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당을 추진 중인 안철수 의원이 본격적인 인재 모시기에 나섰다. 창당준비위원장에 한상진 서울대 명예교수가 참여할 가능성이 높아진 가운데, 보(保)·혁(革)을 떠나 다양한 인사들에게 '러브콜'이 이어지고 있다. 안 의원이 이들을 규합할 리더십을 발휘할 수 있을지 여부가 관심사다.
안철수 의원측은 오는 8일 신당의 당명을 발표하고 10일 발기인대회를 개최한다. 발족될 창당준비위원회의 위원장으로는 한상진 교수와 함께 윤여준 전 환경부 장관이 거론된다. 진보 진영의 한 교수와 보수적 색채의 윤 전 장관을 공동 창당준비위원장으로 내세워 중도개혁 노선을 강조할 복안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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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교수는 창당준비위원장 제안을 받아들이는 것이 유력하다. 한 교수는 6일 머니투데이 the300과의 통화에서 "긍정적으로 생각하고 있다"며 "내일 안철수 의원과 만난 후 최종 결정을 하겠지만 긍정적으로 생각하고 있으니 일단 만나는 것"이라고 밝혔다. 한 교수는 안 의원과 7일 오후 회동을 예정하고 있다.
반면 윤 전 장관의 경우 사실상 고사의사를 피력하고 있다. 그는 "제안을 받고 생각은 하고 있지만 건강문제도 있고 해서 유보적"이라며 "안 의원과 오랫동안 만나온 한 교수의 경우와는 차이가 있다"고 말했다. 그는 창당준비위원장 외에 다른 방식으로라도 안 의원을 도울 계획이 있는지 여부에 대해서도 "그럴 방법이 있겠나"라고 회의적인 반응을 보였다.
창당준비위원장 인선이 마무리된 후 신당의 인재영입은 가속도가 붙을 것으로 보인다. 보·혁 공동 창당준비위원장을 추진했던 것처럼, 이념·진영·계파에 상관없이 인재영입이 이뤄질 전망이다.
야권의 '탈계파'를 내세운 지식인 모임인 '국민공감포럼'은 이미 신당에 참여하기로 한 상태다. 더불어민주당을 탈당한 김한길 의원이나 탈당이 예정된 박지원, 주승용 의원 등이 함께할지 여부 역시 관건이다. 김성식 전 의원 등 안 의원의 신당창당 원년멤버들의 합류도 점쳐지는 상황에서 이상돈 중앙대 명예교수, 정운찬 전 총리 등과도 안 의원은 꾸준히 접촉하고 있다.
신당의 덩치가 커지는 것은 환영할만한 일이지만 우려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보·혁을 넘나드는 다양한 인사들이 모여 신당 창당을 하는 과정에서 잡음이 있을 것이라는 예측이다. 특히 가장 민감한 문제인 공천 문제도 남아있는 상황이다. 더불어민주당 탈당파들이 대거 공천을 받을 경우 '도로 새정치민주연합'이라는 비판을 피할 수 없는 상황이라는 부담감도 있다.
결국 안 의원이 당에 모인 다양한 인사들의 성향을 모두 녹일 수 있는 '용광로 리더십'을 발휘할 지 여부가 관건이 될 것으로 보인다. 야권 일각에서는 자기 고집이 강하고, 다소 까탈스러운 측면이 있는 것으로 알려진 안 의원이 신당을 '용광로'로 만들지 여부에 회의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다. 최근 '변했다'는 말을 부쩍 많이 듣는 안 의원이 자신의 리더십도 대폭 바꿨을지 여부가 중요한 변수가 될 것으로 보인다.
야권 상황에 정통한 한 관계자는 "신당의 대의는 간단하지만 사람들 생각이 모두 다르기 때문에 이를 조율하는 게 쉬운 일이 아니다"며 "안 의원도 세력규합을 하다가 보면 도저히 이해가 안 되는 일들이 많을 것인데, 이전처럼 혼자 생각하고 결정하는 스타일의 리더십으로는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또 다른 야권 관계자는 "지도체제를 구성할 때 특히 파열음이 날 수밖에 없을 것"이라며 "당명을 정하고 출발하는 순간 더이상 지지율이 오를 일이 없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
무소속 안철수 의원측 신당의 공동 창당준비위원장으로 윤여준 전 환경부 장관이 급부상하는 등 안 의원의 원년멤버 규합 작업이 완성단계에 들어갔다.윤 전 장관은 그러나 "안 의원이 전과 달리 많이 끈질겨졌다. 앞에 앉아서 계속 위원장직 수락을 요청하는데 그동안 그런 것도 배웠더라"고 너털웃음을 지었다.
윤 전 장관의 고사에도 안 의원은 "창당준비 기간이 3주 밖에 되지 않고 (윤 전 장관이) 건강을 회복하는데 지장이 없도록 최대한 신경을 쓸 테니 너무 걱정하지 말고 위원장직을 맡아달라"고 거듭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저는 계속 사양했지만 안 의원은 계속 요청할 것 같더라"며 "거절하기도 힘들다"면서 여지를 남기기도 했다.
안 의원 측이 거듭 위원장직을 요청할 경우 윤 전 장관이 극적으로 수락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어 보인다.
공동 위원장으로 거론되는 한상진 서울대 명예교수에 대해서 윤 전 장관은 "개인적으로 잘 아는 분은 아니지만 한 교수가 진보적인 학자 사이에서는 균형 잡힌 분"이라고 평가하기도 했다.
안 의원은 7일 오후 한상진 교수를 만나 신당 공동 창당준비위원장을 공식적으로 요청할 예정이다.
한 교수는 이날 회동 직후 위원장직 수락에 대한 입장을 밝힐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2014년 안 의원이 민주당과 통합을 선언한 뒤 안 의원과 결별하고 독자 조선을 걸어온 새정치연합 인사들도 신당 참여를 검토하고 있다.
민주당과 합당 과정에서 새정치연합을 떠난 김성식·박호군·윤여준·홍근명(이상 가나다 순) 공동위원장은 이날 오찬 회동을 갖고 안 의원 신당 참여 등 현안에 대해 의견을 나눴다.
이들은 "안 의원이 재작년에 하려고 했던 새정치 복원에 나선만큼 모른 척 하기에는 딱하다"면서도 "아직 좀 더 지켜보자"고 의견을 모은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윤 전 장관과 김성식 전 의원을 만나 도움을 요청한 안 의원은 박호군 전 과학기술부 장관과 홍근명 전 전 울산시민연대 대표도 직접 만나 신당 참여 등을 요청할 계획인 것으로 전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