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프리존=이준석 기자] 이제 막 그친 봄비로 청량한 초록빛 기운을 뿜어내는 해발 700미터 깊은 산중, 직접 쌓은 돌담으로 아늑한 느낌을 주는 집터에 황토와 돌, 그리고 대나무만을 이용해 지은 자연인 이석진(64) 씨의 보금자리가 있다. 싱그러운 초록빛을 닮은 해맑은 미소의 이 남자가 산으로 들어오게 된 사연은 무엇일까?
2남 3녀 중 셋째. 산골에서 농사를 짓는 부모님 슬하에서 가난했던 어린 시절. 일찍 부산으로 내려가 일을 시작한 큰 형님의 지원으로 겨우 야간 중학교를 졸업했다. 열일곱 어린 나이부터 집에 보탬이 되겠다며 섬유공장에 취직해 10여 년 간 한 달 에 15만원이란 박봉을 받으며 일 한 자연인. 성실히 일하면서 같은 공장에서 일하던 아내를 만나 결혼도 했고, 꾸준히 모아둔 돈으로 좀 더 안정적인 기반을 잡고 싶은 마음에 집 근처 금은방에서 기술을 배워 금은방도 차리게 됐다.
공장 생활을 할 때완 달리 서너 배쯤 많아진 수익으로 인생 최대의 안정적인 시기를 보냈던 자연인. 연년생으로 두 딸을 낳고, 안경 사업까지 확장하며 더 이상의 큰 어려움은 없을 것만 같았다. 하지만 IMF 외환위기가 터지면서 외국에서 수입해 납품한 안경의 대금 값을 받지 못해 부도를 맞고 말았다. 7억이란 큰 빚은 집과 가게, 가진 재산을 전부 처분하고도 다 갚을 수 없었고, 형제들에게 손을 벌려 간신히 빚더미에서만 벗어날 수 있었다.
40대 중반, 안정적인 인생을 살 수 있을 줄 알았던 그때 그는 빈털터리가 되어 가족들을 힘들게 한다는 죄책감에 자책할 수밖에 없었고, 중고등학생이던 딸들의 학비를 벌기 위해 큰형님의 중장비 회사에 취직하게 된다.
하지만 중장비에 대한 일말의 지식도 없이 형님의 지원으로 얻은 직책 때문에, 직원들과 계속해서 갈등을 겪을 수밖에 없었다. 그만큼 남들보다 더 열심히 일하고, 술자리에도 빠지지 않고 어울리려 애썼지만 회사 생활은 쉽지 않았고. 그는 마음이 답답할 때마다 2~3일씩 산에 올라 스트레스를 풀곤 했다.
그렇게 가까운 미래에 산 생활을 꿈꾸게 되면서, 산 속에 집을 짓기 시작한 자연인. 조금씩 마음의 안정을 얻는가 했지만, B형 간염 보균자이던 그에게 스트레스로 인한 간경화 판정이 내려졌다. 자칫하면 간암으로 번질 수 있는 위험한 상황. 병원에서도 차도가 없자 스스로 살아보겠다는 강한 의지를 갖고 산 생활을 택한다. 그의 목표는 단 하나, 건강뿐이었다.
매일 하늘과 땅의 기운을 받는 특별한 호흡법으로 아침을 깨우는 자연인. 간경화를 막아준다고 해 5년 전 심어뒀던 헛개나무와 항암치료에 좋다는 영지, 망개 뿌리와 우슬 등의 약재를 수시로 달여 마시고 밥물로도 사용한다. 1급수 물이 흐르는 계곡에서 직접 제배한 꿀과 천년초로 미숫가루를 타 먹기도 하고, 집 주변에 널린 대나무를 이용해 대통밥과 직접 담근 오디 발효액을 넣은 죽순무침을 해 먹으며 철저한 자연식과 채소 위주의 식사를 즐긴다.
강한 의지로 되찾은 건강. 가족들에게 미안한 마음으로 병조차 숨기고 살아야 했지만, 이제 건강해진 몸과 마음으로 가족들을 위해 살고 싶다는 자연인 이석진씨의 이야기는 5월 23일 밤 9시 50분 MBN '나는 자연인이다'에서 만나 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