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들이 허위 사실 유포로 정신적 고통을 받았다며 '제국의 위안부'의 저자 세종대 박유하 교수를 상대로 낸 소송에서 일부 승소했다.
서울동부지법 민사합의14부(부장판사 박창렬)는 13일 이옥선 할머니 등 위안부 피해자 9명이 박 교수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박 교수가 할머니들에게 각각 천만 원씩 모두 9천만 원을 지급하라고 원고 일부 승소 판결했다.
앞서 경기 광주시의 '나눔의 집'에 머물고 있는 이 할머니 등은 2014년 6월 '제국의 위안부'에 대해 출판·판매·발행·복제·광고 등을 금지해달라는 가처분 신청과 더불어 박 교수 등을 상대로 1인당 3000만원씩 총 2억7000만원을 지급하라는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이후 법원은 지난해 2월 가처분 신청을 일부 인용했고 이날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도 할머니들의 손을 들어줬다.
재판부는 UN의 각종 보고서와 국내외 학술 연구 등에서 일본군이 위안부 모집과 운송에 직간접적으로 관여한 것이 인정되고 있는데도 할머니들을 '자발적 매춘부'라고 표현하는 등 박 씨가 저술 과정에서 위안부 피해 할머니들의 인격과 명예를 훼손했다고 판단했다.
또한 피해자들이 생존하고 있는 경우 피해자의 인격권은 학문의 자유보다 중시될 수 있고 책에서 주장하고 있는 내용은 이를 뒷받침할 만한 근거 자료가 부족해, 박 씨가 학문의 자유를 일탈한 불법 행위를 한 것으로 인정된다고 설명했다. 다만 재판부는 '제국의 위안부'를 펴낸 출판사 대표 정모씨에 대해선 "출판 행위로만으로 할머니들의 인격을 침해했다고 볼 수 없다"며 손해배상 청구를 기각했다.
이날 재판에는 9명의 할머니 중 이 할머니, 강일출 할머니(88), 박옥선 할머니(93)가 참석했다. 재판 후 할머니들은 "재판 결과에 감사하다"며 환영의 뜻을 보였다. 특히 강 할머니는 "온 국민이 힘쓴 덕분에 이런 (좋은) 판결이 나올 수 있었다"고 말했다.
한편 박유하 교수는 할머니들을 명예훼손한 혐의로 지난해 11월 불구속 기소돼 오는 20일 형사 재판을 앞두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