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네바다 대학교에서 언론학을 전공하는 한나 로트리츠는 작년 6월만 생각하면 아직도 몸이 떨린다. 두 발을 딛고 살아있는 게 기적이라고 느낀다. 그리고 한 가지 다짐한다. 당분간은 술 근처에도 가지 않겠다고 말이다.
지난 6일(현지시간) 스물한 살이 된 한나는 가족들과 조용히 저녁을 보냈다. 친구들이 술집에서 신나게 즐기는 것과 다르게 말이다. 언젠가는 술 냄새를 맡겠지만, 당분간은 그럴 일 없을 거라고 한나는 다시금 이를 악물었다.
2015년 6월25일, 한나의 운명을 바꾼 날이다.
당시 한나는 네바다주 예링턴에서 열린 음악 축제에 갔다. 이날 오후부터 한 잔, 두 잔 술을 마신 그는 새로운 사람들을 만나면서 조금씩 자제력을 잃어갔다.
자정을 앞둔 오후 11시30분쯤. 한나는 한 친구와 내기를 걸었다. 누가 술을 더 오래 그리고 많이 마시는가 하는 내기였다. 참으로 철없는 행동이지만, 취기가 한껏 오른 한나에게 그런 걸 생각할 겨를은 없었다. 한나와 그의 친구가 마신 술은 캐나다의 위스키 브랜드 ‘블랙벨벳’이었다.
그리고 일이 터졌다.
순간 한나는 의식을 잃고 바닥에 쓰러졌다. 과다한 음주가 원인이었다. 오후부터 조금씩 어지럼증을 느낀 데다가 줄기차게 목구멍으로 넘긴 술이 문제였다.
기절한 한나는 숨을 쉬지 않았다. 그를 발견한 친구들이 축제현장에 파견된 구조대에 연락했고, 산소호흡기를 쓴 한나는 곧바로 리노의 한 병원에 이송됐다.
의료진은 급성 호흡부전과 급성 알코올 중독이라고 진단했다. 한나의 혈중 알코올 농도는 무려 0.41%로 나타났다. 이는 미국에서 운전 시 혈중 알코올 농도 법적 제한 수치의 다섯 배를 넘는 것이었다. 혼수상태에 빠지거나 심할 경우 자리에서 사망할 수도 있다.
24시간이 지난 뒤, 한나는 기적적으로 의식을 되찾았다. 앞서 의료진은 동공반사, 무호흡 증세를 보이는 그에게 뇌사판정을 내리는 것도 생각했으니, 조금만 늦게 깨어났다면 정말 한나로서는 큰일 날뻔했다.
이 모든 과정은 정신을 차린 한나가 친구들과 가족에게 들은 이야기다. 그의 마지막 기억 속 필름은 축제 현장에서 술 마시던 자신의 모습이었다.
한나는 깨어나자마자 옆에 있던 엄마의 손을 꼭 잡았다. 의료진은 두 차례 호흡기 검사를 하고 나서야 그의 얼굴에서 산소호흡기를 뗐다.
침대 옆에 선 의사와 간호사는 “혹시 스스로 목숨을 끊으려 했던 것”이냐며 한나에게 물었다. 그야말로 죽을 만큼 술을 마셨으니 이런 질문을 듣는 것도 당연했다. 물론 한나는 예상치 못한 질문에 충격받았지만.
퇴원 후 한나는 술을 달리 보기 시작했다. 그는 다시는 그런 짓을 하지 않겠다고 다짐했다. 자제력 잃은 음주가 얼마나 치명적인 결과를 낳는지 한나는 깨달았다.
한나가 배운 건 또 있다. 누가 진정한 친구고, 누구는 아닌지 알게 된 것이다.
한나는 자신의 블로그에서 “내가 마약을 하고 죽었다는 헛소문까지 돈다는 사실을 알았다”며 “누군가 그런 소문을 퍼뜨린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정말 괜찮은지 걱정해주는 사람이 있었지만, 단순한 호기심에 연락해온 이들도 있었다”고 덧붙였다.
한나는 자신의 글이 한 사람에게라도 도움이 된다면 더 바랄 게 없다. 특히 자기처럼 철없이 음주를 즐기는 이에게 말이다.
“내 경험이 누군가를 도울 수 있다면, 그것만큼 기쁜 일은 없을 거예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