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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영복 교수 빈소에 백기완, 박원순·노회찬 등 추모 발길..
사회

신영복 교수 빈소에 백기완, 박원순·노회찬 등 추모 발길

[시사] 김현태 기자 입력 2016/01/17 09:47


백기완·노회찬, 조희연·이재정 교육감, 박영선 의원 등 조문
빈소 개방 6시간만에 2500여명 다녀가…“가르침 잊지 않겠다”
영결식 18일 오전 11시 김제동 사회로 진행·정태춘씨 추모곡
16일 서울 구로구 성공회대 구내에 있는 성미가엘성당에 마련된 신영복 석좌교수의 빈소에는 고인을 ‘스승’으로 기억하는 정치인과 학계 인사, 시민들의 발길이 이어졌다.

 

빈소에서는 미소를 띤 영정 뒤로 “언약(言約)은 강물처럼 흐르고 만남은 꽃처럼 피어나리”처럼 고인이 남긴 표현이나 제자들과 찍은 사진, 강연 사진이 음악과 함께 영상 형태로 흘러나왔다. 

 

오후 1시30분께 온 노회찬 전 의원은 “일주일 전 마지막 인사를 드리려고 댁을 찾았다. 마지막이라는 걸 서로가 알면서도, 평소와 마찬가지로 온화한 얼굴로 더 건강해지겠다고 약속하셨다”고 말했다. 또 “선생은 지행합일의 가장 모범적인 지성인이었다. 우리가 (가르침을) 버리지 않는 한 선생은 우리를 떠나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이어 빈소를 찾은 박원순 서울시장은 “제자의 한 사람으로서 필요할 때 선생의 글을 받아서 판매해 사회운동하는 데 도움을 받은 것을 기억한다”며 고인과의 인연을 더듬었다.

 

16일 오후 서울 구로구 항동 성공회대 성미가엘성당 외벽과 교내 곳곳에 고 신영복 성공회대 석좌교수의 명복을 비는 펼침막이 걸려있다
 
이재정 경기교육감은 “선생은 고난에 대해 분노하기보다는 자신의 변화로부터 역사의 변화까지 이루어내야 한다는 과제를 일깨워줬다. 새 역사를 만들기 위해 분노를 넘어 역사를 만들어가는 것이 ‘처음처럼’의 뜻이다”라고 했다. 안희정 충남지사는 방명록에 “선생님과 한 시대를 살았음에 영광이었습니다. 선생님 감사합니다. 존경합니다. 사랑합니다”라고 적었다. 안 지사는 “선생은 최근 <담론>이란 책에서 어떻게 관계를 맺으며 살아야하는지에 대해 말씀하셨다. 관계를 적대적으로 하려고 해서도, 미움과 분노로 없애려 해서도 안 된다”며 고인의 가르침을 되새겼다.

 

오늘 3시께 빈소를 찾은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은 성공회대에서 고인과 함께 교단에 섰던 기억을 더듬었다. 조 교육감은 “90년대 초반부터 성공회대에서 함께 있으면서 선생이 식사하면서 던지는 말씀 하나하나가 감동이었다. 그 말씀이 머리가 아닌 가슴에서 나온 것이기 때문이고, 고난의 감옥에서 길어올린 언어이기 때문”이라며 “‘더불어숲’으로 상징되는, 한 사람의 열 걸음보다는 열 사람의 한 걸음이 실현되는 사회를 이루라는 희망의 언어를 포기하지 않겠다”고 했다. 

 


 
백기완 통일문제연구소장은 “자본주의 반문명과 싸우다 돌아가신 가르침은 전 세계 민중에게 가르침을 줄 것”이라고 했다. 유홍준 명지대 석좌교수는 “그렇게 맑을 수 있을까 싶을 정도로 결이 고운 분이다. 선생은 중국의 루쉰을 존경했는데, 선생 그 자체가 우리나라의 루쉰 같은 분이다. 그의 삶을 흉내낼 수는 없어도, 함께해서 행복했다”고 했다. 저녁 7시25분께 한상진 국민의당 창당준비위원장과 함께 빈소에 들른 안철수 의원은 “시대의 위대한 지식인께서 너무 일찍 저희 곁을 떠나셨다. 선생님이 하신 말씀들은 후대까지 영원히 기록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밖에도 박영선 의원, 정청래 의원, 이인영 의원, 박원석 의원, 안경환 전 국가인권위원장 등이 빈소를 찾았다.

 

눈이 날리는 가운데 시민들의 추모 행렬도 이어져, 신 교수가 우리 사회에 건넨 가르침의 크기를 실감하게 했다. 군 복무 중 휴가를 나왔다가 별세 소식을 듣고 전북 군산에서 아침 일찍 올라왔다는 이민호(22)씨는 “중학교 때 국어교과서에서 ‘어리석은 자의 우직함이 세상을 바꾼다’란 글을 읽고 인생의 방향을 정하게 됐다. 지난해 6월 군에 입대하면서 <감옥으로부터의 사색>을 들고 가 힘들 때마다 한 장 한 장 아껴 읽었다. 너무 뵙고 싶던 분을 돌아가시고 나서 찾아 뵈니 무척 허망하다”고 했다. 1997년부터 성공회대 내 특수학교인 성베드로학교에서 교사로 일했다는 강아무개(50)씨는 “나를 알지 못해도 언제나 온화하게 인사해주셨다. 나무가 되지 말고 숲이 되자고 했던 ‘더불어숲’의 가르침을 잊지 않겠다”고 했다. 빈소가 문을 연 지 6시간여 만인 오후 8시께까지 발걸음을 한 추모객은 2500여명에 달한다.

 

 16일 오후 고 신영복 성공회대 석좌교수의 빈소가 차려진 서울 구로구 항동 성공회대 성미가엘성당 앞에서 조문객들이 줄을 서있다.

 
이날 저녁 양권석 신부 주관으로 진행된 추도예배엔 안철수 의원과 조희연·이재정 교육감을 비롯한 200여명이 참석했다. 예배가 진행된 30분 동안 이들은 고인을 보내는 성가를 부르고 ‘신영복 교수의 영혼을 구원해달라’는 기도를 올렸다. 중간에 고인의 강연 영상이 나오자 훌쩍이는 소리도 들렸다.

 

영결식은 18일 오전 11시 성미가엘성당에서 김제동씨의 사회로 열린다. 가수 정태춘씨가 추모곡을 부르고, 이재정 경기교육감이 조사를 낭독한다. 추도예배는 17일 오전 10시와 오후 7시에도 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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