빈소에서는 미소를 띤 영정 뒤로 “언약(言約)은 강물처럼 흐르고 만남은 꽃처럼 피어나리”처럼 고인이 남긴 표현이나 제자들과 찍은 사진, 강연 사진이 음악과 함께 영상 형태로 흘러나왔다.
오후 1시30분께 온 노회찬 전 의원은 “일주일 전 마지막 인사를 드리려고 댁을 찾았다. 마지막이라는 걸 서로가 알면서도, 평소와 마찬가지로 온화한 얼굴로 더 건강해지겠다고 약속하셨다”고 말했다. 또 “선생은 지행합일의 가장 모범적인 지성인이었다. 우리가 (가르침을) 버리지 않는 한 선생은 우리를 떠나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이어 빈소를 찾은 박원순 서울시장은 “제자의 한 사람으로서 필요할 때 선생의 글을 받아서 판매해 사회운동하는 데 도움을 받은 것을 기억한다”며 고인과의 인연을 더듬었다.
오늘 3시께 빈소를 찾은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은 성공회대에서 고인과 함께 교단에 섰던 기억을 더듬었다. 조 교육감은 “90년대 초반부터 성공회대에서 함께 있으면서 선생이 식사하면서 던지는 말씀 하나하나가 감동이었다. 그 말씀이 머리가 아닌 가슴에서 나온 것이기 때문이고, 고난의 감옥에서 길어올린 언어이기 때문”이라며 “‘더불어숲’으로 상징되는, 한 사람의 열 걸음보다는 열 사람의 한 걸음이 실현되는 사회를 이루라는 희망의 언어를 포기하지 않겠다”고 했다.
눈이 날리는 가운데 시민들의 추모 행렬도 이어져, 신 교수가 우리 사회에 건넨 가르침의 크기를 실감하게 했다. 군 복무 중 휴가를 나왔다가 별세 소식을 듣고 전북 군산에서 아침 일찍 올라왔다는 이민호(22)씨는 “중학교 때 국어교과서에서 ‘어리석은 자의 우직함이 세상을 바꾼다’란 글을 읽고 인생의 방향을 정하게 됐다. 지난해 6월 군에 입대하면서 <감옥으로부터의 사색>을 들고 가 힘들 때마다 한 장 한 장 아껴 읽었다. 너무 뵙고 싶던 분을 돌아가시고 나서 찾아 뵈니 무척 허망하다”고 했다. 1997년부터 성공회대 내 특수학교인 성베드로학교에서 교사로 일했다는 강아무개(50)씨는 “나를 알지 못해도 언제나 온화하게 인사해주셨다. 나무가 되지 말고 숲이 되자고 했던 ‘더불어숲’의 가르침을 잊지 않겠다”고 했다. 빈소가 문을 연 지 6시간여 만인 오후 8시께까지 발걸음을 한 추모객은 2500여명에 달한다.
영결식은 18일 오전 11시 성미가엘성당에서 김제동씨의 사회로 열린다. 가수 정태춘씨가 추모곡을 부르고, 이재정 경기교육감이 조사를 낭독한다. 추도예배는 17일 오전 10시와 오후 7시에도 열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