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날 정치권을 주름잡고 있는 유수의 정치인 대부분이 YS의 후광을 입은 인사들이다. 'YS의 후예들'이라 지칭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다. 이들은 YS와 민주화 투쟁을 함께했거나 문민정부 당시 YS의 영입 제안을 받아 정계에 입문했으며, 소위 상도동계·민주계·범(汎)민주계 등으로 불린다.
4개월 앞으로 다가온 차기 총선에서도 이들의 거침없는 질주는 계속될 수 있을까. 여의도 출사표를 던진 'YS의 후예들'을 정리해 봤다.
◇상도동계
서울 서대문갑에 출마할 것으로 보이는 새누리당 이성헌 전 의원은 1985년 3월 상도동 비서진의 막내로 들어가면서 정계에 입문했다. 1984년 연세대 총학생회장이었던 이 전 의원은 학생회 주최의 광주항쟁 기념식에 YS를 연사로 초빙하기 위해 상도동을 방문하면서 YS와 인연을 맺은 인사다.
17대 총선에서는 '탄핵역풍'으로, 19대 총선에서는 검찰 수사로 낙마한 이 전 의원에게 20대 총선은 '기회'다. 그는 2012년 대선 때 국민희망포럼을 이끌며 박근혜 청와대 입성의 1등 공신 역할을 했다.
문민정부에서 청와대 부속실 비서관, 문화관광부 장관 등 정부 요직을 거쳐 4선 중진의원이라는 아름드리나무로 성장한 새누리당 정병국 의원은 자신의 지역구인 경기 양평·여주·가평에 출마할 예정이다.
정 의원은 1987년 민주화 운동을 하다가 구속되면서 YS를 접했다. 당시 민주화추진협의회(민추협)이 구속 인사들을 위해 무료 변호인단을 구성했는데, 그 역시 무료 변론을 받았다. 이후 정 의원은 그해 통일민주당 대선캠프에 합류해 YS를 도왔고, 이내 상도동 비서로 들어갔다.
또한 정 의원은 YS의 부인 손명숙 여사와 친분이 두터운 것으로도 유명하다. 그는 지난해 3월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손 여사를 5년 동안 가까이 모시면서 정치에 대한 기본을 배웠다. 그게 오늘날 나를 만들었다"고 말했다.
충남 논산·계룡·금산 출마가 확실시 되는 '피닉제' 새누리당 이인제 최고위원은 1987년 상도동계에 합류했다. 이 최고위원은 그해 8월 DR(김덕룡 전 의원)을 찾아 정계 입문을 부탁했고, YS와의 면담을 통해 '상도동 사조직 총사령탑' 민족문제연구소 이사를 맡게 됐다. 이후 그는 YS의 핵심 직계로 성장했다.
이 최고위원은 1995년 YS가 미(美) 시사주간지 <타임>과의 인터뷰에서 '깜짝 놀랄 만한 젊은 대권 후보가 있다'고 언급한 게 보도되면서 언론에 회자되기도 했다. 당시 언론에서는 'YS가 이인제를 차기 대권주자로 점찍었다'고 추측하고 대서특필했다.
'YS의 정치적 아들'이라 자부하는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는 1978년 YS로부터 '장래를 같이 도모하자'는 친서를 받고 정계에 입문했다. 김 대표는 1985년 4월 상도동에 정식 합류해 문민정부에서 청와대 사정비서관, 내무부 차관을 지냈다.
YS는 그런 김 대표를 정치 거물로 길렀다. 시련도 있었다. 그는 18대 총선, 19대 총선에서 당내 핵심 세력들의 견제로 인해 연이어 공천을 받지 못했다.
하지만 김 대표는 2012년 박근혜 캠프 선대본부장을 맡아 현재 권력을 만드는 데에 선봉 역할을 하면서 '부활'했고, 지난해 전당대회에서 여당의 당대표로 선출됐다.
김 대표는 내년 총선에서 자신의 지역구인 부산 영도구 출마가 유력하나 수도권 출마, 비례대표 출마도 검토하고 있다는 후문이다.
더불어민주당(전 새정치민주연합) 부산광역시당위원장 김영춘 전 의원은 부산 진구갑에 출마할 전망이다. 김 전 의원은 1987년 DR의 추천을 받아 통일민주당 총재 비서실 비서로 상도동계에 발을 들였고, 이후 문민정부를 여는 주역으로 성장했다.
김 전 의원은 2003년 총선을 앞두고 이부영·이우재·김부겸·안영근 등과 함께 한나라당(현 새누리당)을 탈당해 열린우리당에 합류했다. 그는 YS처럼 '40대 기수론'을 내세워 당의장에 도전했으나 8명 중 7위로 낙선했다.
이와 관련, 김 전 의원은 본지와의 단독 인터뷰에서 "10년 정도 한나라당에서 정치를 했지만, 좋은 보수정당이 될 수 없다는 결론을 내렸다"며 "영남 대 호남 대립구도를 깨지 않으면 안 된다는 생각에 한나라당을 뛰쳐나왔다"고 밝혔다.
◇민주계
20대 총선에서 서울 종로 출마가 유력한 새누리당 박진 전 의원은 문민정부에서 청와대 통역담당 공보비서관, 정무비서관 등을 역임하며 YS를 보필한 인사로, 1993년 YS와 미(美) 빌 클린턴 대통령의 첫 정상회담에서 영어 통역을 맡기도 했다.
이후 박 전 의원은 YS의 지목으로 2002년 8·8 재보궐선거에서 '대한민국 정치 1번지' 서울 종로에 출마해 16대 국회에 입성, 19대 총선 불출마 선언 전까지 내리 3선을 했다.
새누리당 서청원 최고위원을 완벽한 상도동계로 보긴 어렵다. YS를 '정치적 대부'로 모시는 서 최고위원이지만, 그는 1981년 11대 총선에서 민한당 소속으로 국회에 입성한 정치인이다. 당시 민한당은 전두환의 신군부정권에 협조하는 모습을 보이면서 야당성을 상실, 자연스럽게 쇠퇴했다.
이후 12대 총선에서 낙선한 서 최고위원은 상도동계로 눈을 돌려 1985년부터 본격적으로 민주화추진협의회(민추협)와 민주산악회 활동을 시작했다. 일부 언론에서는 서 최고위원이 1984년부터 민추협에 합류했다고 보도하고 있으나 이는 사실과 다르다.
서 최고위원은 내년 총선에서 경기 화성 출마가 유력하나, 여권 일각에서는 그가 비례대표 출마를 검토하고 있다는 말이 들린다.
강삼재 전 의원은 경남 의령·함안·합천 지역구에 도전장을 내밀 것으로 보인다. 그는 문민정부에서 최연소로 여당 사무총장을 맡은 YS 직계로 알려졌으나, 상도동계와는 궤가 다소 다르다.
강 전 의원은 1985년 12대 총선에서 신민당 돌풍을 업고 당선된 정치인으로 동교동계 김상현과의 교류를 통해 정계에 입문했다. 이후 동교동계-상도동계의 갈림길에 선 그는 후자를 선택했고, YS의 핵심 참모로 부상했다.
하지만 강 전 의원은 막판에 YS의 뒤통수를 쳤다. 그는 2001년 안기부 자금을 한나라당(현 새누리당) 선거자금으로 썼다는 혐의(안풍사건)로 기소돼, 2003년 정계은퇴를 선언했다. 당시 강 전 의원은 "선거자금은 안기부에서 나온 게 아니라 YS에게 받은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
안경률 전 의원은 내년 총선에서 부산 기장군에 출마할 전망이다. 안 전 의원은 1980년대 초반 민주화 투쟁을 이어가던 중 민추협에 합류해 노동부 국장 등을 지내고, 민주산악회 활동을 하면서 YS와 인연을 맺은 인사다.
1990년 3당합당에 반발해 '꼬마민주당'에 잔류했던 안 전 의원이지만 14대 총선 낙선 이후 민자당에 합류, 문민정부에서 YS의 오른팔 최형우 밑에서 특별보좌관으로 일했다. 2000년 16대 총선에서 국회 입성에 성공했다.
정의화 국회의장은 부산 중구 또는 동구에 출마할 것으로 보인다. 정 의장은 YS와 민주화 투쟁을 같이 하지 않았기에 상도동계로 분류되지는 않지만, 1996년 YS의 부름을 받아 정계에 입문한 민주계 인사다.
이후 당 최고위원, 비상대책위원장 등 요직을 두루 경험하면서 19대까지 승승장구한 정 의장은, 지난해 제19대 국회 후반기 국회의장으로 선출되면서 여권의 잠재적인 대권 주자로 급부상했다.
정치권에서는 그가 박근혜 대통령이 추진하는 4대 구조개혁 법안 직권상정을 끝까지 거부하고 국회의장직을 사퇴해 차기 총선에 출마할 것이라는 후문이 돌고 있다.
정치적 중립을 지키기 위해 현재 무소속 신분에 있는 정 의장의 새누리당 당적 회복은 2016년 3월께나 가능하다. 새누리당 총선 경선은 내년 2월로 예정돼 있다. 당 차원에서 전략공천 등이 검토되지 않는 이상, 정 의장은 무소속으로 출마해야 한다.
정 의장을 보좌했던 김성동 전 국회의장 비서실장도 민주계로 분류된다. 김 전 실장은 '김영삼민주센터' 이사장 김수한 전 국회의장의 아들로 서울 마포을에 출마할 것으로 보인다.
◇범(汎)민주계
이밖에 YS와의 인연으로 정계에 입문해 범민주계로 분류되는 새누리당 이재오 의원, 김문수 전 경기지사가 각각 서울 은평을, 대구 수성갑에 출마가 유력하다. 야권의 잠룡 손학규 전 대표는 총선 출마에 관심이 없는 것으로 보인다.
YS의 왼팔 김동영 보좌관 출신 신동철 전 청와대 정부비서관은 대구 중·남구 출마를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으며, 문민정부에서 정무비서실 행정관을 지낸 4선의 새누리당 이병석 의원은 포항 북에 출사표를 던질 것으로 보인다.
상도동계 핵심 인사 서석재 전 의원 비서관, 문민정부 청와대 정무2비서관을 역임한 더불어민주당 박재호 부산남을위원장은 부산 남구을에 4번째 도전장을 내밀 것으로 보이며, 박관용 전 국회의장 보좌관으로 정계에 입문해 문민정부 청와대 행정관으로 일한 새누리당 이진복 의원은 자신의 지역구인 부산 동래에 출마할 예정이다. 두 사람은 초등학교·중학교 동문이다.
서석재 전 의원 보좌관 출신 새누리당 이종혁 전 의원은 부산 진구을 출마가 유력하다.
◇YS 차남 김현철은?
YS 차남 김현철 국민대 특임교수의 20대 총선 출마 여부도 관심사다.
김 교수는 YS 서거 직후 "앞으로 정치를 떠나 아버지의 유지를 받들면서 조용히 살아가고자 한다"고 말한 바 있지만, 그가 갖고 있는 정치 철학과 다양한 콘텐트들은 우리 정치권에 새바람을 일으키기 충분하다는 게 중론이다.
특히 YS 재평가 작업 차원에서라도 김 교수의 과거사 재검토와 정계 입문이 필요하다는 게 지배적인 견해다.
대표적인 예로 '한보사태'는 애초부터 문민정부를 음해하기 위한 표적수사였다. 당시 김 교수는 대법원으로부터 대부분의 사안에 대해 무죄 판결을 받았다. 죄를 찾지 못하자 검찰은 대선잔금 관리자인 김 교수가 '대선잔금에 대한 이자소득을 내지 않았다'면서 '대선잔금 조세포탈'이라는 기상천외한 혐의를 씌웠다.
이와 관련, 박세일 서울대 명예교수는 <시사오늘>과의 인터뷰에서 "우리 사회에서 YS가 너무 저평가돼 있다. YS가 대통령을 역임하면서 우리 사회가 많이 달라진 게 사실이다. 이루 헤아릴 수 없을 정도다. 앞으로 YS에 대한 재평가가 이뤄질 것"이라며 "그 과정에서 김 교수를 둘러싼 논란도 재검토될 필요가 있다고 본다"고 언급했다.
YS 차남 꼬리표를 뗀 '정치인 김현철의 길'은 더불어민주당, '안철수 신당' 등 야권 쪽을 향해 있다는 게 정계의 중론이다. '중도개혁' 성향을 가진 인사이기 때문이다.
실제로 김 교수는 지난 10월 본지와 만난 자리에서 "내가 만약 정계 입문을 하게 된다면 적어도 20년 전 문민정부가 지키려 했던 민주주의, 그리고 소중한 개혁들을 원상복귀뿐만 아니라 다시 발전시키고 싶다. '중도개혁세력'을 통해 개혁을 지속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런 정치를 나는 하고 싶다"고 밝혔다.
하지만, 새누리당으로의 복당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견해도 있다. 상도동계의 한 핵심 관계자에 따르면, 최근 여야는 차기 총선과 대선에서 PK(부산경남) 민심을 잡기 위해 '김현철 잡기'에 나섰다는 후문이다.
만약 김 교수가 차기 총선 판에 뛰어든다면, YS의 고향인 경남 거제, 또는 YS의 정신적 고향인 부산에 출마할 가능성이 커 보인다. 이밖에 '서울 동작을 출마설', 지역주의 타파를 위한 '호남 출마설'도 거론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