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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지원 “통합” 외치며 더민주 탈당..
정치

박지원 “통합” 외치며 더민주 탈당

[시사] 김현태 기자 입력 2016/01/23 13:50
주류·비주류 아우른 ‘선대위’…김종인·박영선 활동폭 커질듯
박지원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22일 오전 국회 정론관에서 지지자들과 함께 탈당 기자회견을 마친 뒤 기자들의 질문에 대답하다 물을 마시고 있다. 김경호 선임기자

박지원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22일 탈당했다. 지난해 9월 비리 연루 정치인은 공천에서 배제하는 내용의 혁신안에 반발해 탈당도 불사하겠다고 했던 박 의원은 안철수·김한길 의원 등의 탈당 사태 등을 거치며 당을 떠날 것을 거듭 예고해왔다. 박 의원은 이날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분열된 야권을 통합하고 우리 모두 승리하기 위해 잠시 당을 떠난다”고 말했다. 그는 “분열하면 패배하고 통합단결하면 승리한다”며 “김대중 정신과 함께 하는 전국의 동지들을 위해 저부터 시작하겠다. 야권 통합에 의한 총선승리, 정권교체의 밀알이 되기 위해 혈혈단신 절해고도에 서겠다”고 말했다.

 

그가 내세운 ‘통합을 위한 탈당’이란 명분은, 분열된 호남의 신당들을 하나로 묶어세우기 위해선 본인이 친노 색채가 강한 더민주를 탈당해 특정 당적을 갖지 않아야 움직일 공간이 넓어진다는 논리다. 현재 호남을 기반으로 한 신당은 천정배 의원의 국민회의, 박준영 전 전남지사의 신민당, 박주선 의원의 통합신당추진위원회, 김민석 전 의원의 민주당 등이 있다. 무소속으로서 이들을 통합하는 촉매제가 되겠다는 것이 박 의원의 주장이다. 박 의원은 총선 전까지 호남 신당들이 함께하는 소통합을 이룬 뒤 안철수 의원의 국민의당과 합치는 중통합을 이뤄야 한다는 로드맵도 제시했다.

 

그러나 제1야당이 지금처럼 분열된 데는 박 의원의 책임도 크다는 점에서 앞으로 야권 통합에 헌신하겠다는 그의 다짐은 모순적으로 들린다. 박 의원은 지난해 2·8전당대회 때 ‘친노’와 날을 세우며 호남 표를 결집시켰다. 그가 ‘문재인 대세론’을 뚫고 단지 3.5%포인트차로 패한 데는, 호남과 친노를 갈라놓는 선거전략이 유효했다는 분석이 많았다. 2심에서 유죄를 받고 상고심이 진행중인 저축은행 금품수수 사건도 깔끔하게 털어내지 않는다면, 운신의 폭도 좁다.

 

한편, 그동안 박주선 의원·박준영 전 지사·김민석 전 의원 등과 선을 긋고 있던 천정배 의원은 통합 가능성을 좀더 열어두는 쪽으로 돌아섰다. 박주선 의원은 “천 의원은 통합에 원칙적으로만 합의하고 구체적인 논의는 미뤄왔는데 생각이 좀 달라졌다”며 “23일 만나 결론을 내기로 했다”고 말했다. 호남 신당들의 통합 과정엔 정동영 전 의원도 합류할 것으로 전해졌다. 정 전 의원은 21일 광주에서 천 의원을 만났으며 22일엔 박주선 의원과도 통화했다. 박주선 의원은 “통합을 위해 같이 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정 전 의원은 이번 총선에서 전주 덕진 출마가 유력하다.

김종인 더불어민주당 선거대책위원장이 22일 오전 국회 당대표실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기 위해 자리에 앉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은 선대위원 16명의 명단을 발표했다

더민주 선대위 16명 인선

4·13 총선을 지휘할 더불어민주당(더민주) 사령부의 진용이 짜였다. 더민주는 22일 당무위원회를 열어 김종인 선거대책위원장이 짠 선대위원 16명 인선안을 의결했다.


선대위에는 현역 의원 6명이 들어갔다. 박영선 최재성 우윤근 박범계 유은혜 진선미 의원이다. 또 이용섭 김영춘 정장선 전 의원 등 전직 의원 3명도 이름을 올렸다. 손혜원 홍보본부장도 참여했다. 최근에 영입된 김병관 웹젠 이사회 의장, 양향자 전 삼성전자 상무, 이수혁 전 6자회담 수석대표, 이철희 두문정치전략연구소장, 표창원 전 경찰대 교수도 선대위에 참여하기로 했다.


김종인 위원장은 이날 기자간담회에서 “가장 중요한 것이 당의 결속을 도모하는 것”이라며 “지역도 그렇고, 당의 여러 가지 갈등 구조에 섞였던 사람들을 봉합하고자 하는 측면에서 인선했다”고 말했다. 지역과 계파를 고루 안배했다고 강조한 것이다.


이번 인선에선 박영선 의원의 활동 반경이 넓어진 점이 눈에 띈다. 김영춘 정장선 전 의원과는 당이 진통을 겪을 때 중간지대를 자임한 ‘통합행동’을 함께하며 호흡을 맞춰온 사이다. 박범계 진선미 의원도 박 의원과 각별한 사이다. 박 의원으로서는 이런 우군의 지원을 받아 2014년 명예롭지 못하게 원내대표에서 물러났던 상처를 치유할 수 있는 기회를 맞은 셈이다.


더민주 선대위원 16명 현역의원 6명·전직의원 3명
표창원·이철희 등 영입 6명에
‘문재인 복심’ 최재성도 참여
김종인 위원장 장악력 확보
 비대위 어떻게 꾸리나로 관심이동
27일 중앙위…문재인 이날 사퇴

당내 주류도 다수 선대위에 포진했다. 문재인 대표의 ‘복심’이라고 불리는 최재성 의원을 비롯해 손혜원 홍보본부장, 우윤근 유은혜 의원 등이 문 대표와 가까운 사이로 분류된다. 외부 영입인사들도 문 대표가 선발한 사람들이라는 점에서 당내 주류의 영향력이 여전히 살아 있다고 평가할 수 있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큰 특징은 김종인 선대위원장이 장악력을 확보했다는 점이다. 박영선 의원은 당 잔류를 선언하기 전 김 위원장에게 ‘오늘의 결정은 김종인 박사와 저의 30년 인연이 만들어준 것이 아니겠는가’라는 문자를 보낼 정도로 서로 신뢰하는 사이다. 이수혁 전 6자회담 수석대표는 현재 김 위원장의 ‘보좌’역을 맡고 있다. 손혜원 홍보본부장도 김 위원장과 문 대표를 연결해줄 정도로 오랜 인연을 맺고 있다. 선대위원들이 전반적으로 젊어진데다 대체적으로 자기 색채를 드러내지 않는 편이어서 ‘견제역’을 맡을 사람이 특별히 눈에 들어오지 않는다. 국회부의장을 지낸 박병석 의원은 인선 막바지에 빠졌다. 박 의원은 “선대위 참여를 놓고 막판까지 고민하다 참여하지 않겠다는 뜻을 전달했다”고 밝혔다.


당내 관심은 선대위 구성에서 비상대책위원회가 어떻게 꾸려지느냐로 넘어가고 있다. 선대위가 선거 관련 사무를 담당한다면 비대위는 당 전체 업무를 관장하는 사실상 최고위 역할을 대행하게 된다. 비상 대권 기구인 셈이다. 비대위 위원은 선대위 위원 가운데 5~6명이 겸직할 예정이다.


더민주는 27일 중앙위원회를 열어 비대위에 지도부의 전권을 이양하는 당헌 개정을 처리할 예정이다. 문재인 대표를 비롯한 최고위원들은 이날 모두 사퇴하고 모든 권한을 김 위원장에게 넘긴다. 그러다 보니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기도 한다. 이날 당무위원회에서는 신계륜 의원 등이 “선출되지 않은 권력이 공천권을 행사하는 역사상 초유의 일이 벌어졌다”고 비판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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