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금리대출시장이 급팽창하고 있다. 중금리대출이란 이른바 ‘금리절벽’이라 불리는 연 10% 안팎의 금리에 돈을 빌려주는 것을 말한다.
은행들은 부실을 우려해, 제2금융권은 이 금리를 맞추기 힘들다는 이유로 그간 이 대출을 꺼렸다. 그런데 최근 한 저축은행에서 출시한 모바일전용 중금리 대출의 누적판매액이 한 달 만에 130억원에 육박했고 나머지 저축은행들도 상품판매에 열을 올리고 있다.
시중은행들도 중금리대출시장의 추이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올 하반기 인터넷 전문은행이 출범하면 50조원 규모의 중금리대출시장 쟁탈을 위한 경쟁이 격화될 전망이다.
◆대출금리가 낮으면 절차 까다로워
21일 세계일보가 지난해 중순부터 출시된 4개 은행(신한·우리·기업·농협) 및 1개 저축은행(SBI저축)의 6개 중금리 대출상품 자료를 입수해 분석한 결과, 평균 대출금리가 연 7.15%로 집계됐다.
고객들의 평균 신용등급은 4.9등급, 평균 대출액은 448만원이었다.
은행별로 살펴보면 대체로 대출금리가 낮으면 대출조건 및 절차가 까다롭거나 대출한도가 낮고, 대출절차가 간편하면 대출금리는 상대적으로 높은 것으로 분석됐다.
IBK기업은행 ‘i-ONE 직장인스마트론’은 6개 상품 중 평균 대출금리가 4.68%로 가장 낮고 평균 대출액도 시중은행 중에서는 580만원으로 가장 많았다. 그러나 급여이체기간 12개월 이상, 매월 급여이체 금액 50만원 이상, 자체 신용등급 BB 이상 등 대출조건이 까다로운 편이다.
이 때문에 지난해 8월3일 출시 후 5개월간 대출 실적이 4012건, 182억원에 그쳤다. 신한은행의 모바일 전문은행인 ‘써니뱅크 직장인대출’의 금리도 5.96%로 낮은 편이지만, 대출한도가 500만원으로 가장 낮고 건강보험자격득실확인서 등의 제반서류를 팩스로 제출해야 한다.
반면, SBI저축은행은 평균 대출금리가 9.9%로 시중은행에 비해 2∼3%포인트 더 높지만, 평균 대출액이 800만원으로 시중은행보다 2배 정도 많았다.
이용고객의 평균 신용등급도 3.5등급으로 가장 우량하다. SBI저축 관계자는 “신용등급은 높지만 대출한도를 이미 넘어 더 이상 은행에서 대출받을 수 없는 고객들을 흡수하면서 평균 신용등급이 낮아졌다”고 말했다.
지난해 5월 가장 먼저 출시된 우리은행의 위비모바일대출도 시중은행 중에서는 대출금리(7.5%)가 상대적으로 높은 편이지만, 관련서류를 제출할 필요가 없다.
지난해 말까지 대출실적이 500억원을 넘어서며 은행권에서 선두를 달리고 있다.
◆중간등급 품었지만 금리는 ‘탐색 중’
중금리 대출은 아직 초기단계지만 금리절벽 속에 캐피털이나 대부업의 고금리 대출로 내몰렸던 중간 신용등급(5,6등급) 대출자를 품기 시작한 것으로 평가된다.
우리은행은 6등급 이하 고객이 40%가 넘고, SBI저축은행은 1∼6등급까지 각 등급이 13∼14%의 비중으로 고루 분포돼 있다.
정희수 하나금융연구소 팀장은 “은행별로 이용자 신용등급과 대출금리의 분포가 다르겠지만 평균 신용등급이 5등급이라는 것은 은행 고객으로는 간당간당한 경계선상에 있는 소비자들이라는 뜻이며 그 안에는 6,7등급도 포함됐을 것”이라고 말했다.
중금리 대출상품은 주로 모바일 전문은행 전용상품이 많다. 지점 등 오프라인과 병행 판매하는 대출상품들도 비대면 거래실적이 더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농협은행 상품개발부 임혜숙 차장은 “EQ론 이용자는 연령별로 20∼30대가 절반 정도이며, 지난해 12월 4일에 대면 대출을 먼저 시작하고 같은달 22일부터 비대면 대출이 시행됐는데도 비대면대출이 절반 이상을 차지한다”고 설명했다.
연체나 부실 위험을 피하기 위해 은행들이 주로 안정적인 소득이 있으면서 간편하게 대출을 받으려는 젊은 직장인을 주요 타깃으로 삼은 것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된다.
서정호 한국금융연구원 박사는 “은행들이 저축은행에 비해 중간등급 고객에 대한 신용분석이 아직 미흡한 것도 있지만, 10∼15%대 대출상품을 취급하면 전체 대출 평균 금리가 올라가니 평판리스크로 인해 조심스러울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