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흩어진 기억들을 진실의 품으로’라고 적은 펼침막을 내건 화물차량에는 세월호 희생자나 생존자의 유품과 유류품 1169점이 상자에 담기거나 비닐에 쌓여 차곡차곡 실렸다. 주인을 찾지 못한 물건들에는 이름 대신 1천169개의 번호가 하나하나 붙어 있었다.
맹골수도의 거센 물살에 휩쓸려 녹슨 가방, 진흙이 덕지덕지 묻어 제모습을 찾기 어려운 옷가지 등은 시간이 점차 지운 세월호 참사 당시 참혹함을 기억 속에 되살렸다. 600여일이 넘는 시간 동안 주인을 찾지 못한 유품에는 단원고 교복, 여행용 가방, 신발 등이 섞여 있었으며 이 중에는 세월호 이준석 선장의 배낭도 있었다.
이날 유류품 이송 작업을 함께하던 단원고 희생자의 한 아버지는 사건 직후 아들의 옷가지를 찾아 받았지만, 여태까지 빨지도 못하고 꺼내보고 있다며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유품·유류품을 차량에 실은 가족들은 떠나기 전 진도 팽목항 등대 길과 임시 분향소를 방문해 헌화했다. 유류품 중 누군가의 여행가방을 하나 꺼내 들고 안산으로 떠나기 전 진도 팽목항을 찾은 가족들은 등대 길과 임시 분향소를 들러 아이들의 이름을 목놓아 부르거나, 국화꽃을 조용히 놓았다.
이어 4·16 가족협의회 인양분과장 정성욱(희생자 정동수 학생의 아버지)씨는 팽목항 등대 길에서 "뒤늦게나마 (유품과 유류품을) 데려간다"며 "아이들아 이제 그만 함께 집에 가자"고 외쳤다.
이 물품들은 지난 5일부터 4·16가족협의회, 기억저장소, 사진작가, 시민 등 100여명이 참여해 목록을 작성하고 촬영했다. 확인된 목록과 사진은 추후 4·16가족협의회 누리집 등을 통해 주인을 찾는 절차를 밟는다. 임시 보존과정에서 유가족과 시민 등이 참여해 유품과 유류품이 상하지 않는 선에서 세탁과 세척을 과정 등을 거쳐 유가족 등에게 돌려줄 예정이다.
주인을 찾지 못한 물건이나 가족이 기증의사를 밝힌 유품과 유류품은 4·16기억저장소에서 세월호 참사를 기억하고 증거하는 역사기록물로 보존·관리를 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