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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건축 새로운 흐름 제시, 논현 SJ 쿤스트할레..
경제

도시건축 새로운 흐름 제시, 논현 SJ 쿤스트할레

온라인뉴스 기자 입력 2016/01/24 15:38
[건축과 도시]복합문화공간으로 탈바꿈 한 '28개의 컨테이너'

'금싸라기' 강남 한복판에 건물 짓고 인드밴드 등에 무료로 공간 내줘

하위문화 거점으로 성공적 자리매김

용도 따라 맞춤형 공간 배치 가능… 저렴한 가격에 건축도 빠르고 간편

컨테이너 활용한 건물 속속 들어서

서울 강남 한복판에 형태와 색깔, 쓰임이 주변과는 전혀 다른 '플래툰 쿤스트할레'가 지난 2009년 처음 등장했다.
지난해 4월 SJ쿤스트할레라는 이름으로 다시 문을 열면서 더 개방된 이미지를 강조하기 위해 외관을 하얀색으로 리모델링했다.
SJ 쿤스트할레는 2층에 있던 예술가 작업실의 문을 트는 등 한층 개방된 공간을 활용하고 있다. /사진제공=플래툰 쿤스트할레·SJ 쿤스트할레

#나이트클럽 화장실에서 한 남성이 의문의 남성들에게 공격을 당한다. 정신을 차린 곳은 위치를 알 수 없는 컨테이너 박스 내부. 이 곳에서 남성은 밧줄로 온 몸이 꽁꽁 묶인 채 숨겨둔 자료를 내놓으라는 협박을 받는다.

영화 '내부자들'의 장면이 보여주듯이 영화에서 흔히 표현되는 컨테이너는 은밀한 범죄가 발생하는 공간이다. 현실에서의 컨테이너는 화물을 운송하는 수단이거나 공사 현장의 식사를 책임지는 '함바집' 등으로 인식된다. 하지만 최근 컨테이너가 도시에서 무한 변신을 시도하고 있다. 낮은 가격으로 빠르고 쉽게 건축이 가능하다는 강점을 앞세워 도시의 풍경을 천천히 바꿔나가고 있다. 새로운 건축 흐름의 시작은 서울 강남구 논현동에 위치한 '플래툰 쿤스트할레(현 SJ 쿤스트할레)'에서 시작됐다.

강남 부촌과 하위문화의 낯선 동거

독일의 아트커뮤니케이션 그룹 '플래툰'은 베를린에 이어 하위문화를 펼칠 두 번째 공간으로 서울 강남 한복판을 택했다.

건물이 들어선 곳인 당초 주차장 부지였다. 이곳은 지난 2009년 28개의 컨테이너 박스로 채워졌다. 국내에서 땅값이 가장 비싼 지역에 수입차 전시장이 아닌 저렴한 컨테이너가 내려앉은 모습은 낯선 인상을 불러일으켰다.

특히 홍대에서 어울릴 법한 각종 예술 전시와 벼룩시장 등이 이곳에서 진행되자 이질감은 더욱 크게 느껴졌다. '플래툰'은 2014년 말 운영을 끝내고 철수할 때까지 다양한 비주류 복합문화를 위한 공간을 내줬다. 작업실 사용료와 전시장 임대료 등을 일절 받지 않고 일부 기업의 후원으로 운영된 5년의 기간 동안 플래툰 쿤스트할레는 어느덧 하위문화의 거점으로 성공적으로 자리 잡았다.

플래툰 쿤스트할레를 설계한 백지원 얼반테이너 대표는 "성장 시대에서 건축의 개념은 '거주하기 위한 기계'였지만 디스토피아 시대에서는 건축이 모든 사람을 위한 것이 돼야 한다고 생각했다"며 "건축가가 직접 디자인하는 것보다 모든 사람들이 디자인에 참여할 수 있는 바탕을 제공하는 것이 컨테이너 건축"이라고 밝혔다. 플래툰 쿤스트할레는 '플래툰'이 철수한 뒤 국내 운영사가 넘겨받아 'SJ 쿤스트할레'로 지난해 4월 새롭게 문을 열었다.



창의성 없는 건축? 매력 넘치는 도전!

"컨테이너를 활용한 건축물이라는 점은 새로운 시도이나 창의성이 높은 건축으로 평가하기에는 아쉬움이 남는 작품입니다."

플래툰 쿤스트할레가 2009년 한국건축가협회상을 수상할 당시 도심 속 컨테이너 박스를 쌓아올린 방식이 실험적이며 내부 공간 구성도 돋보이지만 막상 창의성은 낮은 건축이라는 심사평을 받은 바 있다.

직사각형 모양의 여러 컨테이너를 이리저리 배치하는 것 이외에 다른 창의적인 건축 형태를 만들어내기는 힘들다는 의미다. 하지만 실제 컨테이너 건축의 매력은 바로 이 점에서 출발한다. 백 대표는 컨테이너 건축의 매력은 스스로 주인공이 되기보다는 그 안에 담긴 내용을 부각 시켜준다는 점이라고 밝히고 있다. 공간을 어떻게 쓸 것인지에 따라 컨테이너의 가장 적합한 배치와 인테리어가 결정된다. 플래툰 쿤스트할레 역시 기획설계를 할 때 '영화를 어떻게 볼 것인가'부터 '비보이 공연을 할 수 있을까'까지 어떤 행위들을 담아낼 것인지에 대해 논의가 먼저 이뤄졌다. 컨테이너는 옮기고 해체하고 늘리고 다시 줄이는 것이 쉬워 끊임없는 소통을 통해 조율하는 것이 가능한 구조체다.

물론 '아시아 최초 컨테이너 빌딩'을 짓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니었다. 파일럿 프로젝트로 컨테이너 세 개를 3층으로 배치해 비용과 문제점 등을 미리 점검했다. 1층 아스팔트에 바닥난방을 적용하거나 석고보드와 알루미늄판을 붙이기 위한 친환경 본드를 찾아 헤매는 등 새로운 실험의 연속이었다.

컨테이너와 함께 도시는 성장한다

강남의 컨테이너는 '플래툰'이 철수한 뒤 'SJ 쿤스트할레'로 바뀌면서 짙고 어두운 카키색 계통의 컨테이너 외부 색깔이 하얀색으로 변하고 내부도 개방감을 확대시키는 등 다시 한번 변신한다.

권형민 SJ 쿤스트할레 매니저는 "플래툰 쿤스트할레였을 때 하위문화 위주의 프로그램이 많았다면 현재는 인테리어를 최소화시켜 모든 문화와 다 어울릴 수 있도록 바꿨다"고 설명했다. SJ 쿤스트할레는 대형 복합문화공간으로 현재 공연과 전시 등을 위한 대관 업무에 집중하고 있다.

과거 플래툰 쿤스트할레가 강남에서 하위문화 공간이 성공할 수 있는지를 살펴보는 실험이었다면 SJ 쿤스트할레는 주류문화까지 그 범위를 넓혀 강남이 갖는 이미지와도 이질감 없이 섞여 들어간다. 같은 건물로 전혀 다른 인상을 풍길 수 있는 것은 스스로 멋진 건축물이 되기보다는 콘텐츠를 효과적으로 드러내 주는 역할을 하는 컨테이너 건축물의 공이 크다. 최근 국내에서 컨테이너 건축의 쓰임은 늘어나고 있는 추세다. 얼반테이너는 지난해 용산구 서계동의 '국립극단' 건물과 세계 최대 규모 컨테이너 쇼핑몰인 서울 건대 '커먼그라운드'를 탄생시켰다. 올해에도 지금까지와는 다른 용도의 컨테이너 건축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백 대표는 "패션부터 카페, 문화공간, 도시 재생까지 컨테이너를 활용한 건물들이 계속 생겨나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제주의 게스트하우스부터 '제주 유나이티드'의 멀티숍, '안양공공예술프로젝트'를 위한 오픈스쿨까지 여러 컨테이너 건축물이 시선을 잡아끈다. 낙후지역의 도시재생에도 컨테이너를 활용하기 시작했다. 서시는 도봉구 창동 환승주차장 일대를 컨테이너 박스를 활용해 '플랫폼 창동61'이라는 문화 공간으로 탈바꿈시킬 계획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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