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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머니들이 용서하라고?”…‘진짜 엄마’들 화났다..
사회

“할머니들이 용서하라고?”…‘진짜 엄마’들 화났다

온라인뉴스 기자 입력 2016/01/07 22:19
평화어머니회와 이화여대 민주동문회 회원들이 7일 오후 서울 중학동 옛 주한일본대사관앞에서 ‘위안부‘ 한일협상을 비판하며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군위안부 합의’ 반발하는 엄마들

‘진짜 엄마’들이 무반주로 ‘바위처럼’이란 노래를 부르자 한쪽에 서 있던 청년들이 몸에 익은 율동을 시작했다. 이 노래는 일본군 ‘위안부’ 문제 해결을 위한 정기 수요시위에서 청년들이 가장 자주 부르는 노래다. 박영신(55)씨는 그런 청년들을 보며 대학에 다니는 아들 최지원(24)씨를 떠올렸다. “자식 또래의 아이들인데 어른들 잘못 때문에 추운 날 거리에서 고생하는 모습을 보니 너무 마음이 아파요. 저런 고생 할 일 없도록 정의로운 세상을 만들고 싶은 게 다 같은 엄마 마음 아닌가요.” 최씨가 애처롭게 청년들을 바라봤다.

 

평화어머니회와 이화여자대학교민주동우회(이대민주동우회) 회원들은 7일 서울 종로구 중학동 ‘평화의 소녀상’(소녀상)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피해 당사자들의 요구를 짓밟는 한-일 합의를 받아들일 수 없다”며 “이 땅의 평화를 위해 일본은 진정한 사죄를 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회견 뒤 이들은 소녀상 지킴이를 자처한 아들딸뻘 청년들에게 장갑 스무켤레와 핫팩을 쥐여줬다.

 

 

평화어머니회·민주동우회 나서
최근 보수단체 엄마들이
“일 용서해야” 주장하자 분노

 

“피해 당사자들의 요구 짓밟는
한·일 합의 받아들일 수 없어”

 

소녀상 지킴이로 온 청년들에게
장갑·핫팩 쥐여주며 함께 노래

 

젊은층은 ‘대한민국 효녀연합’ 꾸려
일 사과 받은 ‘어버이연합’에 맞불

 

 

50대 이상 여성들이 주축인 이들이 이날 소녀상 앞으로 나온 것은 “진짜 엄마들이 화가 났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해서다. ‘위안부’ 문제에 대한 한-일 정부의 합의 이후 ‘엄마부대 봉사단’과 ‘탈북엄마회’, ‘학부모엄마회’ 등 보수단체 여성들이 ‘엄마’란 이름을 내걸고 “일본이 책임을 인정한 만큼 위안부 할머니들도 용서해야 한다”고 주장한 것에 분노한 것이다. 배외숙 이대민주동우회 대외협력위원장은 “여성이자, 고등학생 딸을 둔 엄마로서, 엄마부대 등이 할머니들에게 요구하는 ‘용서’가 너무 폭력적이라고 느꼈다”며 “진짜 엄마라면 돈 10억엔과 소녀상을 맞바꾸자는 일본 정부 이야기를 책임 인정이라고 이야기하며, 같은 여성인 할머니들이 겪은 고통스러운 시간을 잊으라고 말할 수는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들이 진짜 엄마를 자처했다면, 딸뻘의 청년들은 진정한 ‘효’가 뭔지 보여주겠다고 나섰다. 전날 대한민국어버이연합 등이 ‘일본의 사과를 받아들인다’는 취지의 기자회견을 하자, 이들은 ‘대한민국 효녀연합’이란 페이스북 페이지를 만들고 단체를 꾸릴 계획을 세웠다. 어버이연합의 집회 때 위안부 피해자를 떠올리는 한복 차림으로 ‘애국이란 태극기에 충성하는 것이 아니라 물에 빠진 아이들을 구하는 것입니다’라고 적은 손팻말을 들고 항의했던 행위예술가 홍승희(26)씨는 “용서를 강요하는 어른들을 보면서, 먼저 떠나가신 할머니들이 생각나 가슴이 아팠다”며 “우리 효녀연합은 인간에 대한 예의를 앞세워 어버이연합 어버이들도 스스로 존엄을 지킬 수 있도록 할 것”이라고 말했다. 전날 밤 만들어진 효녀연합 페이스북엔 하루 만인 7일 오후까지 6000여개의 ‘좋아요’가 붙었다.

 

한-일 정부의 ‘위안부’ 합의에 반대하는 집회는 주말에도 이어진다. 일본군 ‘위안부’ 문제 한일협상폐기 대학생 대책위원회와 시민사회단체들은 9일 오후 서울시청 앞 광장에서 합의 무효화를 촉구하는 집회를 연 뒤 소녀상 앞까지 행진해 ‘토요시위’를 이어갈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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