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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덕산 김덕권칼럼] 난상가란..
오피니언

[덕산 김덕권칼럼] 난상가란

김덕권 기자 duksan4037@daum.net 입력 2018/05/18 08:31 수정 2018.07.05 08:52
정성(精誠)이란 자신이 하고자 하는 일에 온갖 힘을 다하려는 진실 되고 성실한 마음을 말합니다. 정성은 우리가 하늘에 드릴 수 있는 최선이자 최고 것입니다.
원불교 문인회장 김덕권

난상가란

계란위에 계란을 세울 수 있을까요? 있습니다. 지극한 정성이면 이루지 못할 일이 없기 때문입니다. 조선 후기에 편찬된 편자(編者) 미상의 한문 소화집(笑話集) <성수패설(醒睡稗說)>에 ‘난상가란(卵上加卵)’이란 말이 나옵니다. 이 말은 달걀 위에 달걀을 포갠다는 뜻으로 지극한 정성을 뜻하는 말입니다.

불가능한 일이지만 지극한 정성에 하늘이 감동함을 비유하는 말로, 이루어지기 어려운 일이라도 정성으로 최선을 다하면 좋은 결과를 맺을 수 있다는 것이지요. 옛날에 한 대신이 죄를 짓고 귀양을 가게 되었습니다. 그의 아내가 언제쯤 돌아오느냐고 물었지요. “글쎄, 달걀 위에 달걀을 포갤 수 있다면 돌아올 수 있을지 모를까, 아마도 살아서 돌아오기는 어려울 것 같소.”

그날부터 그의 아내는 매일같이 달걀이 포개지게 해 달라고 통곡으로 기도하며 달걀 쌓기를 계속했습니다. 언젠가 왕이 미복(微服) 차림으로 민가를 순시하다가 여인의 통곡 소리를 듣고 그 연유를 알아보게 했습니다. 전후 사정을 알게 된 왕은 부인의 지극정성에 감동하여 그 대신을 방면했다고 합니다.

‘난상가란’과 비슷한 이야기로 ‘효자의 죽순과 잉어’라는 고사가 있습니다. 맹종(孟宗)이라는 사람은 어려서부터 부모님 말씀을 잘 듣고, 사람들의 칭찬을 받으며 자랐습니다. 그런데 어린 시절에 그 어머님께서 병환이 나셔서 아무리 좋은 약을 써도 차도가 없었습니다.

맹종은 울면서 기도하였습니다. 매일매일 천지신명(天地神明)께 어머님의 병을 고쳐 주시기를 빌었지요. 하루는 먼 곳에서 아주 용한 의원(醫員)이 찾아 왔습니다. 어머님을 진찰한 의원이 말하기를 “좋은 약이 있기는 하지만, 내년 봄에나 구할 수 있을 것이니 기다릴 수밖에 없구나.” 하고 의원은 걱정할 뿐이었습니다. 맹종은 답답한 마음으로 “무슨 약이온데 내년 봄까지 기다려야 구할 수 있사옵니까?” 하고 물었습니다.

“음, 다른 약이 아니라, 봄에 대밭에서 싹이 터 오른 죽순을 잘라다가 달여 잡수시게 하면 효력이 있을 것이니라.” 이 엄동설한에 어찌 죽순을 구할 수 있겠습니까? 맹종은 할 수 없이 하늘에 기도하였습니다. “천지신명이시여! 죽순을 구할 수 있도록 하여 주시옵소서!” 맹종은 매일 눈 덮인 대밭에 나가서 소복이 쌓인 눈을 쓸어내고, 무릎을 꿇고 앉아 대밭에서 기도드렸습니다.

그린데 이게 웬 일입니까? 어느 날 새벽, 맹종이 무릎 꿇고 앉아서 기도드리는 바로 앞의 얼어붙은 땅 속에서 죽순이 뾰족이 솟아 올라오는 것이 아닌 가요! 맹종은 죽순을 정성으로 달여서 어머님께 올렸습니다. 마침내 어머님의 중병은 물러가고 건강한 모습으로 맹종어머님은 새 기운을 차리게 되었습니다.

또한 ‘왕상(王祥)의 잉어’라는 고사도 전해옵니다. 어떤 효자가 있었는데 병중의 어머니가 잉어를 먹고 싶다고 하였습니다. 때가 추운 겨울철이어서 얼음 밑의 잉어를 구하기는 어려웠지요. 그래도 그는 얼음을 깨고 잉어를 낚으려고 애썼습니다. 며칠을 이렇게 얼음 위를 헤매었으나 잉어를 얻지 못하였습니다. 그만 얼음 위에 꿇어앉아 강을 향하여 울음을 터뜨리고 말았습니다. 그러자 얼음 속에서 잉어가 튀어나와 효자는 그것으로 병든 어머니를 공양할 수 있었다고 합니다.

이와 같이 지극한 정성이면 이루지 못할 일이 없습니다. 정성(精誠)이란 자신이 하고자 하는 일에 온갖 힘을 다하려는 진실 되고 성실한 마음을 말합니다. 정성은 우리가 하늘에 드릴 수 있는 최선이자 최고 것입니다. 이렇게 정성은 사람이 만드는 것입니다. 그러니까 사람이 정성스러움이 몸에 배이면 말 한마디에도, 사람을 바라보는 시선에서도, 마주잡은 손길 에서도 자연스럽게 정성이 배어나올 것입니다.

《중용(中庸)》제 20장에「정성이란 하늘의 도요, 정성되게 하는 것은 사람의 도(誠者天之道也, 誠之者人之道也」라 하였습니다. 그리고 제 6장에서는「정성이라는 것은 스스로 이루는 것이요, 도는 스스로가 가게 되는 것이다.(誠者自成也 而道自道也)」라고도 했습니다.

그러니까 정성됨이란 누가 만든 것이 아니라 스스로 이루는 것이며, 도는 누가 가도록 만드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 그렇게 발휘된다는 뜻이지요. 정성됨은 이와 같이 우주 만물의 근본이므로 이것이 없다면 만물은 이미 존재의 의미를 잃는 것과 다름이 없습니다. 사물의 존재는 정성됨으로 말미암아 그 실체를 알게 되고, 또 그것이 존재하지 않는 것도 정성됨에 의하여 알게 됩니다. 그러므로 덕을 닦은 군자들은 정성됨을 가장 귀하게 여기는 것이지요.

이처럼 정성됨은 자기 자신을 이루게 할 뿐만 아니라 만물을 이루게 하는 묘약(妙藥)입니다. 그래서《중용》<지성여신장(至誠如神章)>에 정성이 신과 같다(至誠如神) 하신 것입니다. 「至誠之道 可以前知 國家將興 必有禎祥 國家將亡 必有妖孽 見乎蓍龜 動乎四體 禍福將至善 必先知之 不善 必先知之 故至誠如神」

「지성의 도를 구현한 사람은 세상일을 그것이 일어나기 전에 미리 알 수가 있다. 국가가 장차 흥하려고 하면 반드시 상서로운 조짐이 나타나며, 국가가 장차 망하려고 하면 반드시 요망스러운 재앙의 싹이 나타난다. 그리고 그런 길흉의 조짐은 산대점이나 거북점에도 드러나고, 관여된 사람들의 사지 동작에도 드러나게 마련이다. 화(禍)나 복(福)이 장차 이르려고 할 때, 지성의 도를 구현한 자는 그 원인이 되는 좋은 것도 반드시 먼저 알며, 좋지 않은 것도 반드시 먼저 알아 계신(戒愼)한다. 그러므로 지성은 신(神)과 같다고 할 것이다.」

어떻습니까? 저는 그래서 이 ‘지성여신’을 <지성여불(至誠如佛)>로 고쳐 부릅니다. 흔히 우스갯소리로 “절은 절로 되고, 원불교는 원하는 대로 된다”는 얘기가 있습니다. 원하면 원하는 대로 될 일이 세상에 어디 있을까요? 그러나 그것은 지성의 대가로 부처도 이룰 수 있다는 뜻일 것입니다.

우리 먼저 서원(誓願)을 세웁시다. 그리고 그 서원을 달성할 지극한 정성을 들여 수행을 하는 것입니다. 서원을 크게 세우고 <난상가란> <지성여불>의 정신으로 달려가면 이루지 못할 일은 없지 않을 까요!

단기 4351년, 불기 2562년, 서기 2018년, 원기 103년 5월 18일

덕 산 김 덕 권(길호) 합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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