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초부터 완성차업체들이 연이어 신차를 쏟아내면서 치열한 경쟁을 예고하고 있다. 르노삼성은 지난 13일 지난해 7월 유럽에서 먼저 출시해 선풍적인 인기를 끌고 있는 중형 전략모델인 ‘탈리스만’의 국내 버전 ‘SM6’를 공개하고, 연간 5만대 이상 판매목표를 장담했다.
박동훈 르노삼성 부사장은 “판매목표는 항상 다다익선이라면서 사업 계획상의 목표는 최소 5만대”라고 자신감을 내비쳤다. 과연 이 같은 판매목표를 달성할 수 있을까? 판매물량을 예측하기란 간단한 듯 복잡하다. 섣불리 판매목표를 수립하거나, 판매달성을 예단하기 쉽지 않다.
통상 신차 판매목표는 공장의 생산능력과 물량, 시장상황, 손익분기점(BEP), 수요조사 등 다양한 데이터를 취합한 뒤 분석해 판매목표를 내놓는다. 또 ‘의지’ 개념으로 판매목표를 높게 설정해 영업사원들의 판매의지를 독려하고, 고객들에게 제품에 대한 자신감을 간접적으로 내비치는 경우도 간혹 있다.
18일 한국자동차공업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현대차, 기아차, 한국지엠, 르노삼성 등 국내 완성차 4사는 내수시장(승용차 부문)에서 총 67만1767대를 판매했고, 그 중 중형차는 19만164대로 전체의 약 28.3%를 차지했다. 르노삼성의 경우 지난해 총 8만17대 가운데, 중형차는 2만730대(25.9%)를 판매했다.
박 부사장이 밝힌 SM6의 판매목표 연간 5만대는 지난해 르노삼성이 총 판매한 중형차의 2배 이상에 해당하는 물량으로 목표달성이 쉽지 않다. 여기에 국내 자동차시장에서 중형차 판매가 매년 감소하는 것도 르노삼성 SM6 판매의 부정적 측면으로 여겨진다.
현대차 ‘I40’·’쏘나타’, 기아차 ‘K5’, 한국지엠 ‘말리부’, 르노삼성 ‘SM5’ 등 국내 주요 중형세단의 지난 5년간 판매현황을 살펴보면 2010년 31만4148대로 정점을 찍은 뒤 2011년 24만6599대, 2012년 23만8117대, 2013년 20만260대, 2014년 20만6751대, 지난해 11월까지 18만4638대로 매년 중형차 시장이 쪼그라들었다. 같은 기간 르노삼성 SM5 역시 2010년 7만7381대에서 지난해 2만3866대로 판매가 많이 감소했다.
르노삼성의 SM6가 내수시장에서 성공하기 위한 구매요건 중 하나가 가격이다. 지난해 7월 유럽에서 판매된 ‘탈리스만(TALISMAN)’의 현지 판매가격은 Dci 160 Intens(디젤) 3만8149유로(4768만원), Dci 160 Initiale Paris 4만2149유로(5268만원), Tce 200 Intens(휘발유) 4만149유로(5018만원), Tce 200 Initiale Paris 4만4149유로(5518만원)으로 책정돼 팔리고 있다.
유럽에서 판매되는 탈리스만과 같은 가격정책을 국내에 도입할 경우 경쟁모델은 현대차 ‘제네시스’, 렉서스 ‘ES300H’, BMW ‘520D’ 등을 가격 기준 경쟁모델로 꼽을 수 있다. 르노삼성은 2월말 탈리스만의 국내 버전인 ‘SM6’의 가격을 공개할 예정이다. 그간 신차가 없어 판매에 어려움을 겪어 왔던 르노삼성 입장에서 SM6는 ‘과거의 영광’을 재현해줄 구세주와 같은 차량이다.
실제로 박동훈 르노삼성 부사장은 기자간담회 때마다 “SM6 출시가 10년에 한 번 올까 말까 한 기회”라고 되풀이하면서 강한 자신감을 내비친 바 있다. 박 부사장은 국내 경쟁차종과 가격을 묻는 기자들의 질문에 “SM5는 현대차 ‘쏘나타’, 기아차 ‘K5’가 주요 경쟁차종이었는데, SM6는 이와 다르게 포지셔닝을 할 것”이라고 말해 SM6가 이들 차종과 비교해 상위모델임을 간접적으로 내비쳤다. 이들 차종과 경계구분을 통해 가격 역시 상대적으로 높게 책정될 가능성이 높다.
르노삼성 SM6는 기존 SM5와 SM7의 중간 세그먼트 모델로, 2015년형 SM5 노바 2250만원~2920만원이며, 2014년형 SM7 2992만원~3819만원에 팔렸다. 단순 계산할 때 SM6 가격대는 2650만원~3420만원으로 약 770만원 수준의 격차를 보일 것으로 추측된다. 유럽에서 판매되는 팔리스만 평균가 5143만원 대비 약 34% 인하된 파격적인 가격이다. 물론 파노라마 선루프, 헤드업 디스플레이 등 편의사양에 따라 가격은 크게 오를 수 있다. 여기에 SM6와 유럽에 수출되는 탈리스만은 국내 르노삼성 부산공장에서 조립·생산하고 있으므로 판매가격을 낮출 수 있는 여지가 있다.
업계 관계자는 “현재 판매되는 르노삼성 SM5, SM7 차량 가격의 중간 정도에 맞춰져 판매될 것으로 예상한다”면서 “SM5 2.0 최고급 사양 2920만원, SM7 2.5 최고급 사양 3480만원이기 때문에 중간인 SM6는 3200만원 수준이 될 것”이라고 예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