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의화(사진) 국회의장이 4·13 총선 불출마를 선언했다. 정 의장은 25일 기자회견을 열고 “지역구인 부산 중-동은 물론이고 동서 화합 차원에서 권유가 있었던 호남 등 다른 지역에 출마하는 일도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로써 정의장은 정치권에서 줄기차게 제기되고 있는 '야권행(行)' 전망을 불식시켰다. 정 의장이 굳이 불출마 회견까지 연 것은 친정인 새누리당의 압박 때문이다.
새누리당과 청와대는 지난해부터 노동개혁 관련 4개 법안 등을 직권상정 해달라고 정 의장에게 요구해왔다. 올 들어 새누리당은 국회법(‘국회선진화법’) 개정안을 내놓고 그것 역시 직권상정 해달라고 요청했다.
새누리당이 낸 선진화법 개정안은 국회의장이 직권상정을 하지 않아도 재적 의원 과반 이상이 요구하는 안건이면 바로 국회 본회의에 자동 부의돼 표결에 들어갈 수 있도록 한 내용이다.
정 의장이 이를 거부하자 앞서 25일 열린 새누리당 최고위원회의에서 불만이 쏟아져 나왔다. 서청원 최고위원은 새누리당이 발의한 대로 국회법의 '직권상정' 관련 대목에 '과반 이상 찬성'을 넣으라고 압박했다. 김태호 최고위원의 경우 "망국법인 선진화법 개정의 중심에 정 의장이 있다"며 "바꾸지 않고 원망을 어찌 들으려 하느냐"고 엄포까지 놨다.
새누리당 초·재선 모임인 ‘아침소리’ 회동에서도 정 의장에 대한 비판이 이어졌고, 간사인 하태경 의원은 “정 의장의 순수성이 의심되는 가장 큰 이유가 자꾸 (총선) 출마설이 나오고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당내엔 정 의장의 국민의당행을 점치는 얘기도 돌아다녔다.
또 새누리당 조원진 원내수석부대표가 공공연하게 "무소속 안철수 의원 측의 국민의당(가칭) 입당을 타진하는 것 같다"고 지적하자, 정 의장은 "자꾸 그러면 천벌 받는다. 길 갈 때 차 조심하라고 해"라며 불쾌감을 숨기지 않았다. 이런 상황 때문에 정 의장은 이날 불출마 입장을 명확히 했다.
한편 정 의장은 새누리당의 직권상정 요건 완화 요구에 대해 "과반 정당의 독재 허용 법안이 될 수 있다"며 강력 비판했다. 다만 정 의장은 여당이 낸 선진화법 개정안을 직권상정하는 대신 자신의 명의로 중재안을 국회에 제출했다. 대안으로 국회법에 있는 신속처리 요건을 '5분의 3 찬성'에서 '과반 찬성'으로, 심의 시한도 '330일'에서 '75일'로 완화하는 대안을 내놓았다.