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프리존=이준석 기자] 울창한 초록 숲을 지나 맞닥뜨린 뜻밖의 산중 미술관? 자연의 절경을 담은 풍경화는 물론이요, 금방이라도 살아 움직일 것 같은 다람쥐와 물고기 그림까지 숲길을 따라 쭉 늘어선 수준급 그림들에 입이 떡 벌어진다.
여느 자연인의 집에선 볼 수 없었던 이색 광경. 보는 순간 호기심을 자극하는 산속 보금자리의 주인공은 자연인 김형태(61) 씨다. 여기에 청바지와 청재킷으로 남다른 패션 감각까지 뽐내는 이 남자. 과연 그의 정체는 무엇일까?
지금은 자신만의 낙원에서 인생 최고의 행복을 누리며 살고 있지만 산을 찾기 전까지 그는 롤러코스터 같은 인생의 주인공이었다. 중학교 3학년 때 간암으로 돌아가신 아버지. 5남매의 장남으로 어머니를 도와 가장의 책임을 져야 했다.
손재주 좋은 그가 고등학교 졸업 후 시작한 일은 인테리어 사업이었다. 타고난 재능으로 빨리 일을 배웠고, 27살에 작은 인테리어 회사를 차렸다. 지인의 소개로 한 의류업체의 브랜드 매장 인테리어를 맡게 되었고, 때마침 교복 자율화로 매장이 늘어나며 사업도 승승장구했다. 그림을 배우고 화실까지 운영하며 그의 입지는 더욱 넓어졌다.
하지만 돈을 더 벌기 위해 외식사업에 손을 댈 무렵 IMF 외환위기가 찾아왔다. 투자한 돈을 손해 본 것도 모자라인테리어 공사를 맡았던 건물까지 미분양 되며 6억 5천만 원을 날려버린 상황. 설상가상으로 지인에게 빌려준 어음까지 부도나며 모든 걸 한순간에 잃고 말았다. 집에는 빨간 딱지가 붙었고 빚쟁이들은 밤낮을 가리지 않고 찾아왔다. 극심한 우울증으로 자살까지 시도하려했지만 가족을 생각하니 죽음조차 쉽지 않았다.
그렇게 가족 때문에 버티며 살던 하루하루. 하지만 불행은 여기서 끝이 아니었다. 내시경 검사 중 위암을 진단 받았고 병원에서는 위를 모두 절제해야 한다고 했다. 수술을 거치며 몸무게는 10kg 이상 빠졌고, 6개월 넘게 후유증과 고통을 견뎌내며 그는 그때서야 뒤늦게 인생에서 중요한 건 돈이 아니라는 사실을 깨달았다. 그리고 돈을 잃고 세상을 다 잃은 듯 절망하며 헛되이 보낸 지난날이 후회스러워졌다.
암을 이겨낸 뒤 잃어버린 건강과 삶의 의미를 되찾기 위해 찾은 곳이 산이었다. 지난 30여 년간 인테리어 사업을 하며 오로지 남을 위한 공간을 꾸미기에 바빴던 자연인. 이제 그는 자신만의 낙원을 설계한다. 행복의 조건에 거창한 건 필요 없다. 인테리어 전문가답게 폐자재를 이용해 지은 집은 소박하면서도 실용성을 갖춰 그에게 최적화 된 공간. 뚝배기로 만든 황토 화덕과 가족을 생각하며 만든 솟대에서는 자연인만의 예술가적 감각이 묻어난다.
어디 그뿐이랴. 땅두릅, 산부추, 민들레 등 지천인 산나물은 건강을 지켜주는 일등공신이다. 고추장과 밥만 있으면 금방 뜯은 산나물을 계곡물에 씻어 한 끼 뚝딱이다. 아내에게 비법을 전수 받은 닭개장과 추억이 담긴 다슬기 된장국 역시 그의 산중생활을 즐겁게 하는 건강식. 요즘은 아이들이 좋아하는 산나물 장아찌를 담그고, 아내의 건강을 지켜줄 아로니아를 정성껏 기르며 산에 사는 보람을 만끽하는 중이라는데. 특히 정자에 앉아 그림을 그릴 때면 이곳이 바로 천국이란다.
산에서 자신과 가족의 건강을 지키고 언젠가는 아내와 함께할 즐거운 인생을 그리며 살고 있는 자연인 김형태 씨의 이야기는 9일 밤 9시 50분 MBN ‘나는 자연인이다’에서 만나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