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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계종에 번진 '깨달음' 논쟁.."이해해야 하나, 이뤄야 ..
사회

조계종에 번진 '깨달음' 논쟁.."이해해야 하나, 이뤄야 하나"

온라인뉴스 기자 입력 2016/01/21 21:28

현응 스님 '깨달음은 이해' 주장에 전국선원수좌회·수불 스님 반론

1980년대 한국 불교를 뜨겁게 달궜던 '깨달음' 논쟁이 수십 년의 시간이 흘러 다시 벌어지고 있다.

보조국사 지눌이 '깨달은 뒤에도 꾸준히 닦아야 한다'며 주장한 돈오점수(頓悟漸修) 이론에 조계종 종정을 지낸 성철 스님이 '깨달은 뒤에는 더 이상 닦을 필요가 없다'는 돈오돈수(頓悟頓修) 이론을 내놓으며 촉발된 교리 논쟁이 21세기에 재현되고 있는 것이다.



↑ 참선 수행하는 스님들. (연합뉴스 자료사진)

21일 불교계에 따르면 대한불교조계종 교육원장 현응 스님과 종단 내 수행 승려 모임인 전국선원수좌회, 부산 범어사 주지인 수불 스님 사이에 깨달음의 방법에 대한 설전이 진행되고 있다.

현응 스님은 지난해 9월 '깨달음과 역사' 발간 25주년 기념 학술세미나에서 발제자로 나서 "깨달음이란 무엇인가"라는 근본적인 질문을 던진 뒤 "깨달음은 이해의 영역이기 때문에 설법, 토론, 대화를 통해 얻을 수 있다"고 말했다.

현응 스님은 "부처님은 가르침을 청할 때 삼매(三昧·잡념을 떠나 하나에만 집중하는 경지)와 선정을 통해 수련하라고 지도하지 않았다"면서 "불교는 '이해하는 깨달음'에서 '이루는 깨달음'으로 변해 갔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이루는 깨달음을 얻은 사람은 실제 현실에서 곧바로 스스로의 괴로움을 없애버리고 중생의 괴로움도 없애버릴 것이지만, 그런 경우를 보지 못했고 그런 깨달음을 이룬 사람이 있는지 잘 모르겠다"고 쐐기를 박았다.

겨울과 여름이면 약 2천명이 깨달음을 얻기 위해 3개월씩 안거 수행을 하는 조계종에서 현응 스님의 주장은 많은 스님에게 큰 충격을 줬다. 조계종 스님들이 화두를 들고 참선하는 수행법인 '간화선'(看話禪)에 대해 현응 스님이 후기 간화선으로 지칭하며 효용성에 의문을 제기했기 때문이다.

이에 전국선원수좌회는 작년 10월 성명을 내고 "불조의 가르침을 너무 가볍게 관념적으로 이해하는 것이 아닌가 의구심이 든다"면서 "선정 수행에 의한 깨달음을 간과한 주장"이라고 반박했다.

이어 "배우는 위치에 있는 학인의 견해라면 모르겠지만 종단의 교육을 책임진 원장의 자리에 있는 분의 견해이고 보면 문제는 자못 심각해진다"고 꼬집었다.

아울러 수불 스님은 지난 연말 현응 스님의 발제문에 대한 의견을 정리한 '조계종지의 현대적 구현'에서 "진리란 '그저 잘 이해하는' 대상이 아니라 '보고 얻고 알고 깨우쳐 들어가야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깨달음 논쟁이 가열되자 현응 스님은 이달 15일 정의평화불교연대가 주최한 화쟁문화아카데미에서 "불교를 논하는 자리라면 수불 스님과 대화할 수 있다"고 했고, 이튿날 수불 스님도 종단이 자리를 마련한다면 나갈 수 있다는 입장을 밝혔다.

익명을 요구한 조계종의 한 스님은 "깨달음이란 것이 말로 설명하기 어려운 측면이 있어서 이해한다는 것도 맞고 이루는 것도 맞다"며 "내 옳음 속에도 빈틈이 있고 상대방의 그름에도 이유가 있다"고 말했다.

이 스님은 "사회에서 사상이 획일적이면 위험하듯 불교도 다양한 사상과 수행법이 공존해야 더 건강해질 수 있다"면서 "깨달음에 대한 논의는 활성화되고 불이 붙을수록 좋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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