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기력하고 굼뜬 새누리당 대신 이슈를 만들어내고 선거 프레임을 짜는 인물은 박근혜 대통령이다. 박 대통령은 국민들을 상대로 연일 ‘국회심판론’을 호소하고 있다. 노동5법, 테러방지법 등 경제 활성화와 국민안전 확보에 필수불가결한 법안이 국회, 특히 야당의 반대로 표류하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박 대통령은 발언에 그치지 않고 쟁점법안 촉구 가두 서명운동에 직접 참여하는 등 행동에도 나섰다. 여야가 쟁점법안에 대해 일부 합의를 도출하는 등 지루한 대치국면에 돌파구가 마련된 것은 박 대통령의 행보가 적잖은 영향을 끼쳤다는 게 일반적인 분석이다.
박 대통령의 논리는 진실한 사람들에 대한 지지 당부로 연결된다. 국회를 심판하기 위해 진실한 사람들이 20대 국회에 대거 입성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박 대통령의 언급으로 그의 정치적 기반인 대구지역에서 ‘진박(진실한 친박)’ 후보들이 대거 등장했다.
반면 선거전의 주체인 새누리당은 별다른 존재감을 드러내지 못하고 있다. 정책 공약을 통한 비전 제시나 인재 영입의 성과도 미미하다. 김무성 대표가 주창한 ‘상향식 공천제’ 정도가 당내 친박(친박근혜)계와 비박(비박근혜)계 간 갈등현안으로 떠오르고 있지만, 아는 당내 의제일 뿐 국가적 어젠다와는 거리가 멀다. 인재 영입을 놓고 김 대표와 최경환 전 경제부총리가 갈등을 빚는 등 당내 리더십도 흔들리고 있다.
그러다 보니 박 대통령이 이슈를 던지면 새누리당은 그제서야 뒤늦게 반응하며 일방적으로 추종하는 행태가 되풀이되고 있다. 새누리당의 한 중진의원은 24일 통화에서 “(당 지도부가) 몸조심을 하고 있다”며 “선거전략은 고사하고 정상적인 선거(운동)도 안 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전문가들도 전면에 나서는 박 대통령과 이를 방관하는 여당에 대해 우려를 표한다. 엄경영 시대정신연구소 소장은 이날 통화에서 “대통령이 직접 총선 프레임을 던지는 것은 민주주의의 핵심수단을 무력화하고 리스크를 키우는 것으로 보인다”며 “역대 대통령들은 임기 중반에 들면 초심을 잃어버리고 ‘역사와의 대화’에 깊이 빠지며 국민에게 직접 호소하곤 했다”고 지적했다.
전면에 나선 박 대통령이 새누리당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칠 수도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최창렬 용인대 교수는 진박후보 논란에 대해 “대구지역에서 볼 때 (친박의) 전략적인 속내가 드러나 보이기 때문에 초반에 역풍을 맞고 있는 것 같다”며 “수도권에서는 새누리당에게 상당히 불리하게 작용될 것 같고, (친박의) 자기 사람 심기에 대한 역풍이 불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