실한 안 의원으로서는 임 의원을 내칠수도 없는 입장이다. '안철수 신당'의 첫 타깃이 바로 호남이다. 2012년 대선에 출마했을때와 2013년 처음 신당창당을 선언했을 때도 광주를 포함한 호남지역은 그에게 상당한 지지를 보냈다. 민주당에 실망한 호남 민심은 20대~40대 젊은 층과 함께 안 의원의 주요 지지기반이 됐다. 여수 출신의 장인 덕분에 '호남의 사위'라는 타이틀도 얻었다. 호남 민심이 예전처럼 안 의원을 지지해주진 않는 분위기여서 안 의원은 호남 민심 확보에 더 열을 올려야하는 상황이다.
여기에 박지원·김한길 의원의 탈당이 예고돼 있어 이들이 '안철수 신당'에 합류할 경우 '기성정치' '낡은 정치'의 답습이라는 지적을 받게 된다.
정치권 안팎에선 안 의원이 호남민심을 끌어올리기 위해선 '안철수' 본인이 대안이 되거나 새로운 인물을 영입해야 한다고 말한다. 호남이 DJ에 90%대의 절대적인 지지를 보낸 만큼의 인물이 탄생한다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그렇다고 호남 중심의 세를 넓히기 위해 무조건적으로 손을 잡는다면 '새정치' 재건에 또한번 실패할 확률이 크다. 이는 남은 안 의원의 정치인생에 치명적인 영향을 끼치게 되는 것이다.
조국 교수도 이를 염두한 듯 "안철수는 과거 통합 전 '새 정치' 재건에 나서면서 새 인물을 모아 여전히 내용을 알 수 없는 '새 정치'가 무엇인지 보여주고, 문재인은 민생복지노선(간단히 말하면 '을지로위원회' 노선)을 강화하면서 대대적 인적 혁신과 통 큰 야권연대에 나서는 것"이라며 "새정치민주연합 의원들도 입장을 분명히 하길 바란다"고 했다.
보름 후면 새정치연합의 '현역의원 하위 20% 물갈이' 윤곽이 나온다. 명단에 포함되는 의원들은 공천 배제 대상이다. 명단이 발표되면 탈당에 기름을 붓는 격이 될 것으로 보인다. 이들이 안철수 신당에 문을 두드릴 것으로 보여 안 의원의 고심이 더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현역 의원들의 신당 합류는 20석 이상인 원내교섭 단체를 꾸리는데 '단비' 같은 존재다. 교섭단체를 꾸려야 국가보조금 88억원을 확보할 수 있다.
신당창당의 최대 관건 중 하나인 자금확보 측면에서도 현역의원의 합류가 필요하다. 교섭단체(현역의원 20명)를 꾸려야 국가보조금(88억원)을 확보할 수 있다. 내년 총선을 위해선 반드시 필요한 종잣돈이다. 하지만 호남의원 의원과 새정치 물갈이 대상 의원을 끌어안는다는 것은 안 의원이 말하는 '혁신' '새정치'와는 거리가 멀다. '양날의 칼'인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